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망론’이냐, 박근혜 정부 ‘순장조’로 남느냐
이정현 생환 여부에 따라 대권주자로 발돋움
안철수 신당-더민주당 간의 혈투…이정현에겐 유리?
예산 폭탄 약속 지키지 못한 부분 악재로 작용할 듯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내년 총선에서 여권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대격전이 예고된 가운데 야권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3선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순천·곡성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서는 이 최고위원과 야권에선 전현직 의원은 물론 안철수 신당 후보들도 이곳을 ‘노크’하고 있다. 야당의 텃밭에서 한 차례 승리한 이 최고위원은 결국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도 또 한 번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 일각에선 이 최고위원이 패배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용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승리할 경우엔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벌써부터 총선 승리를 전제로 여권에선 ‘유승민-이정현’, 야권에선 김부겸 전 의원이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를 것이란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의 텃밭으로 불리는 전남 순천·곡성은 지난 19대 총선 때까지 야권의 명실상부한 텃밭이나 다름없었다. 야권이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김선동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지난 2014년 재보선이 펼쳐질 당시 새누리당은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을 ‘히든카드’로 출격시킨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고군분투하며 지역을 뛰어다닌 덕에 야권의 서갑원 전 의원을 물리치고 여의도에 당당히 입성했다. 급기야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노무현 사람’인 서 전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누르면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권’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반면, 텃밭에서 패배했던 야권으로서는 뼈아픈 지역일 수밖에 없다. 이를 계기로 호남 민심에서조차 외면당하면서 야권은 각종 재보선 때마다 패배해 ‘선거 패배 공포증’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정현 “유권자만 보고 선거
운동 준비 중“

20대 총선에서도 이 최고위원은 전남 순천·곡성에 또 다시 도전하기 위해 표 다지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 최고위원 측은 “본인의 소신대로 주민과 유권자들만 보고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야권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 ‘힘든 싸움’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해 3선 의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야권의 변수가 있는 상황이지만 3자 구도가 형성됐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이 최고위원이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만큼 승리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에선 이 최고위원에게 대적할 만한 후보는 전무한 상태다. 대신 야권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광진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서갑원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안철수 신당에서도 구희승 전 광주지방법원 판사를 내세울 채비를 하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손훈모 변호사도 지난 6일 안철수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며 탈당을 선언했다.

노 전 순천시장 역시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전 시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분오열 돼서 싸우는 것은 야권에 몸담은 후보로서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왜 빨리 신당으로 가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할 경우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방안으론 무소속 출마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 후보들이 향후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전남 순천·곡성 지역은 새누리당, 안철수 신당, 노 전 시장 등 4파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야당의 분열은 이 최고위원에게 ‘호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최고위원은 지역구민을 위해서만 뛰겠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나 정치권 지각변동보다는 지역구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이 최고위원의 입장이다.

한편 이 최고위원의 3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이 최고위원은 ‘예산폭탄’ 등을 통해 19대 재보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당선됐으나 의과대 유치 문제 등이 지켜지지 않아 현 정부 실세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남 민심이 이 최고위원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오히려 안철수 신당이나 더민주당으로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재보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서갑원 전 의원과 노관규 전 시장 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일부 표가 이 최고위원에게 쏠려 40%대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보선 당시 노 전 시장이 서 전 의원에게 패배하자 노 전 시장의 지지층이 이 최고위원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현역의원인 김 의원이 뛰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김 의원이 당내 경선만 통과한다면 노 전 시장과 서 전 의원 지지층이 여권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서 순천·곡성이 나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변수다. 현재 순천이 단독 선거구가 되고, 곡성이 광양·구례와 합쳐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역구에서 곡성이 다른 지역으로 합쳐질 경우 곡성이 고향인 이 최고위원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 측은 “곡성은 ‘고향’이고, 순천은 ‘정치적 기반’이 되는 곳이다.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고, 그냥 선거구획정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현재 전남 순천의 민심은 어떨까.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김 의원과 가상대결에서 승리했다. 이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43.7%였고, 김광진 의원은 24.7%였다

현재 민심은 이정현
그러나 변수는 많다

노관규 전 시장과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최고위원은 39%의 지지를 얻어, 34.2%에 그친 노 시장을 4%이상 앞질렀다. 재보선 상대였던 서 전 의원과의 대결에선 압도적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47.8%, 서 전 의원은 24.2%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역별로도 고른 지지를 받았다. 고향인 곡성에서 60%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이 최고위원은 곡성에서 67.9%(김광진 상대), 64.3%(노관규 상대), 64.1%(서갑원 상대)의 지지를 받았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잠재적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정치권 내에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이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 큰 메리트라고 말한다. 실제 여당 내 잠룡들을 살펴보면 PK(부산·경남) 출신으로 김무성 대표, 안대희 전 대법관, TK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에서 영남 출신은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 신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존재하는 만큼 여권 내 호남 출신인 이 최고위원도 충분히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생환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패배한다면 ‘대망론’은 하나의 꿈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순장조’로 남아 정권이 끝난 후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호남에서 당선된다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권 후보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으로서 ‘친박 대권 후보’ 중 한 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최고위원이 다시 적지에서 살아올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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