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화’하려면 ‘김한길’, ‘새정치’내세우려면 ‘천정배’

김한길계 등 비주류와 함께하면 실탄·원내교섭단체 구성
가치·이념 비슷한 천정배와 손잡으면 세력 미비 ‘한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면서 야권 재편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탈당한 그는 인물 영입 3원칙(반(反)부패·반(反)이분법·반(反)수구보수)과 관련해 “배제의 원칙이 아니다”라며 문호 개방에 방점을 찍었다. 김한길계와 손학규계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안 의원과 함께 할 것이란 추측과 더불어 천정배 신당과 함께 할 것이란 두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은 20석 확보, 즉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세력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게다가 호남에서는 야당과의 혈투를,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를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안 의원으로서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새정치’와 ‘구태정치’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새정치 아이콘’을 생각하면 신당의 이념과 가치가 비슷한 천정배 신당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반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라면 김한길계 등 현역의원을 영입할 수밖에 없다. 안 의원 측근들은 전자를, 비주류 인사들은 후자를 주문하고 있어, 안 의원으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와 정치세력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안 의원 측은 ‘예스(Yes), 야권 인사들은 ‘No(노)’라고 말한다. 과거 안 의원이 신당창당을 추진할 당시 새정치를 내세웠으나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던 상황을 거론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안 의원이 새정치와 정치세력화 둘 중 어느 것을 버려야 성공할까. 이 물음에 대해 비주류는 ‘새정치’, 안 의원 측은 ‘둘 다 버릴 수 없다’고 얘기한다. ‘새정치’를 중요시하는 안 의원측에선 새로운 인물들 대신 김한길계, 손학규계 등 비주류 등을 영입할 경우 ‘새정치 아이콘 안철수’라는 이미지를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부분 이들과 거리를 둬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에 가치와 이념이 비슷한 천정배 신당과는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 인사들은 ‘새정치’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물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세력화를 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인물이 있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쪽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안 의원의 정치인생에 중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새정치를 바라는 안 의원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새정치 내세운’ 安
위험요소 여럿 있다!

이 가운데 안 의원은 ‘새정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패하거나 막말하거나 갑질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 남을 배척하는 사람, 기득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과는 절대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능한 한 좋은 인재를 선보이고 치열한 혁신 경쟁 속에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비주류 인사들을 모두 받으면 ‘새정치’라는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10대 혁신안에 이미 명시가 돼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은 부패혐의 기소자에 대한 공직후보 배제를 규정한 만큼 비주류 수장인 박지원 의원의 합류에 대해 부정적이다.

안 의원이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새정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천 의원과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안 의원은 최근 신당 작업을 진행 중인 천 의원 측과 꾸준히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지난달 18일 문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제안한 날에도 천정배 신당에 관여했던 한 전직 의원과 회동을 가졌다.

더구나 노선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도 ‘천-안 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천정배 신당은 ‘온건한 진보, 합리적 보수’를 내세웠다. 이는 과거 안 의원이 18대 대선 전후로 밝힌 노선이다. 또한 2013년 3월 초 민주당과 합당 직전까지 추진했던 ‘안철수 신당’의 가치였다. 때문에 ‘천정배-안철수’ 연대를 통해 호남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남에서 안 의원이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18일 공개한 ‘12월 3주(15~17일)'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라에서는 안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48%, 문 대표 지지율은 27%였다.

호남을 기반으로 안 의원이 전국정당화를 위해 ‘천정배-안철수’를 내세워 ‘새정치’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럴 경우 현역의원들이 합류하지 않아 ‘기호 3번’은 물론 ‘자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하는 데 적잖은 ‘위험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비주류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비주류에선 ‘새정치를 버려야 안 의원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安을 바라보는 비주류의
불편한 시선들

야권 한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해 정치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면 안 의원도 ‘끝’이다. 때문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정치’라는 딱지를 떼고, 향후 탈당한 의원들과도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정치는 숫자 놀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에서 현실정치를 경험한 이상 ‘새정치’를 내세우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안 의원과 한 배를 타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기호 3번은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최근 탈당한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 등이 쏟아낸 발언들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비주류 20여 명이 탈당해 안 의원과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 안에는 김한길계, 손학규계 인사를 비롯해 향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도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박지원 의원 등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호남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안 의원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데 ‘필수 조건’이다. 실제 안 의원과 비주류가 손을 잡으면 ‘새정치연합 안티 세력’의 규합을 촉발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내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주류 호남 의원 대다수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면 호남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2의 노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로 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은 여전히 탈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금은 당에 남아 문 대표를 압박해 안 의원과 다시 함께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주류 의원 등이 대거 탈당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 시점에 ‘김한길-안철수’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이 아닌 기호 3번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용이하다.

또 ‘자금’ 문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내년 2월 80억~90억 원대의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아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이후 천정배 신당 등과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새정치연합과 대적해 호남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당연히 비주류에선 안 의원이 ‘새정치’ 간판을 내려놓길 원하고 있다. 그래야만 야권통합·정권교체 및 대권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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