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총선타격이후 이전키로 한 중앙빌딩 7층의 새당사 내부. 입주를 앞두고 각종 집기를 쌓아놓은 새 당사 입구에서 한 당직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민주당이 새 집을 구했다. 구 한나라당사 옆의 중앙빌딩 7층에 새 당사를 마련한 것이다. 총선 타격으로 이젠 흉가로 변해버린 서울 여의도 당사(기산빌딩)에서 철수한 지 한달여 만이다. 그러나 기존의 당사와는 규모면에서부터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당직자들 사이에서 “아, 옛날이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총선 패배 후 수백명의 당직자들이 상주하던 옛 당사를 떠나, 중앙빌딩 7층으로 입주하는 민주당은 10층짜리 적색 대리석 건물의 7층 절반 가량(263평·실평수 160여평)을 사용하게 된다. 중앙에 실무부서들을 위한 부스가 마련되고, 국회앞 차로가 보이는 창가쪽은 당대표실, 그 옆은 사무총장실, 회의실 등이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 기자실과 대변인실이 당사의 한축을 이루게 할 방침이다보니 공간이 부족, 사무총장실은 또 한 명의 고위당직자가 함께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당직자는 20여명 정도가 상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6월 중 입주를 목표로 내부 집기를 정리하고 있는 상태다. 임대기간 1년에 임대료는 1억원 미만으로 알려졌으며, 후원회는 물론 정책연구소 등도 모두 입주한다고 전해진다.사실 민주당은 정당 입주에 따른 타 입주자들의 부정적 시각을 우려해 조용히 일을 추진했다. 체납 임대료 48억원을 갚지 못해 여의도 기존 당사에서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민주당은 여의도 일대 300평 안팎의 사무실을 구하려 10여곳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물주들이 “정당은 곤란하다”며 한결같이 손을 내젓는 바람에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고 전한다.이런 과정에서 길거리에 나 앉게 될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을 구한 인물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박세준씨.대한염업조합이사장이기도 한 박씨는 중앙빌딩의 건물 소유주인 이화재단(이화여고 운영)과의 ‘친분’을 앞세워 설득에 성공했다는 후문.협상과정에서는 “당사라기보다는 연구소 위주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대부분의 당 기구가 국회에 남는 조건으로 민주당은 국회 앞에 새 당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발목을 잡던 48억원에 달하던 임대료 문제는 이정일 사무총장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우선 10억원을 갚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지난달 28일 오후 사무실 집기 정리를 위해 새 당사에 나왔던 한 당직자는 “예전 당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초라한 상태”라면서 “언젠가 다시 좋은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민주당은 입주와 함께 당명을 ‘새천년민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꾸고 로고도 변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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