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없는 ‘신당호’…‘안파워+비주류’ 재발진?

문병호·유성엽 등 10여 명 탈당 가능성 대두
내년 총선 앞두고 제 3지대 신당 창당 ‘유력’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결국 탈당을 결행했다. 이에 따라 향후 야권 구도는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류 일부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총선에서 70석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안 의원의 탈당으로 ‘친노당’이라는 비판에 완전히 포위된 만큼 ‘문재인 사퇴→비대위체제’로 전환해 ‘도미노 탈당’을 맞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야권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이 야권 지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안철수 탈당 후폭풍을 맞은 새정치연합은 과연 어디로 갈까. 또 안 의원은 어떤 행보를 취할까. 야권에선 상상하기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탈당 여부에 대해 그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다. 탈당설이 흘러나오면서 문재인 대표는 안 의원의 자택까지 찾아가 탈당을 만류했었다. 하지만 안 의원은 문 대표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고, 안 의원으로선 당에 남을 명분이 없어지면서 결국 탈당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안철수 ‘핑퐁’게임을 펼치면서 또 다시 한 발짝 물러날 경우 ‘간철수’, ‘물철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을 수도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안 의원이 탈당을 하지 않았더라면 ‘물철수’라는 비판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탈당을 했기 때문에 야권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길은 열어놓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주류 13일 긴급심야회동

하지만 그의 사퇴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안 의원이 탈당으로 인한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안 의원이 탈당함으로 인해 곧바로 도미노 탈당이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의견을 수렴한 뒤 탈당할 것이라고 예고해 막판 ‘탈당철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비주류가 도미노 탈당을 하기 전에 당 중진의원들이 나서 ‘문재인 사퇴’를 요구할 것이고, 문 대표가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란 얘기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4·15일 문 대표가 당무를 쉬는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야당 중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탈당한 이상 당 차원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중진들이 ‘문 대표 사퇴’를 언급하며 비대위체제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탈당을 하겠다는 비주류 의원들도 탈당 카드를 접을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문(문재인)’ 정서가 큰 호남권 의원들은 탈당의 폭이 커졌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친노 표심을 얻지 못하면 총선에서 고전할 수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야권 내에서는 20여 명이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이번 주 중으로 5~10명이 1차 탈당에 나서고, 연말까지 2·3차 탈당이 이뤄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 규합은 문제가 없고, 최대 30명까지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주류 일부 인사들은 지난 13일 심야회동을 한 데 이어 14일 구당모임 회동을 통해 탈당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안철수계 문병호·송호창, 호남 비주류인 유성엽·황주홍·김동철·김영환·노웅래 의원 등 10여 명이 1차로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중 일부 의원들은 탈당을 이미 결심했다. 특히 박지원 의원도 탈당에 대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고, 김한길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의원 등도 2차로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탈당파’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安, 신당과 손잡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안 의원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나리오가 ‘독자신당, 제 3지대 신당 창당’이다.

실제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기 위해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외에 당 밖의 인사들과 외연 확대를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는 바람에 결별했던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을 비롯해 손학규 전 상임고문, 김한길 전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등도 안철수 연대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일부에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개혁적 성향의 여권 인사도 포함될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기존 신당파인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과 결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주류에서도 신당파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내년 1~2월에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신당 등이 하나로 뭉쳐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탈당 후 곧바로 신당에 합류하기에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야권 분열의 아이콘’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독자세력을 구축함과 동시에 총선 승리 명분을 내세워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할 것이란 얘기가 비주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주선 의원 역시 “안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갖고 있는 선택의 어려움과 부담을 잘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 특권세력, 친노 패권세력, 좌우극단주의 세력을 제외한 양심적 정치인들이 제 3지대에서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의원과 비주류, 그리고 신당파가 제 3지대 신당 창당을 하더라도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새정치연합과 ‘선거연대’를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 한 의원은 “안 의원이 천정배, 박주선 등 신당파와 함께 하면서 내년 3월을 전후로 부분적 선거연대 등을 할 수 있다”며 “야권이 분열되면 총선 패배는 물론 정권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안 의원의 탈당에 따라 ‘혁신’ 등을 통해 당을 추스르며 내년 총선 패배를 막는 차원에서 새정치연합-신당 간의 ‘선거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안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총선 승리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선거 연대를 한 뒤 총선 이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때처럼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거나 ‘당 대(對) 당’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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