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선불금’ 사기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지능적인 경제사범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지능적’이라는 것은 곧 치밀하게 계획된 사기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사회관계 속에서도 이러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유흥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룸살롱 업계에 만연해 있는 ‘선불금’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기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는 과거에도 종종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유흥가 사람들의 일관되고 공통된 증언이다. 선불금을 둘러싼 사기, 과연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몇 개월 전 유흥업소에서 일을 할 것처럼 속인 다음에 업주로부터 받은 선불금을 가지고 지방으로 튄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부안 경찰서에 체포된 34살의 김모 여성은 선불금 600만 원을 받은 뒤 곧바로 잠적, 업주의 신고를 받고 그간 수배를 받아왔던 것. 하지만 그녀의 범죄행각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무려 20여 차례에 거쳐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가로채왔던 것이다. 또한 그녀는 이전까지 무려 17건의 사기 혐의로 지명 수배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런 경우라면 그녀는 거의 ‘중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국의 유흥업소를 돌면서 이러한 사기 행위를 했다고 하니 가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그녀가 체포된 것은 그만큼 그녀가 해당 업계에서는 유명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선불금을 떼어먹고 달아난 여성은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 대개의 유흥업계는 조직폭력배들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여성들은 한마디로 ‘간 큰 년’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 한 유흥업소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선불금 사기는 결코 쉽지 않은 범죄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유흥업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 업주들은 자신들이 ‘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을’인 그녀들이 자신들에게 사기를 칠 것이라고는 거의 예상하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허를 찌르는 것이 바로 선불금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한번 잠적을 하게 되면 사실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떻게 해서 정보를 듣게 되면 곧바로 잡으러 갈 수 있지만 그녀들이 거처를 자주 옮긴다면 이것마저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불금을 주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여성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대부분 이러한 선불금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에 쉽게 응하는 업주들도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업소에서는 선불금을 주는데, 자신만 주지 않는다면 그만큼 ‘수질 좋은 여성’을 자신들의 가게에 끌어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룸살롱 장사는 거의 대부분 아가씨의 외모가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특별히 공을 들여서 아가씨를 데려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그런 아가씨들이 선불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선불금은 줄 수도 없고 안 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 다른 한 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누군들 선불금을 주고 싶겠는가. 그 돈을 갖고 튀면 다시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돈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라면 이 역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선불금을 주지 않으면 당장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외모가 괜찮은 여성들은 모두 선불금을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선불금을 부르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는 여성들은 반대로 외모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결국 일종의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사업이 다 그렇듯 투자가 없으면 그에 따른 이익금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선불금에 관한 문제는 아마도 유흥업이 존재하는 한 변할 수 없는 영원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먹튀 선불금은 다시 유흥에…

그렇다면 업소에서 여성들에게 주는 선불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물론 이는 여성의 ‘상태(?)’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적으면 5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의 2000만 원에 이르는 경우는 말 그대로 ‘특A급’일 경우에만 가능하지 대개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이라는 것. 업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들에게 투자하는 돈치고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돈을 가지고 튄다면 ‘충분히 열 받을 만한’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선불금 사기를 치는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돈을 다소 낮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업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 1000만 원 정도는 충분히 줘야 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600~700만 원을 부른다는 것. 이렇게 하면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여성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보다 손쉽게 업주들로부터 돈을 끌어낸다는 것. 실제 이러한 ‘얕은 수’에 당해서 돈을 뜯긴 업주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는 내가 봐도 특B급 정도는 됐었다. 그 정도면 대개 1000만 원 정도는 충분히 원할 만했다. 나 역시 그 정도의 돈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그녀가 부른 금액은 600만 원에 불과했다. 어차피 나중에 일해서 갚아야 할 돈인데 굳이 많이 받을 필요 없다면서 겸손까지 떨었다. 나는 그런 모습에 나름 감동해서 정말로 그녀를 믿고 돈을 주었다. 하지만 한 일주일 정도 일을 했나?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 성실하게 일도 잘하고 남자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신뢰도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딱 일주일 후에 그녀는 완벽하게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손님에게 돈까지 빌린 상태였다. 손님은 나에게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협박을 했다. 결국은 손님에게 200만 원까지 물어주어서 내가 그녀 때문에 손해 본 돈은 총 800만 원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찾을 길이 없으니 그 이후로 몇 주 정도 화가 나다가 이제는 화도 별로 나지 않는다.”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업주들을 속이는 점을 봤을 때 선불금 사기를 노리는 일부 유흥업소 여성들은 타인을 속이는 것에 능수능란하고 또한 사기의 전략전술에도 매우 익숙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여성들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예 손님에게도 돈을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녀들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 신뢰를 주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기간 안에 순식간에 믿음을 얻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남성들에게 돈을 빌린 후 선불금과 함께 ‘먹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손님은 완전히 대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주의 경우 최소한의 인적 사항 정도는 알고 있지만 여자의 얼굴에 반해서 돈을 빌려준 경우에는 그나마도 되찾지 못해 업주들보다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면 그녀들은 과연 선불금으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물론 이는 여성들마다 전부 다르겠지만 범죄를 통해서 갈취한 돈이 그렇듯, 대부분 유흥비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특히 그녀들을 유혹하는 것은 ‘호빠’다. 호빠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쌓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두세 번만 가서 신나게 즐겨도 200~300만원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 그러다 보니 한번 중독이 되면 1000만 원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는 곳이 바로 호빠이기도 하다. 결국 호빠를 끊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돈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호빠가 아니라면 비싼 명품을 사는 것에 돈을 쓰는 경우도 흔하다. 돈을 물 쓰듯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불금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 업계의 상황으로 봐서는 이 선불금이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장사는 결국 ‘여자장사’라는 점에서 경쟁력 있는 여성을 끌어오려는 업주들의 경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선불금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곧 선불금을 떼먹고 도망가는 일 역시 없어지기 거의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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