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야, 고니야, 이루, 인어’. 한눈에도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이 단어들은 바로 최근 활동하고 있는 신인가수들의 이름이다. 위에 열거된 이름만 봐서는 전혀 뜻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무슨 장르의 음악을 하는지 ‘가수의 색깔’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인들이 앞다투어 이런 예명들을 사용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빠른 시간안에 사람들에게 신비로움과 강렬함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음반시장의 침체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예명’으로 강렬한 이미지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기존의 가수들마저도 예명으로 다시 ‘재데뷔’를 하는 이색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독특한 예명이 연예인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신인 가수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씨야’, ‘고니야’, ‘이루’, ‘인어’, ‘레오’, ‘메이비’, ‘투엔비’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이색 예명은 과연 이들이 가수 활동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지 마케팅 일환

3인조 신인여성그룹 ‘씨야(Seeya)’. 씨야는 ‘see you always’로 팬들과 언제나 음악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보람·남규리·김연지로 이루어진 3인조 여성그룹으로 데뷔한지 한달도 안된 신인그룹. 하지만 앨범 발매 일주일 만에 각종 음악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여자 SG 워너비’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한명의 신인가수 메이비(May+Bee). 메이비의 이름은 ‘5월의 꿀벌’이라는 뜻으로 데뷔곡 제작 당시 함께 일한 프로듀서가 ‘화려하게 꽃 피우라’는 의미에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메이비의 원래 본명은 김은지. 이달 첫 앨범을 발매한 메이비는 지난 6년 동안 톱스타들의 작사가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가수다.특히 이효리의 히트곡 ‘텐 미니츠’, ‘겟 야’ 등을 작사한 작가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쇼! 음악중심’에서 처음 방송에 출연한 가수 메이비는 그녀의 이름처럼 ‘5월의 여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신인 여가수 반디(본명 박채원) 역시 예쁜 예명을 가지고 있다. ‘반딧불’에서 따온 이름으로 ‘세상을 밝게 하겠다’는 반디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지난 3월 첫 앨범을 발매한 솔로 남자 가수인 ‘고니야(본명 박일곤)’는 지저귐이 없다가 죽기 전에 피를 토하고 죽는 고니에서 따온 이름이다.

고니처럼 죽기 전에 힘을 다해서 노래를 하듯 열심히 노래를 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노래를 불렀기 때문일까 고니야는 타이틀 곡 ‘지우개’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다음 카페에 조회건수가 순식간에 5만건이 넘어가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의 아들도 가수로 데뷔하면서 ‘이루(본명 조상현)’라는 예쁜 이름을 사용한다. ‘이루’는 한자 ‘새길 루’를 써서 ‘가요계에 이름을 새긴다’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신인 여가수 ‘인어(본명 윤지숙)’ 역시 예명 치고는 너무 독특한 이름을 쓰고 있다. 인어는 동화속 인어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잃고 물방울이 되는 이야기에서 뜻을 따왔다고 한다. 또 한명의 남자 가수 이로(Iro)는 본명인 김일호를 좀더 부르기 쉽게 바꾼 이름이다. 이로는 최근 나훈아의 히트곡 ‘갈무리’를 힙합으로 리믹스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시 트로트 가수 ‘태윤스 맘’은 실제로 아들 이름이 ‘태윤’이어서 ‘태윤스 맘’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탁재훈 최진영 효과 봐

과거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기존의 가수들도 최근 예명으로 다시 가요계에 등장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최근 발라드곡 ‘너를 잊은 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신예가수 레오(Leo)는 지난 96년 ‘어떤가요’로 유명했던 가수 이정봉이다. 목소리를 들은 팬들의 예리한(?) 청각 때문에 이정봉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이정봉측은 예명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음악으로만 승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봉 이전에 ‘컨츄리 꼬꼬’의 탁재훈도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버리고 솔로 가수로 데뷔할 때 이 방법을 썼다. 탁재훈은 2004년 ‘에스파파’라는 예명으로 활동해 음반 발매 3주만에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에서 판매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과거에는 연기자 박용하도 드라마 ‘올인’의 주제곡을 부르며 ‘Who’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자신의 정체를 숨겼던 적도 있고, 탤런트 최진영 역시 지난 99년 ‘스카이’라는 이름으로 가수로 변신했다가 인기를 얻은 후에 얼굴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모델이었던 강현수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브이원’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다시 데뷔했다.

네티즌들 즉각 반응

이런 현상에 대해 우선 음반 관계자들은 “신인들에게 이런 ‘예명’ 열풍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팬들 역시 최근 등장하는 신인가수들이 단기간에도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가창력과 더불어 ‘부르기 쉬운 이름’도 단단히 한몫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가수 ‘씨야’의 한 팬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조금 헷갈리기도 했는데, 이름을 자꾸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며 “또한 영어로 ‘내일보자’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참 예쁜 것 같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과거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기성 가수들에게도 ‘예명’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예명을 들고 나와 TV 등에도 출연하지 않고 철저히 ‘베일 마케팅’을 펼치면, 팬들이 그 신비로움과 궁금증 때문에 더욱 높은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대표적으로 과거 탤런트 박용하는 가수 ‘후’로 변신해 한류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쾌거(?)를 거뒀고, 탁재훈 역시 당시 ‘코믹한 유부남’ 이미지를 벗고, 가수로서 선입견 없이 팬들에게 다가가는 소득을 얻은 바 있다.

반면, 새로운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가려다가 들켜버린 가수 이정봉은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는 다소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로운 이미지로 가요계에 재데뷔하기에는 가수 이정봉의 목소리 색깔이 너무 짙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이정봉처럼 목소리에 개성이 강하거나 색깔이 짙을 경우에는 ‘예명’등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는 것보다 원래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 연기자들, ‘본명’으로 승부

가수들과 달리 연기자들은 본명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 특히 기존에 가수로 활동하다가 연기자로 전업을 했을 경우에는 더욱 자신의 본명을 사용한다. 우선 아시아의 톱스타로 군림한 가수 ‘비’는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자신의 본명인 ‘정지훈’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5인조 남성그룹 신화의 인기 멤버 ‘에릭’ 역시 연기자로 데뷔해서는 ‘문정혁’이라는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눈물연기로 극찬을 받고 있는 5인조 여성그룹 샤크라의 전 멤버 ‘려원’ 역시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본명인 ‘정려원’을 사용한다. 가수출신 배우 ‘하하’ 역시 최근 ‘하동훈’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간혹 이름이 너무 평범하거나 다른 연기자들과 겹칠 경우에는 자신의 이름 중 일부를 변경해서 쓰기도 하는데, 팬들이 이들의 이름 역시 예명일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에 출연중인 3인조 여성그룹 SES의 멤버였던 유진은 ‘김유진’에서 성을 뺀 자신의 본명을 쓴다. 또한 최근 가수, MC, 연기자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영 역시 본명인 ‘유현영’에서 성을 뺀 본명을 사용하고 있다. 또는 성이 특이해서 성만 바꾸어 쓰는 스타들도 있다. 바로 ‘엽기적인 그녀’, ‘데이지’ 등으로 영화배우로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전지현이 그 주인공이다.

전지현의 원래 이름은 ‘왕지현’. 하지만 데뷔 당시 중국 배우 ‘왕조현’과 헷갈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을 바꾸었다고 한다. ‘왕꽃 선녀님’, ‘마이걸’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다해 역시 본명은 ‘변다혜’라고 한다. 또 이름이 너무 예뻐서 당연히 예명으로 착각할 만한 스타들도 많다. 우선 ‘안녕하세요 하느님’, ‘다세포 소녀’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옥빈’은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다. 또한 최근 ‘하늘이시여’에서 눈물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고 있는 ‘왕빛나’ 역시 자신의 본명이다.연예계 한 관계자는 “작품마다 캐릭터가 바뀌는 연기자들에게는 솔직히 예명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본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가수들이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기존의 예명을 버리고 본명을 사용하는 것은 연기자로서 새롭게 인식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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