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코리안 드림’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한국은 이제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과 LG, 한류 열풍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이제 당당히 ‘코리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제 일부 가난한 나라의 국가에서는 당당한 정도가 아니라 부러움을 받는 국민이 됐다. 특히 태국, 필리핀, 중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코리안 드림’은 과거보다 더욱 강해졌고 또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들을 ‘파워레인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돈도 많고 사람도 좋아서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킨다는 의미다. 파워레인저와 한국인.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은 과연 한국 남성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필리핀을 여행했던 김모씨는 한 술집 아가씨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들은 한국 남성들을 ‘파워레인저’로 생각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 ‘만화영화에 나오는 파워레인저가 한국남성이랑 무슨 상관이냐’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돈도 많고 사람들도 좋아서 마치 파워레인저 같아서 여기 술집 여자들은 그렇게 부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만화영화 속의 파워레인저는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녀들은 마치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가난을 ‘악’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물리쳐줄 수 있는 한국 남성들을 ‘영웅’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그녀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인과 필리핀의 경제적인 차이가 워낙 극심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경우 대졸자의 한 달 월급이 30~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가정부는 10만 원 정도의 월급이면 고용이 가능하다. 그나마 화류계에서 활동하며 술집에 나가는 여성들이 많이 번다는 돈이 50만 원에서 70만 원 정도다. 그러니 이들의 눈에 한국인들의 생활수준은 가히 ‘준재벌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택문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인들이 필리핀에서 임대하는 집은 최소한 한 달에 100만 원 수준. 하지만 그녀들이 거주하는 집의 임대료는 9만 원 수준이다. 집값 임대료만 10배의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한국으로 따졌을 때 50만 원짜리 월세와 500만 원짜리 월세에 사는 것과 비슷한 수준 차이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좋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물론 필리핀에도 부자는 많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 현지 부자들은 술집에 자주 가지 않고 또 술집 여자들과 교류도 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인들은 싼 술값 때문에 그녀들과 자주 교류하다 보니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한국남성들을 동경하게 되고 결국 그들을 ‘파워레인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남성을 동경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한국인들보다 부자인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들과의 결혼 자체를 꺼리는 것이 특성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한국 남성들을 ‘파워레인저’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라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는 가난을 탈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한국인과의 결혼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들이 꼭 한국인들만 ‘파워레인저’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 미국인 등 자신의 삶을 구제해줄 수 있는 돈 많은 외국인은 모두 파워레인저라고 부른다.

유독 그녀들이 한국남성들을 선호하는 것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정(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지의 사람들은 돈 관계가 철저하고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는 반면, 한국인 특유의 정(情)의 문화는 그들을 쉽게 받아들인다. 또한 한국남성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가난을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우리에게는 얼마되지 않는 돈’이라고 생각하며 쉽게 그녀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입장에서는 5만 원 정도는 친구를 위해 얼마든지 술 한 잔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 5만 원은 상당히 큰 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한국인이 ‘돈 많고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스스로 보호해야 피해 없어

필리핀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중국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역시나 그곳을 여행하거나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있는 화류계 여성들에게도 한국 남성들은 ‘큰손’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국에서 오랜 생활 여행 가이드를 했던 이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곳에도 한국의 룸살롱과 같은 곳이 많은데,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한국으로 가는 것이 꿈인 경우가 많다. 그녀들 역시 모두 한국인들은 돈이 많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좋아하게 된 그녀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화류계 여성들이라고 모두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인들과 사귀다가 이들에게 실망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더 한국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녀들의 꿈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막상 한국남성들이 잘해주기 때문에 마치 당장이라도 결혼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실제 현지에서 체류를 하다가 현지 여성들과 결혼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한국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과의 ‘공짜 섹스’를 위해서 결혼을 빌미로 사귀다가 나중에는 한국으로 도망을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여성들에게 ‘한국인은 돈은 많지만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필리핀의 코피노이며 태국이나 베트남 등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사실 이는 꼭 한국인들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과거에도 못사는 나라의 여성들은 늘 잘사는 나라의 남성들을 동경했고, 지금은 한국이 잘살게 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정말로 사랑을 해서 국제결혼을 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여성과의 섹스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그녀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장기체류하거나 아예 이민을 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외국에 여행을 가거나 단기체류를 할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술값이 싸다고 여러 술집을 전전하게 되면 사실 한국에서보다 더욱 많은 돈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지나치게 성적으로 방종하게 되면 여성들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게 된다. 이런 점은 특별히 조심해야할 점이다. 외국은 언제나 위험한 곳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가난한 나라일수록 치안이 잘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결코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매년 해외에서 밤거리를 즐기다가 낭패를 당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봤을 때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이에 한국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고 대사관조차도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