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객 동원한 4편 영화 비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전국이 ‘괴물열풍’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괴물은 지난 16일, 1,000만 관객을 가뿐히 넘으면서 한국영화 사상 4번째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4편의 영화들은 제각각 스타감독, 흥행배우, 참신한 소재, 탄탄한 스토리 등 다양한 요소들을 부각시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영화들의 흥행 요소는 어떤 것이 있으며, 한국영화사에서 큰 획을 그은 4편의 영화 특징을 비교 분석해 봤다.


남과 북의 분단과 전쟁, 소외된 약자 등 주요 소재
해외 언론 호평과 관심, ‘왕남폐인’ 신조어도 생겨


영화 괴물의 흥행 속도가 무섭다. 개봉 21일 째인 지난 16일,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으면서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좀처럼 대박 행진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사상 지금까지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003년 ‘실미도’,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왕의 남자’ 그리고 2006년 ‘괴물’을 포함해 모두 4편.

“100만명의 관객만 동원해도 성공한 영화”라는 인식이 불과 10년 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1,000만 관객을 동원해야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됐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시장이 확대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발전했다는 뜻. 영화 ‘괴물’의 1,000만 관객 돌파 즈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4편의 영화를 비교 분석해보고, 흥행의 요소를 살펴봤다.

실미도→ 태극기→ 왕의 남자→ 괴물

한국영화사상, 1,000만 관객을 넘은 최초의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2003).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북파공작원’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다루면서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이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정치적인 쟁점으로 이슈화되는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와 큰 반향을 일으켰을 정도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는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개봉 58일만에 1,10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실미도 이후 한국영화 사상 1,000만 관객을 넘는 영화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2004년 강제규 감독이 또 다시 일을 저질렀다. 이미 1,998년 영화 ‘쉬리’를 통해 62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강 감독은 남과 북의 분단과 ‘형제애’를 소재로 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어 내며, 또다시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개봉 39일만에 1,17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이후 웰컴투 동막골(2005, 800만), 가문의 위기(2005, 566만) 등이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1,000만의 고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2005년 12월 29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조용하게 개봉됐던 영화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사상 세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왕의 남자’는 40억원의 비교적 저예산, 스타급 배우들의 부재, 적은 개봉관수(220개), 소외되어 오던 ‘사극’ 소재 등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던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신인 배우 이준기의 인기에 힘입어 ‘왕남 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흥행가도를 달렸다. 결국 ‘왕의 남자’는 개봉 45일 만에 1,23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현재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이 거침없는 흥행질주를 계속하고 있어, 흥행 1위의 자리는 조만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00만 영화의 공통점 ‘페이소스’

대한민국 국민 4명중에 1명이 관람하게 만드는 힘. 1,000만 관객을 끌어들이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거대한 힘에 의해 제압당하는 ‘약자의 눈물’로 분석할 수 있다. ‘실미도’는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소리없이 희생된 죄없는 약자’가 주인공이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남과 북의 전쟁과 분단속에서 ‘헤어진 형제’들이 주인공이다. 또한 ‘왕의 남자’에서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힘없는 광대’들이 그 주인공이고, ‘괴물’ 역시 뭔가 부족해 보이는 ‘힘없는 소시민’이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이다.

이렇게 남과 북의 분단, 전쟁, 사회로부터의 소외된 광대와 소시민 등 약자들을 향한 ‘측은지심’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 때문에 영화에 집착하게 되는 것.
특히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남북 분단과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50~60대 중년층까지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면서 공감대를 이끌었고, 왕의 남자와 괴물 같이 ‘소외된 약자’를 다룬 영화는 권력층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4편의 1,000만 영화, 두드러진 특징

이 영화들이 갖는 의미는 저마다 다르다. 우선 ‘실미도’는 “한국 영화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영화다. 또한 한국 역사에서 영원히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실미도 684부대 북파특수부대원’을 소재로 다뤄,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보상 등을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렸다. 결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최근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은 영화 ‘실미도’의 1,000만 관객 동원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줬다. 또한 한국형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평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왕의 남자’는 톱스타와 블록버스터 등 특별한 흥행 요소가 없어도 영화가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준 영화다. 또한 ‘왕남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한 영화를 극장에서 10~20번 이상 관람하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한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괴물’은 1,600개의 상영관중 620여개의 상영관을 독식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 전반에서는 ‘마이너 쿼터’등 마이너리티 영화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또한 ‘괴물 영화를 자막없이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한 관객의 말처럼, 국내 최초로 시도된 괴물영화의 성공 역시 자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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