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교통사고일까 권력 암투일까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두고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장성택 처형, 현영철 숙청 등 권력핵심부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단순 사고보다 권력암투 과정에서 희생된 ‘위장 교통사고’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2003년 5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기 입원치료를 받다가 그해 10월 사망했던 김용순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외에도 2010년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종목 외교부 제1부부장, 김치구·이화영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실세들의 교통사고가 비일비재했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단순 교통사고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30일 국정원은 “김양건이 김정은 위원장과 반목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었다”며 “현재로선 교통사고 이외의 가능성을 보고 있지 않다”고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그러면서 “신의주에 있는 측정기구공장 시찰을 마친 김양건이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일(2011년 12월 30일) 기념행사에 참석하러 복귀하던 중 추돌사고가 났다”며 “김양건이 탄 차가 신의주로 향하던 화물차량과 추돌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북한에도 교통단속원들이 있지만 김정일 생일(2월16일)인 ‘216’을 시작으로 고위 간부들의 음주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권력암투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최용해 전 노동당 비서가 복권돼 김정은 최측근으로 부상한 김 비서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실제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선 김 비서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권력암투 차원에서 교통사고를 가장해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7122love@ilyoseoul.co.k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