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TV 브라운관에만 출연해왔던 탤런트 김지수. 최근 그녀의 스크린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92년 SBS 공채 탤런트 2기로 처음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드라마 SBS의 ‘첫사랑’,같은 방송의 ‘흐르는 강물처럼’, MBC의 ‘보고 또 보고’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고, KBS 연기대상 우수상(1997), MBC 연기대상 대상(1998), SBS 연기대상 연기상(2002) 등을 수상하면서 연기 인생의 정점을 맞았다. 이후 그녀는 영화 ‘여자 정혜’를 통해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입성했고, 이 영화를 통해 제26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2005), 제4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2005) 등을 수상하면서 충무로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 정혜’ 이후 두 번째 영화 ‘로망스’를 통해 ‘멜로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지수를 만나봤다. 지난 13일 압구정 CGV에서는 김지수와 조재현이 주연한 영화 ‘로망스’ (감독 문승욱·제작 LJ필름)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지난해 ‘여자 정혜’로 충무로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그녀가 또 한편의 멜로물을 들고 관객을 찾은 것이다.

비극적인 사랑 ‘아픈 연기’

영화 ‘로망스’는 현실에 지친 두 남녀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혼과 빚보증에 집까지 뺏기고, 아이도 만나지 못하며 힘든 삶을 사는 형사 ‘형준’(조재현).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서 밀려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 ‘야수’처럼 살아가던 그에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윤희’(김지수). 돈 많고, 권력 있는 남편을 뒀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정신과 육체를 모두 남편에게 저당잡힌 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슬프면서도 공허한 눈빛이 형준의 가슴을 때린다. 첫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서로 연민을 느끼는 두 사람.

그들은 이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윤희의 남편이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고, 이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위험 속에 빠지고 만다.영화는 다소 진부할 정도로 멜로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 라인을 미리 알고 영화를 본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관객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그 이유는 바로 김지수와 조재현이라는 배우 때문. 이미 ‘피아노’와 ‘봄날의 미소’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조재현과 느즈막히 충무로에 발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무로 톱여배우로 급상승하고 있는 김지수의 정통 멜로 연기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충실히 호흡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고 있는 탓이다.

“영화같은 사랑…자신없어”

영화 ‘로망스’ 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배우 김지수는 “영화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연기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했다”며 “가능하면 눈물이나 감정이 필요한 신 이외에는 오버하지 않는 감정 연기에 주안점을 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승욱 감독 역시 “영화의 두 주인공을 표현하는데 조재현과 김지수의 이미지가 최적이었다”면서 “이 두 배우를 만난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영화속 사랑에 대해서 “이 영화와 같은 사랑은 아직 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현실에서 하기 힘든 사랑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사랑한다면 용감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장담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영화 속에서 남편의 폭행과 폭언, 집착 때문에 갇혀 살다가 오랜만에 외출한 김지수는 우연히 ‘탱고 교습소’를 찾게 된다. 그 탱고 교습소에서 보여준 김지수의 탱고실력은 남자 주인공을 비롯해 관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이에 대해 김지수는 “춤을 제대로 배우려면 본래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장면을 보니 좀 민망하기도 했다”며 “몸치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영화에 출연한 조재현은 “본인은 몸치라고 하지만, 실제 김지수의 탱고실력은 수준급”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인 김주혁과 결혼은 미정
배우 겸 탤런트 김주혁과 4년째 연인사이로 지내오고 있는 김지수는 아직까지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살면서 한번도 운명적인 사랑, 한번에 느끼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서서히 느껴지는 사랑과 신뢰가 중요하다”라고 결혼관을 밝혔다.올해로 데뷔 14년을 맞은 베테랑 연기자 김지수는 데뷔 때부터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영화 ‘여자 정혜’와 ‘로망스’로 성공적인 충무로 입성을 마친 상태다.영화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보이며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그녀에게 충무로의 잇단 러브콜은 당연지사. ‘로망스’가 이제 막 개봉됐지만 그녀는 현재 영화 ‘가을로’와 ‘미열’ 등의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유지태 엄지원과 함께 작업한 영화 ‘가을로’는 현재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며, 한석규와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미열’이 조만간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김지수가 연이어 멜로영화만 선택하자, 일각에서는 너무 멜로 영화만 하는게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지수는 “‘가을로’는 시나리오를 너무 잘 읽었고, ‘미열’은 한석규 선배와 일해보고 싶던 차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작품이 좋아 출연한 것이 우연히도 모두 멜로였을 뿐 멜로영화만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고른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누아르 영화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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