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1130호가 발간된 오늘 12월28일 월요일을 지나고 딱 3일 후면 또 새로운 한해 2016년을 맞는다. 지난 2015년 묵은 1년 동안의 대한민국 실상은 어느 한 곳도 발전적이지를 못했고, 현상 유지라도 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보인다. 아마 현 나라사정에서 가장 썩은 데를 찾아내라면 국민 대부분이 국민 대의기관이라는 국회를 지목 할 것이 틀림없다.

오죽하면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이 결성되어 무능국회, 바보국회, 싸움질국회, 굼벵이국회가 없어져야 국민이 산다며 “나라망치는 국회, 즉각 해산하라”고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내고 「국회개혁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을까. 국회해산권을 국민이 가져야 하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등을 박탈해야 한다는 이 국회개혁 단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게다.

있으나 마나한 국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어져야 할 애물단지로 지목 받는 오늘의 우리 국회 현실을 슬프다고 해야 할지, 고소해 해야 할지, 어쨌든 불쌍해져 버린 국회 상황이다. 제1야당이 국민 앞에 하는 짓은 갈 데까지 가버린 당 내분에다가 입법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행위가 고작이다. 원흉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다. 아무리 기를 쓰고 여당이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재적의원 60%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이 악법(?)에 묶여서 야당 동참 없이는 어느 것 하나 해결할 방법이 없다.

여당이 제 발등 제가 찍은 꼴이어서 끽소리 낼 형편마저 안 되는 현상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판이다. 국회 사정이 이러하니 아무리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동동걸음을 쳐도 노동개혁 관련법을 위시한 쟁점법안에 관한 협상 처리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이래놓고 내년 4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의원님(?)들 눈알 굴리기에만 분주하다.

국민을 얼마나 더 절망하게 만들어야 그들 속이 시원해질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쟁점법에 관한 논의조차 막으면서 정책홍보는 하루에 3개씩이나 쏟아내는 야당 원내대표가 경제위기를 야당 탓하지 말라는 발언은 해묵은 정치적 덮어씌우기로 보겠으나, “국민이 바보, 병신이냐”는 표현은 어째 야당 자신들을 향한 것 같아 냉소를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여당 국회의원들이 더 낫고 잘하고 있다는 얘기가 절대로 아니다. 여당·야당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비서관 월급을 상납형식으로 가로채 개인용도로 쓰고 있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는 바다. 어떤 의원은 후원금 명목으로 보좌관·비서관들로부터 2억 원 상당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채용 때 급여 상납을 조건으로 달고 보좌진의 직급을 올려 인상분을 가로채는 수법이 관행처럼 퍼져있다고 한다.
국회의 이 같은 작태를 쌍수로 반기고 부활을 꾀하는 세력이 바로 오늘 같은 국면을 노리며 숨죽이고 있던 옛 통진당 조직이다. 이들은 국회에 대해 극에 달한 국민 분노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 4월 총선의 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 연합 정당을 만들어 현실정치에 뛰어들 준비를 면밀히 하고 있다. 간판만 바꾼 사실상의 재(再)창당을 시도할 움직임이다. 한상균 구속으로 반정부 정서가 더욱 치열해진 ‘민노총’을 적극 끌어들여 「노동자계급」을 강력한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죽기살기식의 총선 돌파를 꾀할 전략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전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더 물을 필요 없다. 국민을 절망케 만든 현 국회에 있다는 사실을 오늘의 여의도 정치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 제발 더는 역사에 죄짓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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