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세대를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20대 총선에 뛰어든 은평을 강병원, 강북을 박용진, 경기 김포 이윤생 후보가 ‘응팔세대’로 한국 정치를 바꿔보자고 출마했다. ‘응팔세대’란 80년대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90년대 대학생활을 한 40대 중후반을 일컫는다. 이들은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온 전형적인 ‘응팔’세대다. 그러나 선거의 앞날은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상대가 486세대 대표주자이거나 잠룡, 최소한 현역의원과 맞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본선이 아닌 경선에서부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 ‘응팔세대’의 총선 고군분투기를 따라가 봤다.

- ‘486 넘어라’ 지역 밀착형 후보… 최대 강점
- 응팔세대 vs 486운동권, 잠룡·현역 ‘다잇과 골리앗’

<응답하라 1988>은 현재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40대중반(2차 베이비붐세대)의 청춘과 추억 그리고 사랑을 다룬 드라마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1968년부터 1974년 출생한 이들 세대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600만명으로 1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1997년 IMF 구제금융, 2001년 주택가격 폭등, 2002년 월드컵 4강신화,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이벤트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80년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90년대 대학생활을 한 40대 중후반,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486세대(현재 86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600만 대한민국 응팔세대 선택 최대변수

<강병원>
‘응팔세대’에 가장 근접한 인사가 바로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진 강병원(71년생, 더민주당) 후보다. 강 후보는 서울 은평에서 초중고를 나온 전형적인 ‘서울 토박이’로 고향은 전라북도 고창이다. 은평에 있는 신도초등학교, 대성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농경제학 학사를 받았다. 응팔로 치면 서울대를 나온 덕선이 언니 성보라를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응팔 주인공 5인방이 모두 71년생이라는 점 그리고 ‘서울토박이’라는 점에서 강 후보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강 후보 역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강점으로 지역 연고성을 들고 있다. 특히 어머님이 연신내 행운식당을 오랫동안 운영한 식당 둘째아들이라는 점을 지역구민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력도 화려하지 않다. 강 후보는 더민주당 부대변인이자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그러나 80년대 운동권 세대와는 달리 그는 대기업에 취업해 샐러리맨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고 인천일보 대외협력실장, (주)글로원씨앤티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런 강 후보지만 당선되기까지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은평을은 새누리당 5선의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다. 또한 정의당 김제남 현역 의원도 출마했다. 본선도 본선이지만 경선은 더욱 힘들다. 같은 당 486 운동권 세대 대표적인 인사인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50)이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임 전 의원은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에 2000년 16대 총선에서 34세의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돼 86세대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17대 총선에서도 배지를 달고 당 사무총장을 지냈기도 했다. 그러나 19대 총선을 준비하던 중 비리사건에 연루돼 불출마를 선언을 했고 지난 3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사실상 명예를 회복했다.

강 후보의 출마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보는 배경이다. 그러나 강 후보는 “낡은 486 낙하산 정치인이 아닌 진짜 은평의 미래‘인 자신을 찍어달라고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특히 강 후보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은평에서 서민이 잘살고 행복한 중산층 사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후보와 동갑내기인 강북을 박용진 후보(71년생 더민주당)도 전형적인 ‘응팔세대’다. 박 후보의 고향은 전라북도 장수다. 그러나 초중고는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화계초교-신일중-신일고를 나왔다. 대학교는 성균관대 사회학 학사출신이다. 박 후보 역시 지역밀착형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71년생 응팔세대 “본선 가기 만만찮네~”’

<박용진>
실제로 박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만 29세의 나이로 강북을에 출마해 13.3% 득표를 거뒀다. 당시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왔다. 야권에게 크게 불리했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박 후보는 진보신당 소속으로 강북을에 출마해 11.8%를 득표했다. 박 후보가 철저하게 지역밀착형 ‘서울 토박이’ 전략이 지역내 득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노동당 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해 더민주당 정책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후보가 오는 4·13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기 위해선 역시 경선통과가 가장 관건이다. 현재 서울에서 더민주당 내부의 공천경쟁이 가장 뜨거운 곳 중 한 곳이 강북을이다. 17대에 이어 18대에서도 살아남았던 최규식 전 의원과 현역 의원인 유대운 의원과 치열한 경선전이 예고돼 있다. 새누리당에선 안홍렬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가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역시 박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같은 당 현역 의원인 유 의원(66. 국회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19대 총선에서도 유 후보와 경선을 치러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유 의원은 학력이 19대 국회의원 299명 중 유일한 초졸로 화제가 된 바 있다. 35세의 나이에 정치를 뛰어든 유 의원은 강북 서민주택추진위원회 위원장(1985~1990년)과 번동철거보상대책위원회 위원장(1989~1992년)을 맡으며 지역기반을 다진 뒤 1990년 민주당 강북을 지구당 수석부위원장과 민주당 민생노동국장·인권국장을 겸임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특히 유 의원은 1991년 초대 강북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돼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았고 1992년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며 성북·강북·도봉·노원 유세준비위원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1995년 4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유 의원은 시의회 내에서 문화교육위원장과 서울시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급식실태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직을 수행했고, 이후 지방의회 4선을 기록하며 1998년과 2002년에는 시의회 부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잠시 정계를 떠난 유 당선자는 남서울대 객원교수(2003년), 산업자원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이사장(2004~2007년)을 지낸 뒤 2009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맡으며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이후 유 의원은 이번 총선 당선 전까지 민주당 지방자치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박원순 희망캠프 조직본부 부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유 의원의 강점으로는 정파를 넘나드는 넓은 인맥과 조직관리에 뛰어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박 후보는 본선보다 경선이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역 내 전망이다.

<이윤생>
경기도 김포에 출사표를 던진 이윤생(67년, 새누리당) 후보 역시 지역밀착형 후보로 넓게 응팔세대로 분류된다. 고향이 경기도 김포이고 김포초-선인중-제물포고를 나왔다. 대학교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김포가 한때 인천에 편입돼 있다가 분구됐다는 점에서 행정구역상 나눠질 뿐 김포는 인천과 정서적으로 가깝다.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지금은 전남 강진에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이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을 시절엔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냈고 손 전 고문의 도지사 시절에는 공보보좌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김포시 당원협의회 부위원장이다.

이 후보가 출마하는 김포 지역 역시 올해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구다. 야권 잠룡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부활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우도 김 전 지사와 대결 전, 같은 당 홍철호 의원과 경선을 치러 승리해야 한다. 홍 의원은 지난 7·30재보선에서 김 전 지사와 맞대결을 벌여 ‘토박이론’과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부각시켜 승리했다.

이에 이 후보는 분구가 예상되는 경기 김포갑에서 뛰고 있다. 경쟁력과 인지도 면에서 우위인 홍 의원이 김포을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후보는 김 전 지사와 맞대결을 벌일 공산이 높아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이 후보 역시 홍 의원이 재보선에서 구사한 지역밀착형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승리를 노리고 있다.

<황희>
이밖에도 전남 목포 출신인 황희 양천갑 후보(67년생, 더민주당)가 목동초-장훈중-강서고 학력을 공개하며 지역밀착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황 후보는 김대중 총재비서실 비서,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 박원순 서울시장선대위 정책특보, 문재인 대선선대위 기획조정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과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다.

양천갑 지역은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이 현역의원이다. 황 후보로선 김 의원과 본선 대결 전 같은 당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김기준 의원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김 의원은 더민주당의 양천갑 지역위원장으로 약 3년동안 활동한 게 전부라는 점에서 황 후보는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지역밀착형’  총선 주요 관전 포인트

또한  '안철수의 남자'로 대두되고 있는 박왕규(67년생, 국민의당) 후보 역시 연고를 어필하면서 혼란스러운 지역구로 꼽히는 관악을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출생인 박 후보는 1977년 봉천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관악과 인연을 맺었다. 원당 초등학교-상도중-남강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전형적인 지역밀착형 후보다.

<박왕규>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과의 본선보다는 야권단일화 여부가 당락을 결정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야권 강세지역인 관악을은 지난 재보선에서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지역이다. 일단 박 후보는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관악구청장 출신인 김희철 전 의원과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을 이기더라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더민주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정태호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간 3파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63년생인 정 후보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제16대 노무현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친노 486서울대 운동권 인사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핵심 인사로 사실상 안철수-문재인 대리전 성격까지 띄고 있다.

이렇듯 ‘응팔’세대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총선 도전기는 험난하고 불투명하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경선을 포함해서 본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 ‘응팔세대’로서 지역밀착형 전략이 486운동권, 잠룡, 그리고 견고한 현역 의원에 맞서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 20대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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