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 개념이지만 ‘방치’ 아쉬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팬택이 새출발을 시작했다. 팬택의 새 대표는 팬택 인수를 이끈 정준 쏠리드 대표가 선임됐다. 조직 구성도 마무리돼 중저가형 스마트폰 수출을 준비 중이다. 또 사물인터넷(IOT)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팬택을 향한 기대의 시선이 몰리는 가운데 기존 팬택법인 주주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팬택이 계속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와 채권자들의 권익은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 불구 기존법인 청산 절차…소외됐다”
공시의무 없고 정보 수집·결정은 투자자 몫

팬택은 지난 6월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뒤 12월 1일 신설법인으로 출범했다.

앞서 팬택은 파산 신청과 3차례 매각 실패란 비운을 겪은 바 있다. 한 때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1위를 넘봤으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거대 제조사의 자본력과 통신 시장의 급격한 흐름 등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496억 원에 인수되며 청산 위기를 넘겼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팬택의 새출발에 기대의 시선이 모이는 가운데 아쉬운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팬택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팬택 소액주주인 A씨는 “팬택이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수자에게 인수가 되는 것인데 주주들은 버림받은 상황이 됐다”고 주장한다. 팬택이 매각된 법인은 신설법인으로 분할된 법인이므로 기존법인은 청산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즉 기업을 통째로 파는 인수합병(M&A)이 아닌 정상 자산과 부채만 떼내어 파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된 상황이란 설명이다.

A씨는 “팬택의 기존 주주들은 팬택이 회생해 좋은 기업이 되기를 바라지만 현재의 상황엔 아쉬움이 있다”며 “인수 절차를 밟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데 주주들은 여기서 제외되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재 팬택의 부채는 1조 원 정도이나 매각대금은 500여억 원밖에 안 된다”면서 “기존 채권자 채무는 4%가량 변제가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현재의 매각대금은 기존 채권자들의 빚을 다 갚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자 변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주주들, 특히 소액주주들은 팬택으로부터 어떠한 기대도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A씨는 “팬택은 비상장회사이므로 공시의 의무가 없다. 때문에 매각 진행 당시 주식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웠던 주주들의 피해가 더 큰 것 같다”면서 “비록 공시의 의무가 없고, 자본잠식상태의 상황에서 주주들의 주권행사 능력은 없었지만 팬택의 입장을 좀 밝혀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팬택 소액주주들은 팬택이 주식교환과 같은 방법을 통해 신주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입장차 경험 有…이번엔?

하지만 이를 팬택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상황은 투자와 손실의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택은 장외주식 거래로 분류돼 있어서 어떠한 자료를 두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경우 투자에 따른 손실에 대한 책임을 회사에 지우기는 어렵다”며 “상장돼 있는 회사들의 주식도 만약 특정 회사가 횡령, 비리 등의 문제로 어느 날 갑자기 망하게 됐을 때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외주식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투자를 할 업체에 대한 정보나 판단 모두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팬택 주식 투자에 따른 결과는 투자에 따른 손실의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은 팬택 측에 문의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팬택과 소액주주들 간에 벌어진 입장차가 처음이 아닌 만큼 판단을 쉽게 내릴 문제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2011년 팬택의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서포터즈 활동을 자처한 바 있다. 재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인 활동이었지만 팬택은 “자제를 부탁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발적인 소액주주들의 홍보 활동은 고맙지만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당시 팬택은 2007년 유동성 악화와 자본 잠식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겪은 상태였다.

또 2013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4대 1 감자가 확정됐지만, 2007년 워크아웃 돌입 때 20대 1 감자를 당한 바 있는 소액주주들의 아쉬움도 공존했다. 이미 감자로 주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당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 주주들도 있었지만, 참석을 하지 않은 주주들도 존재했다.

현재 팬택은 지난 1일 정준 쏠리드 대표를 팬택 등기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 대표는 팬택 경영위원회 의장직도 겸한다. 문지욱 팬택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팬택의 전체 비즈니스를 총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미래 사업과 해외 투자 등 큰 그림을 그리고, 문 사장은 생산과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본부 중앙연구소와 상품전략본부, 마케팅본부, 경영기획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5개로 늘려 세분화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팬택은 중저가형 스마트폰 수출을 준비 중이며 내년 상반기 인도네시아를 주력 시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은 2억5000만 명에 달하며, 스마트폰 보급률도 2013년 14%에서 2014년 27.7%로 2배가량 급증했다.

정준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무선통신가입자는 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 시장에서 점유율 5%만 가져와도 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팬택의 완전 정상화까지 필요한 운영 자금을 500억 원 선으로 봤다. 정 대표는 “애플이 제품 생산을 아웃소싱한 것처럼 팬택도 설계만 하고 생산은 모두 아웃소싱하겠다”며 운영 자금을 최대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팬택은 마케팅본부 아래 ‘IoT 사업실’을 신설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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