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여권엔 ‘홍콩·마카오행’ 기록 없다”

‘괌→홍콩→마카오’, ‘한국→홍콩→마카오’ 등 마카오행 둘러싼 의혹들
오승환 측 아리송한 해명…“억울하다, 마카오 안갔다” 결백하더니…
지난해 11월 마카오 방문한 것으로 결론…검찰 약식 기소 검토 중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오승환 선수 ‘마카오 원정도박’을 둘러싼 논란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막을 내렸다. [일요서울]이 최초 보도했을 당시인 지난 6월부터 오 선수에 대한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각종 언론 매체에서 이니셜로 오 선수도 ‘마카오 원정도박’을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당시 오 선수 측에선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오 선수가 마카오를 가지 않았다며 본지 기자에게 ‘오 선수의 여권’을 비보도 전제하에 공개했다. 본지 확인결과 오 선수 여권에도 ‘홍콩 또는 마카오행’(한국에서 마카오로 가는 직항로가 있을 뿐 아니라 홍콩을 통해 마카오로 방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홍콩 또는 마카오행 기록을 살폈다.)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이처럼 ‘루머’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사건은 지난 9일 반전을 맞았다. 서울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오 선수가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에 대해 사실로 시인한 것이다. 검찰은 오 선수에 대해 약식 기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 선수가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를 시인하기까지 뒷맛은 개운치 않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오 선수가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 루머→부인→시인하기까지의 취재 뒷이야기를 보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오승환 선수의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은 지난 6월 [일요서울]이 지령 1103호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조폭 연계 마카오 원정도박 풀 스토리-‘유명스포츠 스타 3명 연루됐다’”를 통해 물밑에서 회자됐다. 당시 보도했던 내용을 되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말 스포츠 스타 A, B, C 인사가 홍콩을 거쳐 마카오를 방문, 원정도박을 했다. 폭력조직들은 항공권, 숙박권 등을 다 마련해줘 스포츠 스타 A, B, C가 마카오에서 원정도박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외환관리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칩을 빌려 도박을 했다.(당시 A-오승환, B-임창용)”

4개월 뒤 이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졌고 어떤 선수가 연루됐는지에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임창용, 안지만, 윤성환 선수를 제외하면서 ‘도박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 오 선수도 연루됐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들 간의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이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을 당시 오 선수가 야구장을 찾아 임 선수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도박 의혹 억울
“친하다는 이유로…”

이렇듯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임창용 선수가 마카오 원정도박 사실을 ‘시인’하면서 오 선수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일본 외신을 통해 ‘오승환’이라는 실명이 공개됐던 것이다.

일본 매체에서는 “한신 구단이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오승환에 대해 진상 조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다카노 에이치 한신 본부장은 “오승환의 에이전트가 ‘그런(도박에 연루된) 일 없다’며 부인했다”고 일본 언론에 밝혔다. 게다가 일본 외신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카오 원정도박 시점을 ‘1월’로 못 박았다.

일본 외신을 통해 오 선수의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지기 전 오 선수 측 핵심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상한 소문이 너무 많다”며 “연루된 선수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다. 본인도 굉장히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싶은데 ‘루머’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여러 차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 선수는 게임을 안 한다”며 지난 2008년 인터넷 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실상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을 모두 부인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또 “오 선수가 나 모르게 갔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12월 중순엔 오 선수가 개인훈련을 떠난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오 선수의 여권기록을 살펴보면 2012년 12월 24일부터 2013년 3월 24일 해외 출국 기록이 있다. 홍콩 및 마카오행 기록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지난해 12월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괌에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오 선수는 지난해 12월 28일 괌으로 출국했고, 지난 1월 25일 귀국했다. 이틀 뒤인 1월 27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오사카로 입국했다. 즉, 여권에는 ‘홍콩, 마카오를 방문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여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마카오행

여권을 통해 ‘마카오에 방문했다’는 기록이 없었지만 오 선수에 대한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각종 언론에서 1월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을 제기하면서 “괌에서 홍콩을 거쳐 마카오로 갔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던 것. 실제 카약사이트를 살펴보면 괌→홍콩, 홍콩→괌으로 왕래하는 비행기가 수시로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홍콩을 거쳐 마카오로 방문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게 제기됐다.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영토’에 포함돼 있고,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출입국이 여권 기록에 남지 않는다.

더 나아가 한국→마카오 직항로를 이용하면 도박을 했을 것이란 의심을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오 선수가 홍콩을 거쳐 마카오를 방문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결국 오 선수 측에서 제시한 ‘여권’으로만 의혹을 불식시키기엔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 겸 방송인 강용석이 불륜 논란에 휩싸였을 때 ‘홍콩에 다녀왔다면 홍콩 도장이 있어야 하는데 내 여권에는 없다’는 논리로 해명했다. 당시 강용석은 불륜 대상자로 지목된 유명 블로거와의 홍콩여행을 부인했지만, 모 종편 방송의 한 패널은 “홍콩은 출입국 간소화 절차로 인해 여권에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권에 도장이 찍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홍콩에 가지 않았다는 정확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홍콩의 경우 출입국할 때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 선수가 ‘마카오 원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는 이유가 됐다.

당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오 선수 측 한 관계자는 “(홍콩을 거쳐 마카오 등을 방문한 것에 대해)사실이 아니다”고만 했다. 당시 본지는 오 선수 측근에게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출입국 관리기록’이 정확하다고 말했지만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 선수 측에서는 여권을 근거로 ‘억울하다’고만 토로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출국 기록이 더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오 선수 측에서 ‘거짓해명을 했다’는 비난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로 결국 ‘시인’
“수억 원 칩 빌렸지만…”

이렇듯 관심이 집중됐던 ‘오승환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은 ‘사실’로 마무리됐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오 선수 측에선 ‘소문→여권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듯했으나 검찰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오 선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마카오에서 원정도박을 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오 선수는 지난해 11월 마카오를 방문한 사실을 시인했다. 또 수억 원의 칩을 빌린 것은 맞지만 실제 도박 획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고 진술했다. 도박금액은 1000만 원 미만이라고 진술했던 것.

특히 오 선수는 광주송정리파 출신 이 씨를 전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오 선수가 이 씨와 접촉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오 선수가 처음부터 도박을 목적으로 마카오에 가지 않았다는 점과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것 등을 고려해 ‘약식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 선수는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 불법 도박 여파로 진출 협상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복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 선수가 국내로 돌아올 경우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삼성이 원정도박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 원정도박 여파로 인해 오 선수의 야구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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