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정치권을 흔들었던 현대비자금과 불법 대선자금 및 비리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법원에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방탄국회’의 보호를 받다 구치소에 쓸려 들어갔던 정치인들은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법원의 엄단 의지에 고개를 떨구고 구치소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결국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청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서울구치소(소장 이준하)는 이른바 ‘범털’들의 집합소가 되어 버렸다. 300여 개의 독방을 갖추고 있는 서울구치소는 지난 해 말부터 권노갑 전 의원, 박지원 전 비서실장, 손길승 SK 회장, 최도술 씨를 비롯한 대통령 측근, 장·차관, 전직 의원, 재벌 회장 등 저명 인사 수십명이 속속 사법처리되면서, 독방이 정치인들로 북적였다.

박용철 서울구치소 보안과장은 “수감자들의 생활을 일일이 설명해 줄 수는 없다”며 ‘범털’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공개하기를 꺼려했지만 일단 수감된 정치인들은 면회오는 측근이나 가족들에게 자유가 박탈된 구치소 내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억울함을 주로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등에 불려 가 보강조사를 받는 데 썼다.그러나 이들은 1∼2평 크기의 독방에서는 독서, 영어공부, TV시청 등으로 수감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감된 정치인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높은 콘크리트담으로 둘러싸인 구치소 안 20여 평의 운동장에서 걷거나 뛰는 운동을 거르지 않는 등 구치소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구치소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이른 바 VIP급 수형자를 위한 독방이 부족해지고 주말에는 면회객들의 고급 승용차들이 빼곡이 들어차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독방에 수용될 만한 거물급 수감자도 현역 의원들의 줄구속으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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