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 ‘파란 양의 해’가 저물고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국내외의 엄혹한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는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다짐조차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저물가·저출산이라는 ‘신3저’에다 고령화와 청년 일자리 절벽의 덫이 사면초가의 형극이다. 부의 대물림을 일컫는 ‘금수저, 흙수저’와 한국이 희망 없는 사회라는 ‘헬조선’이 2015년 신조어 1위-2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비관론이 엄습하고 있다.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 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말이 나온다. ‘어려울수록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할 수 있고,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는 해방 70년, 분단 70년을 보내면서 ‘선진-통일의 문’을 여느냐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史)이 처한 상황과 나갈 길이 함축되어 있는 말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개혁도 반드시 완수해서 미래 30년 성장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밝히며 ‘변화와 혁신, 도약의 길’에 국민 동참을 호소했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국정동력과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올해는 총선이 있고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박 대통령은 성공적인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많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법치의 확립’과 ‘국가 대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강제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이 한계에 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규제혁파와 서비스산업활성화, 그리고 역대 정부에서 해내지 못한 ‘4대 구조개혁’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으나 성과가 미흡하다. 그러나 모든 개혁은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고 결국 국민적 합의와 입법(立法)을 통해 이뤄진다.

광범위한 국정개혁 분야 중 가장 혁신돼야 할 곳이 정치권의 개혁이다. 낡은 수구좌파 이념, 정파 갈등이 혁신과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무능·무책임으로 ‘입법비상’을 자초한 19대 국회에게 환골탈태와 자기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하겠다.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강제해야 한다.

4.13 총선은 우리 경제를 포퓰리즘의 늪으로 밀어 넣느냐, 아니면 국가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마련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종북, 운동권과 지역주의에 매몰돼 통일과 개혁을 가로막는 자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대선 때까지 경제를 망가뜨려 놓으면 정권을 잡을 수 있겠지 하는 ‘비겁한 희망’도 분쇄해야 한다. 일하는 국회, 생산적 정치를 위해 입후보자들의 입법에 대한 신념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또한 총선 후에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개헌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87년 체제’로부터 정치를 해방시켜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다수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회선진화법을 총선 전에 폐기시켜 정치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저성장·고령화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정치 리스크’가 크다. 한국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으며,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고령화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정책은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인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지금은 변화의 반대는 정체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다. 한국의 ‘뉴노멀’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한강의 기적’은 한계상황을 노정하고 있다.

이제는 중견·중소기업을 활성화시켜 청년 고용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배와 양극화를 완화시켜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2014년 33.8%에서 2015년 35.7%로 상승해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출구조 구축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 부문은 단연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노동개혁은 이해관계자 간 합의로 미루다 끝내 해를 넘겼다. 정규직 노조가 노동귀족으로 군림하면서 노동 약자들은 비정규직·실업자로 밀려나고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활력이 사라지고 생산성을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혁도 시급하다. 제조업 위기, 서비스산업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낡은 규제 장벽을 혁파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과 같은 신산업 창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신 기업가 정신’, 리더들의 ‘창조적 리더십’이 모여 혁신에 나설 때다.

위기 극복의 혁신 DNA를 되살려야 한다. 광복 70년 동안 숱한 파란과 곡절을 뚫고 생존해 온 DNA가 바로 대한민국 ‘성공의 줄기세포’이다. 우리 기업들과 국민의 위기극복 DNA는 놀라운 역동성을 발휘했다. 우리가 선진·통일로 나아가려면 대한민국의 내부 에너지를 응축(凝縮)하여 재도약의 에너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공동체와 개인의 유대와 신뢰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일본의 저성장 트랙과 남유럽의 복지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사회 전체에 하면 된다는 ‘긍정(肯定)의 기풍’을 되살려야 한다. 경제 재도약의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국가개혁 실패로 저성장의 늪에서 헤맬 것인가. 아니면 다시 부활의 혁신 DNA를 되살릴 것인가. 작년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우리의 구조개혁과 경제혁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향해 던져진 시대적 과제들은 국민통합과 세대화합의 포용과 소통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이다. 한·일 국교 수립 50년 말미에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어 한일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의 틀을 마련했다. 위기는 기회를 잉태하는 법이다. 2016년 새해 아침, 우리는 비좁은 반쪽짜리 대한민국을 온전한 나라로 만들어가기 위해 올 한 해도 열심히 뛰어야 한다.
다시 도약하라! 대한민국.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