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 탤런트인 정욱씨와 그의 아들 정유찬씨 부자가 다단계 방식의 유사수신행위로 회원들로부터 1,000억원을 받은 혐의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정욱씨가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점을 이용해 매일 전국을 돌며, 투자 설명회를 열면서 회원을 모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회장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N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제작과 오락, 영상, 절전기, 건설 등의 사업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명 연예인이 참가한 다단계 사업이 성황을 이루자 연예계 안팎에는 ‘다단계 연예인’ 주의보까지 내려질 정도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7일, 중견 탤런트 정욱씨와 그의 아들 정유찬씨는 유명세를 이용해 회원을 모은 뒤, 비현실적인 수익금 배당을 약속하는 수법으로 1,000여억원의 거액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정욱-정유찬 부자 1천억대 투자유치

이들 부자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신정동에 N 엔터테인먼트를 차린 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두 차례씩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멀티박스사업과 전력절감기 판매사업, 인터넷쇼핑몰, 성인오락기 사업 등에 투자하면 약 4개월 동안 투자금의 150%에 이르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투자자 9,918명으로부터 1,034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또한 회원 50여 명에게 회사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내줄테니 1억원 이상을 투자하라고 속여 돈을 모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끌어모은 회원들로 인해 회사가 생긴지 몇 개월 안됐는데, 직원은 1만여명이 넘는다.

정욱씨의 아들 정유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N 엔터테인먼트는 오락기, 영상기, 건설 등의 사업 이외에도 최근에는 차예련-장근석 주연의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제작하면서 영화산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정씨는 이 회사가 주력하던 성인오락기 사업이 더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자 4월부터 전국 50여개 지점을 돌면서 투자설명회에 참여해 총 750여억원을 모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을 돕기 위해 투자설명회에서 격려사를 했을 뿐, 직접 투자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유명 연예인의 등장으로 인해 쉽게 믿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수익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개월 동안 투자금액의 150%를 돌려준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흥분하면서 “이자가 비싼 사채이자도 법적으로 연이율 66%가 한계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 전원에게 이런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연예인들 다단계 업체와 관련

유명세를 이용한 연예인들의 다단계 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차례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서 부업으로 다단계에 참여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원로 유명연예인 A씨가 3,100억원대 불법다단계 업체의 명예회장을 지내면서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A씨는 주 3~4회 출근해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제품을 홍보하는 등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최근에는 국내최대 다단계 판매업체인 제이유 그룹이 각종 불법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 역시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등 유명 인사를 활용한 현혹 마케팅을 사용해 문제를 일으켰다.제이유 파문에 연루됐던 연예인들도 적지 않았다. 우선 현재도 브라운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탤런트 K씨는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밖에도 가수 P씨 역시 수십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제이유 파문 이전에도 유명 진행자로 잘 알려진 S씨,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J씨, 중견탤런트 T씨 등 다단계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던 연예인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본업은 그대로 수행하면서 회원으로 가입만 해놓으면 ‘수당’이 떨어진다는 소리에 쉽게 가입한다”면서 “다단계 사업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연예인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방송인들과 촬영 스태프들 역시 상당수가 이런 종류의 다단계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욱씨 이외에 수천억원대의 다단계 업체를 뒷 배경으로 갖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더 있을 것” 이라고 말해 연예인 다단계 수사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단계 판매라고 해서 모두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등록을 마친 업체이면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피해자와 피해액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 이름에 현혹

또한 회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현혹하는 연예인들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수익구조를 그대로 믿은 회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회원들이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수익구조를 그대로 믿고, 불로소득을 노린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참여하는 주식이 증권시장에서도 급상승을 하는 등 연예인만 참여했다 하면 일반인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라간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줬던 신뢰감 있는 연예인들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그대로 믿었다가는 그야말로 큰코 다치게 된다. 공인의 신분인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본분을 잊지 말고, 공인으로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예인이 하는 일이라면 귀가 솔깃해서 무조건 따라하는 일반인들, 공인의 신분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연예인들, 모두의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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