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과 중국의 북한 감싸기 작태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북방정책이 북·중에 의해 얕잡히고 농락당했음이 다시금 입증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작년 10월 대북전단 풍선에 기관총을 발사하자 거기에 겁먹고 민간인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켰다. 정부는 또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등탑’에 불을 밝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자유에 대한 동경심을 유발해왔으나 북한의 “조준폭파” 협박에 휘둘려 다시 불을 켜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남측지역에 지뢰를 몰래 부설, 작년 8월4일 우리 군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정부가 보복으로 대북 확성기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북한은 8월20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남측으로 고사포와 직사포를 발사, 도발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대응 포격에 나섰으면서도 북한의 “선제 도발 원점”에 대한 타격은 못 한 채 멈췄다.

8.20 DMZ 포격전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양측은 8월25일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8.25 합의문’에서도 지뢰도발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은 받아내지 못한 채 ‘유감’ 표명만으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켜 주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초기엔 강력히 대응하는 듯하다가도 슬며시 물러서곤 했다. 김정은은 뒷심 없는 남측의 대응을 얕잡아보고 4차 핵실험에도 거리낌 없이 나섰다. 김은 4차 핵실험을 해도 남한은 늘 그랬듯이 초기엔 펄펄 뛰다가도 얼마 못가 대화하자며 유화적으로 나오리라고 예측한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농락당했다. 정부는 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를 반대하자 사드 도입을 미룬 채 중국 눈치만 살피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 중국 베이징 텐안먼(天安門) 광장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중국과)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믿고 통일과 안보문제 까지 중국에 의존하려 한다는 불안감을 금치 못하게 했다.

중국은 예상했던 대로 한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북을 싸고돌았다. 우리 국방부가 작년 말 개설해 놓은 한·중 군사핫라인 통화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1주일이 지나도록 대답이 없다. 박 대통령은 즉각 미국 대통령 및 일본 총리와 통화 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1주일이 지나도록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은 북핵과 관련, “대화를 통한 해결” “절제”만을 요구하며 남한의 대북 강경대응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이 오판한 것처럼 믿을만한 “파트너”가 아님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13일 신년담화를 통해 밝힌 대로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인데 중국은 어려울 때 박 대통령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앞으로 “필요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에 대한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문제를 푸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해 주고 북한을 버리고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지해 줄 것으로 착각한 탓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요서울’ 칼럼을 통해 중국에 대한 착각과 오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중국이 박 대통령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하고 한·중 핫라인을 개설하며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많이 팔아주는 등의 환대는 박 대통령이 예뻐서가 아니다. 한국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떼어내 중국 손아귀에 잡아넣기 위해서다. 북핵 폐기와 통일 그리고 안보를 지켜줄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우방국들뿐이다. 중국에 대한 착각과 오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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