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국방장관 지시로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
켈리 해병대장, 전역 앞두고 “걱정이 태산”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지난 1월 8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있는 미 국방부 청사에서 한 노병(老兵)이 기자들 앞에 섰다. 미국 남부사령관 존 F. 켈리 대장이 걱정거리 하나를 털어놓았다. 1월말 전역 예정인 켈리 대장이 정든 군문을 떠나기에 앞서 밝힌 ‘최대 공포’는 미군이 새 방침에 따라 여군이 전투부대나 특수부대에 배속되면 “여군이니까 좀 살살 다뤄라”는 여론이 형성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켈리 대장은 전통적으로 남자만 맡아온 군대 보직, 즉 보병, 포병, 특수전 임무에 요구되는 체력을 충족할 여군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켈리 대장은 “지금부터 12개월 뒤가 될지 아니면 4년 뒤가 될지 모르지만 분명 (여군에게 체력 기준을 낮춰주라는) 엄청난 압력이 있을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우리가 여자들을 다른 보직에 허용했는데 왜 그들이 그 다른 보직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에 대한 대답은, 만약 우리가 (체력)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여군이든 보병, 레인저 또는 씰에 들어오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우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인저는 육군, 씰은 해군 특수부대다.

미군에서 모든 병과의 모든 보직이 오는 4월 1일 여군에게 개방된다. 이것은 애쉬턴 카터 국방장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카터 장관은 이러한 지침을 하달하면서 특수부대원 선발기준을 여자라고 해서 낮춰주지 않을 것이며 특수부대에 여군 할당제 같은 것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 개방된 보직 가운데 많은 것에 여군이 지원하려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5년 간 해병대에서 복무한 켈리 대장은 미국 해병대가 여군을 해병대에 받아들이는 문제와 관련해 피츠버그대학에 의뢰해 수행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여군은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거나 전투병에게 흔한 여타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칠 확률이 남군의 2배였다. 미 해병대는 양성(兩性)통합 계획의 일환으로 버지니아 주 콴티코에 있는 보병장교학교를 여군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아무도 입소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육군 레인저학교의 경우 지난해 여군 3명이 입소하는 데 성공했다.

1997년 개봉한 미국 영화 ‘지아이제인(G.I. Jane)’은 여자 해군정보장교 조단 오닐 대위(데미 무어 분)가 플로리다주 캐탈리노 해군기지에 있는 미해군 특수전 교육대에 입소해 네이비씰 대원이 되기 위해 3개월의 고된 훈련을 받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특수부대원 양성과정을 견뎌내는 여군이 현실에서는 거의 전무하다.

앞서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특수부대를 포함한 모든 전투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여군은 남군과 마찬가지로 특수부대인 레인저와 그린베레(특전단), 네이비씰 등 모든 전투병과에 지원해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 현역군인 134만 명 중 약 15.6%가 여군이다. 카터 장관의 이런 결정은 각 군 장관, 그리고 육군·해군·공군·특전사 지휘관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미군 가운데 유독 해병대는 특정한 보병·최전선 임무에 여군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카터 장관은 이 요청을 묵살했다.

미 국방부는 여군에게 모든 병과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카터 장관의 발표에 맞춰 설문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랜드연구소가 2014년 5~7월 미군 남자 특전요원 76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여군을 특전 임무에 배치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특수부대의 효율에 손상이 생기고 부대의 기준이 낮아질 수 있으며 남군이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보았다. 응답자의 압도적인 다수는 여자에게는 사람을 녹초로 만들기 일쑤인 특전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체력이나 강단이 없다고 판단했다. 모두 46개 항목에 대해 물은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특전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하는 것에 반대했고, 70%는 여군이 자기 부대에 배치되는 것에 반대했다. 80%남짓은 여자는 충분히 강하지 않아 특전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보았고, 64%는 여자가 정신적으로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답했다.

‘내 몸무게가 102㎏이고 군장을 갖추면 127㎏’이라고 소개한 한 응답자는 “나는 우리 대원 각자가 교전 중 쓰러진 전우를 안전지역까지 끌고 올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59㎏짜리 여성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녀가 체육관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면서 “여군이 전우를 안전지대까지 끌고 올 수 없다는 이유로 부상병이 피를 줄줄 흘리는 것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비밀 작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순간에 양성평등은 선택방안이 아니다”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의 대부분 남성은 여성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손사래를 칠 것”이라며 “이런 임무에 남성을 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여군의 특전 임무 수행을 불가피하다고 보는 응답자도 있었다. 그는 “이러한 통합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므로 현 지휘부와 차기 지휘부가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군 지휘부도 일선 특공대원들의 이런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군 특전사령관 조지프 보텔 대장은 카터 장관의 발표 직후 온라인에 올린 비망록과 동영상에서 카터 장관의 결정을 설명하는 가운데 특전요원 선발 기준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임을 다짐했다. 보텔 대장은 헬리콥터 조종사 및 승무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문화지원, 민사작전 및 정보공작 등의 활동을 통해 여군이 일부 특전임무에 투입돼 있음을 강조하고 “만약 (특공대) 지원자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보증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준을 충족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들이 특수작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체력적·지적·전문적·인성적 자질을 갖췄음을 증명한다면, 그들은 특전요원으로 환영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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