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신드롬’이 남긴 것

전도연에겐 6월이 아름다운 달이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와 자부심이 전도연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 잔인한 6월이 아닌, 아름다운 6월로 전도연에게 기억될 수 있었던 것은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때문이다. 한국 영화인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많은 영화인들과 언론이 “전도연의 수상은 그 자체로도 축하할 일이며 한국 영화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전도연과 ‘밀양’의 경사일 뿐 한국 영화계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한국 영화계의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 또한 수상 이후 전도연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취재했다.


지난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기념하는 영화계의 축하연이 열렸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사장 안성기를 비롯, 원로 영화배우들과 영화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전도연의 수상을 기뻐했다.

특히 이날 축하연에는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신우철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섣부른 샴페인은 금물

사실 칸영화제는 세계 어떤 영화제보다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제의 최고 관심은 영화제의 꽃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에 쏠린다. 그러니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은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본인의 10번째 작품인 ‘밀양’이 개봉 당시 흥행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영화 내용과 관련해 기독교계의 부정적 의견까지 더해져 ‘밀양’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였다.

하지만 영화 밀양을 볼 것인지를 두고 망설이던 관중들과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전도연의 수상 소식은 실로 한국 영화계를 오랜만에 들뜨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언론은 전도연을 ‘월드스타’로 띄우며 이미 그녀를 최고의 영화인으로 대접했다. 수상 이후 밀양도 120만 관객을 넘어섰다. 전도연이라는 영화배우의 연기를 눈여겨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종상의 열기가 ‘칸 여왕, 전도연’ 여파에 밀려 조금은 싸늘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처럼 영화계에 ‘전도연 신드롬’이 불고 있지만,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언론의 극찬에 대해 일부에서는 “영화계를 살리려는 자성 노력보다 샴페인 터뜨리기가 앞서면 곤란하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축하, 그 이상도 이하도…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은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이로 인해 한국영화계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영화진흥위원회 소속 김 모씨는 전도연의 수상 이후 여파에 대해 지극히 객관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계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 분위기다.

“관객들이 잘 들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불황이다. 특히 묵직한 주제의식을 다룬 영화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외면하기 쉽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역시 쉽고 가벼운 영화는 아니다. 한 영화계 원로의 말.

“이창동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스타일이다. 스타배우를 기용하면서 좋은 작품도 만들어내려 애쓴다. 두 마리 토끼는 스타급 배우만으로도, 예술성만으로도 잡을 수 없다.”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은 ‘밀양’ 관객 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도연 신드롬’으로 인한 관객들의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 소위 말하는 전도연 수상의 약발이 한달을 채 넘기기 힘들 것이란 게 영화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동안 한국 영화를 외면했던 관객들이 ‘전도연 신드롬’에 관심을 갖겠지만, 침체된 한국영화계를 칸의 여우주연상이 살릴 것이라는 전망은 한마디로 ‘오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월이 지나면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도) 잊혀지기 마련이다. ‘축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사를 맞은 영화계가 평상심을 되찾고 있다 .

한국영화의 위기에 대해 “관객들은 새로운 것을 찾고 있지만 한국 영화계가 관객들의 입맛에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 영화관계자는 분석했다. 영화의 성공 잣대는 ‘의미 있는’ 관객 수인 ‘대박 흥행’을 일으키거나 사회적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을 때의 경우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가 또 다시 부흥을 맞이할지, 아니면 끝없이 추락을 거듭해 암울한 시기를 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