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U턴한윤손하
SBS TV 금요드라마 ‘연인이여’(극본 한준영, 연출 강신효)로 7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윤손하. 지난 2001년 일본으로 건너가 상큼한 이미지와 탁월한 일본어 실력, 조리 있는 말솜씨를 바탕으로 방송 프로그램 MC, 탤런트, 배우, 가수로 다채로운 활동을 해왔던 그는 가수 보아와 함께 일본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연예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지난해 9월 사업가 신재현씨와 결혼한 후 서울 서초동에 신접살림을 꾸리면서부터 국내 드라마 출연을 준비해왔다는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시청자 앞에 서니까 무척이나 긴장되고 설렌다”며 “신인배우의 심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인이여’는 ‘연애시대’로 유명한 극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두 쌍의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 하루 전날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면서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4명의 남녀가 얽히고설킨 과거를 바탕으로 상대 배우자와 플라토
닉 사랑을 하고 또 한 커플은 육체적 사랑을 해 나가는 이야기가 뼈대다.

“이 작품은 불륜이란 단어를 쓰기엔 너무나 내용이 순수해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남녀가 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거예요. 그래서인지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결혼, 한창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을 윤손하는 ‘유부녀’ 딱지를 단 뒤 첫 드라마로 ‘겁 없이’ 불륜을 택했다. 아무리 설정이고, 연기라 해도 ‘바깥사람’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결혼한 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번 작품이 결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음미할 수 있는 드라마라 강한 매력을 느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일과 결혼 생활 모두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만만치는 않더라고요.”

그의 말에는 새색시의 풋풋함과 사랑의 신중함이 스며있다.

“요즘 적당히 조건만 맞으면 결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쉽게 헤어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신랑과 대본연습

연애가 ‘꿈’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불변의 진리. ‘새색시’ 윤손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결혼에는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에요. 점점 어른이 돼간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특히 일을 하려면 가정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순수한 제 신혼 생활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펼쳐 보일게요.”

결혼 후 좋은 점도 있을 터.

“대본 연습을 하면서 한 번도 연습 상대가 없었는데, 결혼하니까 신랑이 상대역 대사를 맞춰줘서 무엇보다 기뻐요. 그러나 신혼인데도 신랑 얼굴을 제대로 보는 날이 없을 만큼 바쁜 게 흠이라면 흠이죠.”

윤손하는 한국과 일본의 연예활동을 병행하느라 한달에 평균 8차례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에서 3개의 고정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어 ‘연인이여’ 촬영을 위해 국내에만 계속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출연을 위해 앞으로 1천여 만원의 비행기 티켓들을 끊어야 하는데 모두가 윤손하 개인의 몫이다.


악성 댓글에 마음 아파

양국 내에서 이뤄지는 스케줄과 관련해서는 소속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양국을 오가는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적지 않은 개인 지출을 떠안으면서도 윤손하는 국내 안방극장 컴백을 간절히 소망했다. 이번 드라마 출연은 진짜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한 그의 목마름이 절실히 반영됐던 셈이다.

“일본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재일동포, 유학생 등 한정된 배역만 주어졌고, 일본어로 연기하면 아무래도 표현하는 데 자유롭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죠. 한류 붐이 본격화한 2년 전부터 일본에서 한국드라마를 보며 내 나라의 언어로 다시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는 일본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심한 마음 고생을 겪기도 했다. 일본 대기업의 다이어트식품 광고에서 상반신이 드러나는 것 때문에 악플에 시달렸다.

“광고포토상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일본이라는 점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왜 일본 가서 벗고 있냐, 나라 망신시키고 있다’는 댓글이 가장 마음에 걸렸어요. 현지 반응이 좋아 재계약을 했어요.”

7년 만에 금의환향한 윤손하의 ‘성숙 연기’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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