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흐의 작품들이 건축구조물에서 재탄생되었다. 구 서울역사 건축물이 대형 캔버스가 되어 고스란히 작품들을 투사하는 진광경이 펼쳐진다. 빛으로 말하는 세상, <반 고흐 인사이드 : 빛과 음악의 축제>를 통해 그의 10년 스토리를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고흐의 그림이 미디어아트 기술인3D 프로젝션 맵핑으로 구 서울역사 내부 전체를 채운다. 귓가에 맴도는 장엄한 스케일의 서라운드는 캔버스로 활용된 건물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이는 작품과 시너지를 이뤄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향취를 지닌 구 서울역사에서 반 고흐를 비롯한 고갱, 마네,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작품들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라이브 음악의 앙상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한 주된 역할도 해냈다.

건축물 곳곳이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시켜 고흐가 살아생전 지냈던 도시가 그대로 재현된 듯한 분위기는 우리의 기억속에 잔잔한 울림으로 메아리 친다.

특히 오베르존은 사운드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공간으로 따뜻하고 전원적인 느낌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전시 공간 곳곳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소리, 밀밭 움직이는 소리를 숨겨놓는 등 쓸쓸하지만 담담하게 진행되는 리듬과 어울려 고흐의 비극적인 죽음의 정서까지 가늠하게 한다.

음향 PA(Public-address system)을 도입해 각 존에 최적화된 효과음과 BGM으로 분위기와 감동을 극대화하는 등 사운드로 작품을 형상화함으로써 고흐의 감정선과 내면 세계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이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졌을지 상상의 여지까지 제공한다.

<반 고흐 인사이드>는 여타 전시와 달리 추천 뷰포인트를 통해 관람하는 형식으로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원화전처럼 서서 둘러보기보다는 전시장에 마련된 의자와 곳곳에 붙은 상영시간 즉, 뉘넨존은 10분 30초, 파리존은 11분, 아를존은 12분, 2층 오베르존은 8분 등 각 존별로 정해진 상영시간에 맞춰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고흐가 뉘넨, 파리, 아를, 오베르에서 느꼈을 울분과 좌절, 환희와 광기 등을 만나게 된다.

특히 오베르존에서 반 고흐의 죽음을 상징하는 마지막 총성이 울리고 수만 마리의 까마귀떼가 천장을 날아오를 때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있을 만큼 그 감동은 배가된다.

반 고흐의 정신세계와 작품세계를 좀 더 가깝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관람 꿀팁과 함께 또 하나의 월메이드 전시 탄생을 알린 ㈜미디어앤아트가 주최, 제작한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는 오는 4월 17일(일)까지 전시된다.
jakk3645@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