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예견하면서도 완전 엇박자
“어디까지 내려도 견딜 수 있나?” 각국이 시험 중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2월 16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연준이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은 7년 동안 지속된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으며 9년반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고용 시장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판단했으며 인플레이션이 중기목표인 2%에 다다를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을 갖게 됐다”고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난 10월 이후 우리가 종합한 여러 정보는 미국의 경제활동이 적절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미국 경제의 시장 지표들은 꾸준한 취업률과 실업률 감소 등 앞으로도 개선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은행 대출 천천히 회복단계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강력히 예고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월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예금금리(ECB에 돈을 예치한 상업은행에 지급하는 금리)를 현행 -0.20%에서 -0.30%로 0.10%포인트 내렸다. 그리고 전면적 양적완화(QE) 시행시한을 적어도 오는 2017년 3월까지 늘리기로 했다. 매월 QE 규모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연준과는 거꾸로 가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능한 최저금리는 0%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사람들은 즉각 대안을 들고 나온다. 현찰을 은행에 맡기기보다 그냥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가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예금주들 가운데 일부는 현찰 보관이 번거로워 약간의 수수료, 즉 마이너스 금리를 감내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이러한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여겨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지난 18개월에 걸친 ECB의 비전통적인 정책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경제에 박차를 가하고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유력한 힘”이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대출은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고 불충분한 인플레이션과 회복세에 대한 끊이지 않는 우려는 더 많은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지난 9월의 금리인하 때 그는 “우리는 하한계(허용될 수 있는 하한값)에 있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그는 12월 3일 금리를 또 내렸다. 도대체 ECB는 금리를 어디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하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곳은 ECB만이 아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유로화에 페그제로 묶여 있는 자국 통화 크로네의 환율을 위협한 자본유입을 격퇴하기 위해 지난 3년 중 많은 기간에 걸쳐 정책금리를 0% 밑으로 묶었다. 지난 1월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은 스위스 프랑화를 대거 발행함으로써 유로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강세를 차단하려던 시도를 포기했다. 대신 이 은행은 투자자들이 스위스 프랑화를 사들이는 것을 단념시키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에 의존했다. 스웨덴중앙은행은 △자국 화폐 크로나를 약화시키고 △수입품 가격을 높임으로써 △인플레율을 목표치인 2%에 가깝게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월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가져갔다.

이들 나라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유로화에 대한 환율이다. 자국 화폐를 억누르기 위해 이들 나라 중앙은행은 ECB의 그것보다 0%에서 더 밑으로 내려간 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예금금리는 0.75%, 스웨덴의 그것은 1.1%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업은행은 중앙은행에 예치해놓은 돈을 굳이 현금으로 바꿀 이유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지급결제를 위해 은행들은 매일 은행들 사이에서 방대한 액수의 돈을 움직여야 한다. 방대한 양의 현찰을 세고, 보관하고, 운반하고, 보험에 드는 데 드는 비용은 상업은행으로부터 예치 받아 전자적으로 갖고 있는 예금에 중앙은행이 부과하는 자그마한 수수료(마이너스 이자)보다 훨씬 크다. 은행들의 준비금이 갖는 다른 용도는 다른 은행들에 그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에는 QE에 의해 창출된 과잉 유동성이 이미 차고 넘친다.

단기 시중금리 마이너스로

중앙은행의 예금이율은 오버나이트론(하룻밤 사이의 대부금)의 비용에 기준을 정한다. 그것이 단기 시중금리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유다. 실제로, 마이너스 정책금리, 그리고 채권 또는 외환 매입을 통한 중앙은행의 통화 창출은 유럽 전역에 걸쳐 국채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그것은 다시 은행이 신규대출에 부과하는 금리를 끌어내렸다.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의 비용 가운데 일부를 기업 고객들에게 전가했다. 기업들도 이동시키고 보관하는 비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현찰은 금기사항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채권을 구입하는 것이 명백한 대안이 되고 있는데, 이 역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왜냐하면 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최근 소규모 스위스 은행인 ‘올터너티브 뱅크 슈바이츠는’는 2016년 1월부터 개인계좌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은 그렇게 하면 고객이 계좌를 다른 곳으로 옮길까 봐 아직 예금에 수수료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은행 예금 잔고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은행들은 자기들의 수익을 잠식하는, 중앙은행 예치금으로 인한 비용을 그냥 흡수했다. 이번에 ECB가 예금금리를 더 내리는 바람에 유럽은행들의 순이익은 6%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듯 금리가 계속 아래로만 움직이자 대담한 제안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중앙은행의 수석 경제분석가 앤디 할데인은 지난해 9월 한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더 허용하는 범위를 제시했다. 아예 현금을 전면 폐지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 하버드대학의 켄 로고프 교수는 미국인 한 명 당 현금 4000달러가 유통된다면서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세무당국이나 경찰로부터 거래를 은닉하는 데 사용되므로 그런 행동을 막기 위해, 그리고 중앙은행들을 돕기 위해 아예 현금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한없이 내려가기만 하는 유럽의 금리는 결국 경제에 해를 입힐 것이 분명한 만큼 유럽의 금리 내리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