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배우 하지원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스펙트럼 DVD’의 주식을 사들였고, 주식이 급등한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의 반을 다시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돈 잘 버는 영화배우가 재테크까지 잘한다면서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금융감독원은 하지원이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며 관련자들 4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24~25일 하지원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현재 하지원은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와 관련한 결론은 내달 말쯤에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인기 영화배우 하지원이 ‘주가조작’에 합류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4일과 25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하지원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해 스펙트럼 DVD사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원의 검찰 소환조사 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 최근 며칠 동안에는 ‘하지원’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 10위안에 들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렇다면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어 남부러울 게 없었던 하지원이 정말 ‘주가조작’에 가담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원, 치고 빠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하지원은 지난해 5월, 엔터테인먼트 업체 스펙트럼 DVD의 66만5,000여 주(약 11.67%)를 30억여원에 인수해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된 뒤 “스펙트럼 DVD의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개미투자자들은 물론, 연예인들이 가는 곳이라며 무조건 믿고 보자는 팬들까지 몰려들었을 것은 당연지사. 하지원이 처음 사들일 때 2,800원 하던 주가는 곧바로 1만3,000원까지 뛰어 올랐다. 하지만 하지원은 두 달 뒤인 8월 자신이 사들인 주식의 절반 가량인 36만4,200주(6.03%)를 팔았고, 그로 인해 약 1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주식을 매입할 당시 하지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투명하게 경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곧바로 입장을 바꾸어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의심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하지원의 소속사인 연예기획사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지배주주인 변종은씨 등 3명이 인기 연예인인 하지원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주가를 띄운 뒤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주식을 사들인 자금이 하지원의 돈이 아니라,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지배주주인 변종은씨의 친형인 Y사 대표의 돈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이 돈의 출처가 사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하지원이 자기의 돈으로 회사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

“경영참여 의사 있었다”

하지만 하지원은 지난 24~25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예금 통장 등의 자료를 제출하며 “주식인수 자금은 내 돈이었고 공시를 낼 때에는 실제 경영참여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지원은 조사과정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하지원이 주가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자신의 통장 등 관련 해명자료도 가져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어 상황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하지원이 주식을 매입할 때 분명히 공시했고, 자신이 경영할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무혐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식을 사들인 돈이 하지원의 돈인지는 앞으로 검찰에서 하지원의 계좌추척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재 사건이 초기수사단계이기 때문에 관련자료 수집과 함께 변씨 등 관련자 3명에 대한 보강조사가 이루어진 뒤, 2월 말쯤에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원의 ‘주가조작’ 파문은 최근 단기간에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다른 엔터테인먼트들 업체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주식시장을 통틀어 볼 때 가장 높은 주가 수익률을 올린 부분은 바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터테인먼트가 이렇게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바로 한류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류가 뜨기 시작하자 엔터테인먼트업이 주식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해 특히 활발했던 엔터테인먼트의 대형화 바람으로 인한 업체간의 인수합병 역시 주가상승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사가 너무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상승해 관련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언제 또 제2의 하지원 사건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던 유명 연예인들까지 주식 대박을 터뜨리고 있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명 인기스타 장동건의 소속사인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반포텍을 인수해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2,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지난해 12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원까지 올라서며 ‘장동건 효과’를 입증해줬다.

증권 전문가 “신중해야”

또한 지난 2일에는 톱가수 이효리가 소속되어 있는 DSP엔터테인먼트가 호신섬유와 인수합병을 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호신섬유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해 ‘이효리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 여리인터내셔널의 ‘권상우 효과’, 스타아트의 ‘송윤아 효과’ 등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인수나 합병 소식이 흘러나오면 관련 주들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유명 연예인들이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서 해당 회사의 가치나 주식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예인들과 관련된 주식투자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유명 연예인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사가 주식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하지원의 ‘주가조작’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에 연예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