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유명 연예인 대권후보 ‘줄서기’

얼마 전 5·31 지방 시의원 선거와 관련해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에 대거 동원돼 물의를 빚었던 사건이 있었다. 물론, 연예인들도 유권자이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고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당 연예인들이 금품을 받고 이벤트 행사에 참여했다해서 문제가 됐다. 반면 지난 2002 대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소신을 가지고 특정 정치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2007년 대선을 1년 앞두고 벌써부터 연예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각 대권 후보들과 친분이 두터운 연예인들을 알아봤다.


“보통 선거를 앞두고 연예인들이 정치인들에게 붙는다기보다, 정치인들이 먼저 연예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죠.”

정치인은 연예인을 좋아해?
이는 현직 국회의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명박 전시장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정 의원. 그의 말은 선거를 앞두고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뜻.
사실 지난 2002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양쪽에서 수많은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이회창 전후보측에선 개그맨 심현섭, 박철 등을 중심으로 이덕화, 유동근, 전인화, 사미자, 양택조, 이순재, 조용필, 현철, 김수희, 설운도, 태진아, 구봉서, 배삼룡, 송해 등 약 1,300여명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특히 박철과 심현섭은 ‘한사랑 자원봉사단’의 공동 단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이밖에 성악가 김동규 등 일부 가수는 각종 행사에 축가를 부르면서 이 후보측을 도왔다.
노무현 대통령 측에선 이미 잘 알다시피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이 주축이 되어 선거운동을 펼쳐나갔다. 이밖에 탤런트 권해효, 방은진, 가수 정태춘, 안치환, 전인권, 한영애, 크라잉넛, 자우림, 윤도현 역시 대내외적으로 노대통령의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정몽준 전후보 역시 호랑나비의 김흥국과 강부자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을 펼쳤다.
연예인들도 유권자이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남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쉽게 동요된다.
본업인 연기를 접고,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던 문성근과 명계남이 대표적인 예다. 문성근은 ‘왜 노무현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중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서 명연설을 펼쳤고, 많은 사람들이 이 연설에 감동을 받았다.
명계남 역시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 등을 통해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당선시키자’며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는 등 노 대통령을 도왔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전 국민이 ‘선거’에 빠져있었지만 연예인들의 ‘장외 전쟁’이 선거분위기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음은 모두가 알고도 남는다. 또한 누구보다도 문성근과 명계남이 노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공신’ 임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이 연예인들의 덕을 보게 되자, 이제는 선거 때만 되면 자연스럽게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이름이 같이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이명박 - 유인촌, 보아, 패티김 등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들 역시 인기 연예인들과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이명박 전시장은 공식적으로 탤런트 유인촌과 돈독한 사이임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유인촌은 80년대 드라마 ‘야망의 계절’에서 우연히 이 전시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이 전시장과 남다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인촌은 지난 2004년 3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이 전시장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유인촌은 배우이자, 교수이며, ‘배우’를 천직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지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지낸 2년여간 서울시 전반적인 문화활동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다녔기 때문.
지난 9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자리를 내놓고 지금은 일본 유학중이지만, 유인촌은 여전히 이 전시장 측과는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Hi-seoul 페스티벌에 참석해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연예인들도 이 전시장과 남다른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장의 한 측근에 따르면, MC 임백천·김현주 부부는 이 전시장이 주최했던 각종 행사에 사회를 보기도 했고, 배우 강수연과 채시라 역시 이 전시장과 인터뷰를 하는 등 자주 만남이 있었고, 황현정 프리랜서 아나운서 역시 각종 행사에 참여해서 이 시장을 도왔던 사람 중에 한명이다.
가수 중에는 보아, 패티김 등이 이 전시장과 남다른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아는 ‘서울의 빛’이라는 노래까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만들어 부르면서 서울시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패티김은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이 전시장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수많은 연예인들이 대선에서도 이 전시장을 도와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전시장측도 ‘유인촌’ 이외의 다른 연예인들이 대선까지 도와줄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연예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과 한번 인연을 맺은 수많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노선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해당 정치인을 도와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한번 인연을 맺은 연예인들은 대개 끝까지 함께 간다는 이야기에 무게를 실어줬다.

박근혜 - 친분있는 연예인 공개 힘들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 역시 수많은 연예인 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박 전대표 측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려했다.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대표가 각종 행사 등을 통해 만남을 가진 연예인들이 물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해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대표적으로 가수 설운도가 박 전대표와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설운도 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전대표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설운도씨가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때부터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박근혜 전대표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시장 역시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다”며 “특정 후보 측에 치우쳐 보이기를 꺼려했다.

고건 - ‘희망연대’ 발기인 강우석, 김성환
평소 주위에 신뢰가 높은 사람들만 기용하는 고 전총리의 특성 때문일까. 고건 전총리는 비교적 연예인들과의 친분이 적은 편이다.
고 전총리의 한 측근은 “선거 유세를 하는데 연예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고 전총리는 공직에만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에 연예인들과는 별로 친분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도 고 전총리가 주관하는 ‘미래와 경제’, ‘희망연대’의 발기인에 참여했던 탤런트가 약간 관련이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희망연대’는 사실상 고 전총리의 대선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희망연대의 발기인에 포함된 눈에 띄는 연예인은 탤런트 강우석과 김성환이 이름을 걸어놓았다.
하지만 탤런트 강우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희망연대 발기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잘 아는 후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무슨 정치적인 뜻이나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 전총리를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와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정동영 - 조영남, 송대관, 박상원, 정준호
또 한명의 유력한 대선 후보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의장. 정 전의장 측에도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가수 조영남, 송대관, 탤런트 박상원, 정준호 등이 대표적이다.
정 전의장의 한 측근은 “조영남이나 정준호 등 일부 연예인들이 정 의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들이 대선을 위해 옆에서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대선을 겨냥해 도와주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그 이유.
지난 10월 100일간의 민심대장정의 막을 내린 손학규 전경기도지사 주위에도 연예인들이 끊이질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손 전지사가 어디에 있든지 각종 연예인 모임 및 유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연예인들이 직접 찾아와 손 전지사에게 ‘눈도장’을 찍으러 다녔다는 얘기다. 짧지 않은 대선 레이스에서 어느 주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친분을 쌓아두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 정치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을 위한 ‘연예인 끌어들이기’ 작전에 돌입했고, 일부 연예인들은 벌써부터 ‘어느 쪽에 줄을 서야 될까’ 서로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가수 설운도 측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경선이 끝나봐야 확실히 누구를 지지할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 않았고, 고건 전총리의 대선 조직이라 불리는 ‘희망연대’의 발기인으로 있는 탤런트 강우석 역시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처럼 말이다.
공식적으로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은 “대선을 겨냥한 줄서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요즘. 제2의 문성근과 명계남이 다시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노사모 이끈 ‘명계남’의 빛바랜 정치 소신

“요즘은 바다에 푹 빠져 살아요”

지난 2002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도왔던 명계남은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았던 명계남. 하지만 그는 최근 ‘바다이야기’ 특혜 의혹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면서 연예인과 정치인 사이에서 모호한 색깔을 지니게 됐다.
명계남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은 바다이야기에 푹 빠져 살고 있어 괴롭다”면서 “더 이상 정치와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좀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는 “차라리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를 할 정도로 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실, 연예 활동은 아예 중단한 상태.
이어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요즘에 정치인과 거론되는 연예인들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물론, 그는 ‘연예인들도 유권자니까 얼마든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는 “그렇다”고 수긍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과거 연예인임에도 소신을 가지고 선거유세에 앞장섰던 모습과는 사뭇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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