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큰 충격을 던져줬다. 김형곤씨는 지난 11일 강남의 한 헬스장에서 사우나를 한 뒤 20여분간 러닝머신을 뛰고,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헬스장 직원에게 발견된 김씨는 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김씨의 사망원인은 돌연사로 결론났다. 김씨의 사망소식은 국민들과 연예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불규칙한 생활과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연예인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나다.지난주는 인기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사망소식으로 연예계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한 주다. 올해 그의 나이 49세.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았던 그이기에 사람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선후배들 “아직도 믿을 수없어”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김형곤씨는 국내에서 명실공히 시사풍자 코미디의 1인자였다. 그는 당시 몸으로 웃기기 급급했던 코미디에 ‘시사 풍자’란 장르를 도입해 KBS ‘유머 1번지’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를 통해 “잘 돼야 될 텐데”, “잘 될 턱이 있나” 등의 유행어를 남겼다. 당시 코미디언으로는 감히 생각하기도 힘든 권위주의 정권과 기득권층을 간접적으로 꼬집는 유머였다. 특히 그는 한국 코미디언 최초로 오는 3월 30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11일 한 체육관에서 사우나와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서 쓰러지기 전까지는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지인들은 그의 사망소식을 더욱 믿을 수 없어했다. 김씨의 사망원인은 ‘돌연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돌연사란 과연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돌연사를 심근경색이라고 말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혈류가 중단되는 순환장애로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30% 이상의 환자가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으로 알려졌다.김씨의 사망원인이 스트레스성 돌연사,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압축되자 국민들과 연예인들도 다시 건강관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김씨가 사우나와 운동 직후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며칠 동안 일부의 헬스장에서는 심하게 러닝을 타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아중, 옥주현, 배슬기 쓰러지기도

김씨의 사망 이후,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돌연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거의 자지 못한다.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데 활동량은 일반인의 몇 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들이 쓰러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는 김아중, 옥주현, 배슬기 등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타들이 줄줄이 쓰러지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의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아중은 지난 1월 촬영도중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그녀는 지난 1월 20일 KBS 1TV 일일극 ‘별난여자 별난남자’ 촬영도중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응급실로 옮겨졌다.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일일드라마 ‘별난여자 별난남자’에서 종남 역으로 등장하는 김아중은 일주일에 5일 이상을 드라마 촬영에 임한다. 그리고 남는 이틀 중에 하루는 인기 오락 프로그램인 KBS2 ‘해피투게더-프렌즈’ 촬영과 광고 촬영, 인터뷰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만능엔터테이너 옥주현 역시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나 쓰러져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옥주현은 지난해부터 뮤지컬 ‘아이다’와 MC로, 라디오 DJ로, 또 요가센터 ‘에버’ CEO로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스케줄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19일 SBS ‘박스 오피스’ 녹화도중 쓰러져 한차례 병원신세를 져야했던 옥주현은 지난달 1일 오후 다시 심한 복통을 호소하여 서울 강남의 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녀의 병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위염. 옥주현은 ‘아이다’ 공연과 함께 MBC 라디오 FM4U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로서 생방송 진행과 방송 녹화 역시 소화해야 한다. 또한 이같은 스케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요가센터 운영에 쏟고 있다. 아무리 옥주현이 강한 체력을 가졌다고 해도 뮤지컬배우, MC, DJ, CEO 등 1인4역을 소화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복고 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배슬기 역시 지난 11일 과중한 스케줄로 인해 실신했다. 지난 11일 오전부터 배슬기는 잡지 화보촬영, 인터넷 음악사이트와의 인터뷰, Mnet 스페셜의 MC, SBS ‘실제상황 토요일-연애편지’ 회식 자리 등에 참석한 후 집으로 귀가 중 차에서 쓰러졌다. 배슬기는 급히 자택 근처인 서울 구로동 인근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2~3일 동안 휴식을 취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배슬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스케줄 때문에 휴식시간은 1주일도 채 안됐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무리한 스케줄 강행 시정해야

이렇듯 무리한 스케줄과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연예인들이 촬영중 자주 실신하는 경우가 생기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의 무리한 스케줄 강행을 자제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심근경색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형곤씨의 경우에도 방송과 공연 등 여러 가지 업무로 인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번째는 흡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흡연은 스트레스와 함께 돌연사 즉, 심근경색의 가장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 전문의는 “심근경색을 비롯한 40대 돌연사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흡연”이라며 “이 외에 당뇨, 고지혈, 고혈압과 서구화된 생활습관, 스트레스, 가족력 등도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김형곤씨가 감행했던 무리한 다이어트 역시 돌연사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인들의 무리한 다이어트’도 구설수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갑작스런 심근경색의 원인이 최근 그의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씨는 최근 117kg이나 나가던 몸무게를 3개월만에 약 30kg 정도 감량하면서 87kg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무리한 운동이 계속 반복되어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 역시 “평소 건강해 보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는 심장질환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격한 운동 등으로 심장에 무리를 줬기 때문”이라며 “운동 도중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 구역질이 나면 무리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무리한 다이어트 경쟁은 도대체 식을 줄 모른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여자 연예인들 대부분이 좀 더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늘 체중감량에 신경쓰고 있다”면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날씬하게 보여야 한다며 잘 먹지도 않아 걱정이다”라고 실상을 전했다.

물론 최근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매니지먼트 전문회사가 생겨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타의에 의해 쫓기는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이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등에서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한편 김씨의 사망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무리한 스케줄 강행과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형곤식 웃음 코드가 연예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 국민이 웃으면서 잠들게 하라!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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