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3사가 메인 연예프로그램의 여성 MC를 모두 교체했다. 탤런트 남상미가 SBS ‘생방송 TV 연예’, 탤런트 현영이 MBC ‘섹션TV 연예통신’, 강수정 아나운서가 KBS ‘연예가 중계’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하게 된 것. 우선 3명의 MC 중에서 지난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남상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순부터 프로그램을 맡게 된 현영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3월 중순부터 연예프로그램 MC 대열에 합류한 강수정 아나운서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방송사가 비슷한 시기에 메인 연예프로그램의 여성 MC를 교체하자, 이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MBC, KBS, SBS 방송 3사가 모두 메인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여성 진행자를 교체했다. 우선 SBS가 가장 먼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SBS ‘생방송 TV 연예’는 지난 1월, 장서희의 후임으로 신인에서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탤런트 남상미를 기용했다.

MBC의 메인 연예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은 요즘 한창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현영을 내세웠다. 여성 아나운서를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전진 배치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KBS는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를 ‘연예가 중계’의 여성 진행자로 결정했다. “연예 오락프로그램 MC를 하지 못하면 스타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남상미와 현영, 강수정은 모두 현재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급들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을 봐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게다가 남상미와 현영은 지난 22일 시작한 SBS 드라마 ‘불량가족’에서도 라이벌 관계로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어떤 경쟁을 펼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지난해 12월, 장서희가 영화촬영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을 전격 하차하고, 그 뒤를 이어 신세대 스타 남상미가 SBS ‘생방송 TV 연예’ MC를 맡았다. 남상미는 고등학교 3학년때 한양대 앞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예계에 진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상미의 미모에 당시 한양대 게시판에는 ‘롯데리아에 기막힌 미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 때문에 남학생들이 아예 롯데리아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은 물론, ‘한양대 앞 롯데리아걸 클럽’ 다음 카페에 1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대중들의 쏟아지는 사랑에 필연처럼 연예계에 데뷔한 남상미의 인기는 도대체 식을 줄을 몰랐다. 그동안 여러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연기 연습을 해온 그녀는 지난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던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서 신인답지 않은 대담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스타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막상 남상미가 SBS의 간판 연예프로그램에 여성진행자로 낙점되자 주위에서는 비중있는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역력했다.

하지만 남상미는 그녀만의 맑고 순수해 보이는 신선한 마스크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매주 수요일 시청자들은 남상미의 해맑은 웃음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SBS ‘생방송 TV 연예’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차분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면서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겸손한 진행과 선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을 계속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특히 남상미가 이상한 의상이라도 입고 나올 때면 “예쁜 아가씨를 아줌마로 만들어 놓았다”며 “코디를 바꾸어야 한다”고 나서서 흥분하는 열성 팬들까지 있어 ‘해맑고 순수한 남상미’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다.

얼굴 마담 이미지 벗어야

지난 97년 SBS 슈퍼엘리트 모델로 방송에 처음 데뷔한 현영. 그러나 그녀의 연예계 생활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비음섞인 하이톤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아무 말이나 내뱉는 백치미까지 사람들에게 그녀는 ‘비호감’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172cm의 늘씬한 키와 솔직하고 애교있는 모습, 주위의 비난을 충고로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자세는 그녀를 ‘비호감’의 대명사에서 누구나 친근해 하는 ‘스타’로 탈바꿈시켰다. 방송가에서도 현영의 이런 위상 변화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최근에는 이에 걸맞게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오락프로그램 패널 등을 통해 ‘감초’ 역할만 해오던 현영이 SBS 드라마 ‘불량가족’에서 당당하게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는가 하면, 각종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가수로 전격 데뷔하기도 했고, 지난 2월 중순부터는 MBC의 간판 연예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의 안방마님 자리까지 차지하게 됐다.그동안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참하고 예쁘장한 여성 MC들이 ‘얼굴마담’처럼 남성 진행자의 보조 역할을 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영의 캐스팅은 대중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과거 여성 진행자들과의 이미지와 너무 안어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박현석 PD는 “현영의 톡톡 튀는 분위기를 활용해 기존에 비해 여성 MC가 적극적이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현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월 중순 첫 방송을 시작한 ‘섹션TV 연예통신’에서 현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직 분분한 상태다. 일부 시청자들은 “현영씨 목소리가 처음에는 특이해서 웃었는데, 자주 들으니까 이제는 연예 프로그램에 맞게 톡톡 튀면서 귀엽다”며 “프로그램에 생동감이 느껴지고,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즐거워져 너무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시청자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정신이 없다. 좀 더 조용하게 진행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너무 호들갑을 떨면서 오버하면 오히려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난했다. 현영이 ‘섹션TV 연예통신’의 MC가 된지 이제 막 한 달여 남짓 됐으니까, 앞으로 시청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현영에게 달린 듯 보인다.

아나운서와 연예인 ‘인기대결’

KBS는 간판 연예프로그램 여성진행자에 ‘강수정 카드’를 내놓았다. 강 아나운서는 지난 2002년 KBS 아나운서 28기로 데뷔해 해피선데이-여걸식스와 KBS 2FM 강수정의 뮤직쇼 등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을 일으켜왔던 장본인이다. 사실 강 아나운서가 준 연예인화 될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아나운서를 오락·연예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하자’는 KBS의 방침 때문이었다.

아나운서들은 높은 개런티를 지불해야 하는 연예인들과 달리, 몇 만원의 분장비만으로도 프로그램 MC로 기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 아나운서는 데뷔 이후 대부분 오락·연예 프로그램에만 출연해왔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 중 상당수는 그녀를 아나운서가 아니라 ‘연예인’으로 알고 있다. 이미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많은 인기와 더 높은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데도 직원 급여로 기용할 수 있으니 KBS가 강 아나운서를 ‘연예가 중계’에 여성 진행자로 낙점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강수정의 진행 스타일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다. 지난 18일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강수정씨가 기대 이상으로 잘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된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또한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발음과 자세 등이 안정이 되어 있다는 칭찬도 다수 있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아나운서가 단신처리에 너무 미숙했다”면서 “상대 파트너인 김제동씨와도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나는 것 같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라이벌 대결도 볼만해

남상미와 현영, 강수정은 모두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들이다. 특히 드라마와 연예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출연하면서 라이벌이 되어버린 현영과 남상미의 대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량가족’ 제작발표회에서 현영은 “연예 프로그램 MC가 경쟁하는 차원은 아니다. 각자의 스타일과 역할대로 진행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굳이 경쟁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며, 둘 다 라이벌 의식 느끼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남상미 역시 “현영씨와는 서로 라이벌로 만났으니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경쟁 의식을 감추지 않았다. 각 방송3사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