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새정치연합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자신의 오른팔을 내주고 적장의 목을 베는 전략인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의 승부수를 띄웠다. 우선 문 대표는 친노 대모 격인 한명숙 전 총리를 탈당하게 만들고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양철(이호철, 양정철)에게는 총선 불출마를 종용했다. 대신 문 대표는 대표 흔들기에 나서는 세력으로 김한길계와 손학규계로 보고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반면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에게는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며 강온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로 손·김 계보 인사들이 비주류 모임을 이끌며 문재인 흔들기를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 민집모->구당모임->분당모임 문재인 고사작전 '방불'
- 文 ‘빈자리’ 손학규-안철수 띄워 총·대선 대비 전략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문재인 대표는 11월 중순 조선대 특강에서 자신을 조직적으로 흔들고 당을 분란상태로 몰아가는 세력은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문 대표는 최근 가진 관훈토론회에서도 “탈당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공천불안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공천 탈락자’들처럼 각인시켰다. 하지만 당내 문 대표에 대한 비주류 반발 기류를 보면 공천탈락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차기 대권 구도와 맞물려 조직적으로 면밀하게 문 대표를 흔들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문 흔들기 ‘공천 다툼’에 ‘차기 대권다툼’까지

현재 문 대표를 흔드는 비주류 세력의 한 축은 호남 출신 의원들이다. 여기에 차기 대권과 맞물려 김한길계와 손학규계보가 오월동주 격으로 한 축을 담당하면서 경쟁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문 대표가 말한 ‘공천 불안세력’은 문 대표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호남 지역 출신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당내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박지원계보(김영록 박기춘 박혜자 배기운 이윤석 의원)와 당무를 거부한 황주홍, 유성엽 의원 그리고 문재인 계보에서 뛰쳐나온 장병완 의원 등이 당내에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호남 비주류 출신 의원들이 주가돼 문 대표를 흔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구심점’이 없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를 받아 대법원 최종선고를 남겨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호남을 대표할 차기 대권 주자도 가지고 있질 않다. 기본적으로 야당 텃밭에서 당선된 인사들이라는 점과 호남 민심이 악화된 것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적극 못 나서는 배경이다.

실제로 문 대표 사퇴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지역색보다는 계보 정치에 가깝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고위원 중 가장 먼저 직을 던지며 문 대표 사퇴를 주장을 한 오영식 의원은 정세균 계보다. 이어 주승용 전 최고위원 역시 문 사퇴를 요구하며 직을 사퇴했는데 지역구는 전남이지만 김한길 계보라는 점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문 대표의 용퇴를 요구하며 사퇴를 던졌고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문 사퇴=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며 당무거부해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두 인사 모두 공교롭게도 김한길 계보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밖에도 김한길 계보로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로 김관영 수석부총장,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이 있다. 김한길 계보는 정동영계 일부가 김 의원 쪽으로 옮긴 것으로 향후 문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안 하고 버틸 경우 도미노 당직 사퇴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야당의 정치동향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는 야당 변화의 중심에 김한길계[표참조]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언론사에서 공개한 이 보고서에는 “야당의 계파가 크게 범친노계(65명)와 김한길계, 손학규·박지원계 등 비주류(62명)로 분류되는데 범친노가 공천권 다툼에서 승리할 경우 비노계 의원들의 탈당과 신당 합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김한길계는 수십명에 불과하지만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김한길계가 친노계에 반기를 들 경우 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김한길계 ‘안에서’ 손학규계 ‘밖에서’

<표> 김한길.손학규계 민집모.구당.분당모임 자체분석
실제로 김한길 계보 인사들이 당직을 던지는 등 앞장서 문 대표를 흔들고 있지만 비주류 모임을 보면 손학규 계보 역시 보이지 않게 문 대표 흔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문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의원이 출판기념회에서 카드단말기로 책을 판매한 사건이 터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제보자가 손학규계 모 의원으로 지목되면서 손·김 계보인사들이 역할까지 분담해가며 조직적으로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또한 손·김 연대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모임 회원 면면을 보면 또한 알 수 있다. 2014년도 지방선거 이후에 결성된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이하 민집모)은 애초 중도온건 성향의 대표적인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이었다.

그러나 최근 민집모는 구당모임으로 명칭을 바꾸고 발전적 해체를 했다. 그 전까지 손학규계와 김한길계가 각각 7명씩 참석해 모임을 이끌었다. 특히 손학규계 김동철 의원이 대변인 역할을 하며 문 대표를 공격해 대표적인 당내 비주류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민집모의 뒤를 이은 구당 모임 역시 14명으로 줄었지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김한길계 3명, 손학규계 3명으로 손·김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온건중도 성향의 민집모의 모임 성격을 버리고 ‘문 대표 흔들기’의 강경한 반문 모임이 구당모임인 셈이다. 구당 모임 간사로는 손학규계 최원식 의원이 맡고 있는데 초선이지만 문 사퇴를 가장 강경하게 요구하며 ‘탈당 검토 중’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당모임보다 더 강경한 모임이 바로 ‘분당모임’이다. 사실상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원들 모임으로 본지 지령 1127호에서 보도한 ‘문재인 흔드는 분당 모임 실체 추적’기사에서 8명의 현역 의원들의 실명을 보도한 바 있다. 이 모임 역시 표에서 보는 것처럼 김한길계 2명(문병호, 노웅래), 손학규계 2명(최원식, 김동철) 의원이 같은 숫자로 참여하고 있다.

두 계보의 현역 의원 숫자를 다 합쳐도 30명이 안 되지만 문 대표 흔들기에 상호 협력하면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김한길계는 안철수라는 대권 주자를 지지하고 손학규계는 손 전 고문을 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차기 대권 주자로 야당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문 대표가 ‘자진사퇴’하거나 상처를 입을 경우 차기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계, “文 사퇴가 우선 安 탈당? 금상첨화”

이는 손학규계보인 최원식 의원의 안철수 탈당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한길 계보의 경우 한 다리 건너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직거래’를 하고 있는 손학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안 의원마저 탈당을 해 상처를 입을 경우 ‘손학규 구원투수론’이 봇물처럼 당안팎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이 총선 전 움직이지 않더라도 차기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측근들의 입장에서 문·안 ‘2선 후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하다.

현재 손·김 사람들은 문 사퇴와 더불어 비대위 구성, 전대 개최를 요구하면서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어 본 김한길 의원 입장에서는 신당 창당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손·김 실무진들이 매일 회의를 하며 새 지도부 구성부터 신당창당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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