줄줄이 비리 ‘도덕적 해이’ 눈 가리고 아웅하나?

▲ 국세청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검찰 수사 정보를 해당 기업에 몰래 알려준 국세청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이 국세청 관련 정보가 아닌 검찰 수사 정보를 넘겨 업무상 비밀누설죄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 관련 내용을 해당 기관에 통보하는데 그쳤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장검사 조상준)는 포스코 비리수사와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 횡령(橫領) 수사에서 세무 공무원들이 해당 기업에 검찰 수사 상황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해 소속 기관에 공무원 비위(非違) 사실을 통보했다.

 
올해 7월 검찰은 포스코(POSCO) 비리 의혹 관련 동양종합건설을 압수수색하던 중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에 검사(檢事) 이름, 검찰이 세무서에 요청했던 자료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월 기소된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전 회장 측이 포항세무서 법인세 관련 부서의 6급 팀장 A씨를 통해 검찰 수사 내역을 확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9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지난달 11일 재판에 넘겨진 배 전 회장 측이 이 공무원을 통해 검찰 수사 상황과 진행정도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이 공무원은 지난 8월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삿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6월을 선고받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수사에서도 세무 공무원의 비위를 적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국세청 직원 B(5)C(7)가 동국제강 측에 수사 상황을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업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기관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 이들이 넘겨준 정보는 검찰의 업무상 비밀일 뿐 국세청의 업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이들의 징계성 사표를 수리했다.
 
최근 5년 직원 비리 261190여명 징계
 
세무조사(稅務調査)란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무마·축소 등과 관련된 내부 직원들의 비리·비위와 추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자정·쇄신 및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금품수수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는 무려 261건에 달했다.
 
이로 인해 46명이 파면을 당했고 면직은 18, 5명은 해임됐다. 정직·강등(54), 감봉(45), 견책(93) 등의 징계를 받은 국세청 직원만 190여 명에 달했다.
 
국세청 직원들의 비위가 연이어 터지던 중 지난 1125일에는 국세청 전·현직 간부 2명이 나란히 검찰과 경찰에 구속 기소됐다. 국세청 4급 이모(54) 과장은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제보 및 투기성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용해 대전 중고차 매매단지 부동산 소유권 분쟁을 해결해주겠다며 12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으며, 세무조사를 받던 업체 대표로부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뇌물)로 대구지방국세청 전 조사국장(4) 김모씨(57)는 경찰에 구속됐다. 김 씨와 함께 업체 대표의 만남을 주선한 일선 세무서 조사팀장 배모씨(52)는 뇌물수수 혐의로, 대표 홍모씨(66)는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간부 2명의 비위 사건 수사로 인해 국세청 본청과 대구지방국세청이 검찰과 경찰에 압수수색 당하는 망신을 산 것.
 
국세청 공무원들의 비위 사건은 올해만 터진 게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사무관의 세무조사 편의 대가 금품수수와 모뉴엘 세무조사 관련 금품수수, KTG 세무조사 편의 제공 2200만 원 수뢰, 일선 세무서 직원의 성() 노예계약서 작성 파문 등이 연이어 발생했고, 고위 간부 2명이 성매매 사건을 일으켰다.
 
국세청 공무원들의 이같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그치지 않자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록(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세청 직원들이조세형평 수단인 세무조사 권한을 개인비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보다 근본적인 세무 부조리 근절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품비리 공무원 징계부과금 ‘1불명예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등 비리로 적발된 국가공무원에게 부과되는 징계부가금 도 최근 5년간 국세청 직원에게 가장 많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지난 910일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국가공무원 징계부가금 부과현황에 따르면 최근 5(20102014)간 전체 31개 정부기관의 부과액 113억 중 국세청은 절반에 가까운 48억원(42%)를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국세청에 부과받은 징계부과금은 20101300만 원에서 201137900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201255000만 원 20132900만 원 201423000만 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금품 비리로 적발된 건수는 총 174(249)으로 201013건에서 201143201223201344201451건으로 오히려 증가추세였다. 박 의원은 자체 감사·감찰을 사법당국과 공조하는 방안 등 세무 행정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정가 관계자는 국세청이 감찰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1000만 원 이상 금품을 제공한 세무대리인 자격박탈까지 포함해 수차례에 걸린 쇄신책을 내놨지만 비리·비위가 줄지 않아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부조리 방지대책을 근본부터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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