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5명 ‘병역청탁’ 파문


2006년 연말연시, 연예계에 거센 ‘병역 비리’ 폭풍우가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 12일, 연예인 5명이 ‘군 면제와 입영연기를 해 달라’며 연예기획사들이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이 모 상사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군 검찰에 적발됐기 때문. 이런 사실이 보도된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당 연예인들이 누구인지 실명을 밝혀 연예계 활동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연예인 군복무 회피에 대해 강한 반발감을 드러내고 있다. 2년 전 영화배우 겸 탤런트 송승헌과 장혁, 한재석의 ‘병역비리’ 파문을 또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사건이다. 그들은 지난 2004년 병역 비리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군에 입대했으나, 최근 전역한 이후 팬들의 환대를 받으며 성공적인 연예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터지는 연예인 병역비리의 전모를 살펴본다.


지난 12일, 일부 연예인들이 군대 면제나 연기를 위해 ‘병역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
해당 연예인들은 입대중인 개그맨 A(27), 영화배우 B(26), C(25), D(24)씨와 가수 E(28)씨 연예인 5명. 이들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들은 조직적으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이 모 상사에게 병역 ‘면제와 연기’를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 개그맨 A씨는 입대중이고, 다른 연예인들은 금품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구속은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은 공인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다하라”, “군대에 가기 싫으면 연예계 활동도 하지 말라”는 등 온갖 원색적인 비난들이 난무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병역 청탁을 받은 사람은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상사인 이모씨. 이 상사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와 대기업 사장 등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병역 관리(?)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청탁의 대가로 보통 건당 200~500만원을 받았으며, 청탁이 실패할 경우에는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줬다. 그래야 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이씨에게 의뢰했던 연예인들은 모두 병역 혜택을 누리지 못했고, 연예 기획사들 역시 돈을 돌려받았다.
이 사건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는 정보를 돈을 주고 청탁하다니 연예인들이 너무 바보 같다”며 그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다.
이 상사는 병무청 민원실에 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입영정보를 가지고 연예인들을 속인 것. 여기에 병무청 특수모병관으로 일했던 자신의 ‘상식’을 보탠 것뿐이었다.

알고보니 1급 현역
대한민국 국민의 당연한 의무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연예인들은 그 어떤 사건보다 심한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이미 과거에도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병역 비리로 인해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우선 2002년에는 톱스타였던 가수 유승준의 ‘병역기피’ 사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유승준은 2001년 8월, 국내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4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01년 11월에 군에 입대해야할 상황에서 3개월간 입영 연기를 했고, 2002년 2월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했다.
하지만 2002년 1월 갑자기 미국 LA로 가서 미국 시민이 됐다. 이미 2000년에 미국 시민권이 신청된 상태였던 것. 당시 팬들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유승준은 신체검사를 당당히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팬들에게 공공연히 자신의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
하지만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후 유승준은 돌연 태도를 바꾸어 “한국에는 아무런 일가 친척도 없고, 모든 생활기반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팬들이 용서해준다면,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 국적만 미국 시민일뿐, 나는 한국사람이다”라고 강조해 많은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당시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자가 된 유승준에 대해 팬들의 강한 비난과 질타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또한 지난 2004년 톱스타 송승헌, 한재석, 장혁의 병역비리 사건 역시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당시 장혁은 불법으로 병역 전문 브로커에게 2,000만원, 한재석은 3,000만원, 송승헌은 1억 2,000만원을 주고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이들은 모두 ‘신장질환’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하지만 다시 신체검사를 받은 송승헌과 장혁은 고혈압 내과 질환 때문에 신체검사 3급 판정을 받았으나 병역 면제 사유였던 ‘신장질환’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한재석은 송승헌이나 장혁보다 더 건강한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송승헌과 장혁은 공소시효 3년이 지나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은 채 ‘현역입대’로 죄값을 대신했고, 한재석은 나이(입대 당시 31살)가 많다는 이유로 ‘공익요원’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이들 이외에 개그맨 신승환 역시 병역 비리로 적발됐는데, 신승환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즉각 구속됐다.

‘외면’ vs ‘환대’
유승준과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 병역기피와 병역비리 파문을 일으켰던 연예인들의 현재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유승준은 끝까지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결혼도 하고 음악활동까지 다시 시작하는 등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송승헌, 장혁, 한재석은 그동안 군복무를 이행했다.
병역비리와 관련해 똑같이 여론의 맹비난을 받았지만, 지난 11월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송승헌과 장혁은 여전히 톱스타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송승헌의 제대 당일에는 무려 200여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폭설 속에서 밤을 새며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을 정도.
뿐만 아니라 전역 이후 곧바로 대규모 해외 팬미팅을 갖는 등 식지 않은 한류스타의 인기를 과시했다.
이에 반해,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유승준은 ‘한국 컴백설’이 흘러 나올 때마다 여론의 강한 ‘거부’와 ‘외면’으로 인해 번번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병역면제 청탁이 단지 ‘군복무’만 마쳤다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송승헌의 연예계 컴백 성공을 보면 언뜻 그렇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100%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군복무를 마쳤으니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면죄부’를 주고 있다.

죄는 있는데 처벌은 불가?
그렇다면 이번 ‘병역 면제·연기 청탁’ 사건에 연루된 5명의 연예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상사는 청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결국 금품을 연예인들에게 돌려줬다.
이에 개그맨 A씨는 현재 군 복무 중이며, 나머지 4명의 연예인들에게도 실증법 위반으로 죄를 물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에서도 이들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죄를 지어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돈을 돌려받아 죄가 없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도 없는 것.
또한 검찰단이 이들의 신원을 함부로 공개하게 될 경우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일. 때문에 검찰단은 진행중인 조사가 모두 끝난 뒤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공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혹시나’ 하는 초조함과 불안감에 떨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 상사의 고객 리스트가 아직 모두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상사의 계좌에 해명되지 않은 억대의 돈이 들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더 많은 범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으로 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연예계에 또 다시 ‘병역 비리’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 제대한 연예인들의 지금

전역 후 ‘제2의 전성기’ 누린다

‘군대 가면 연예인 생활 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군대 갔다온 연예인들이 오히려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최근 입대했던 남자 연예인들이 줄줄이 제대를 하고 있는데 그들의 식을줄 모르는 인기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우선 지난달 전역한 톱스타 송승헌은 곧바로 해외 팬들과 대규모 팬미팅을 갖는 등 한류스타로서의 인기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고, 비슷한 시기 전역한 장혁, 윤계상, 홍경인과 내년 초에 전역을 앞두고 있는 한재석까지도 소속사에서 차기작 준비에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들 역시 이들의 전역을 즐거운 마음으로 반기고 있는 상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바로 유승준과 송승헌-장혁-한재석에게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대를 가는 것이 연예인 생명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연예인들과 기획사 관계자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당연한 의무를 저버리는 일부 연예인들에 대해 여론이 얼마나 맹렬한 비난을 퍼붓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2004년 연예계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기 직전, 한국연기자협회에 소속된 20~30대 배우 중 28%가 병역면제를 판정 받았을 정도로 병역 기피 현상이 심했다. 이들의 면제사유도 정신병질환, 성격장애, 어깨 탈골, 무릎수술, 간질병, 허리디스크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2002년, 2004년 병역 비리 폭풍이 휩쓸고 간 뒤에는 군입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연예인들이 줄줄이 입대한 것이다.
탤런트 박광현, 지성, 가수 문희준이 현역으로 입대했고, 조성모, 김종국, 소지섭, 연정훈, 박정철, 이정진, 남궁민, 고수 등이 공익근무 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행하고 있다.
또한 신화의 에릭ㆍ이민우, 그룹 God의 김태우ㆍ손호영, 그룹 H.O.T 출신의 강타ㆍ토니안 등 톱스타들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 연예인들의 군입대 소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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