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조사 경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정치신인, 이메일·SNS 우회 활용 검토할 만해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5천만 명을 넘는다. 반면 전화여론조사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는 등재 전화번호는 약 900만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안심번호를 부여한 휴대폰 경선여론조사는 개인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여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 경선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오는 4월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것으로 과거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안심번호 도입에 가장 앞선 곳은 새누리당이다. 여의도연구원을 중심으로 안심번호 도입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 내부 사정으로 진도가 더디다. 국민의당도 내달 초 창당을 완료하면 안심번호 여론조사 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면 실시하거나 아니거나

주요 정당의 경선은 국민여론조사와 당원조사로 이루어진다. 세부적인 경선 룰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은 소속 정당 지지층과 무당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이러한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주요 통신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인심번호 불참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즉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불참의사를 피력하지 않는 모든 휴대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루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안심번호 도입을 확정했고 당 지도부의 추진의지도 강하다. 주요 통신사의 준비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전국적으로 실시될 수도 있고, 미흡하더라도 일부 지역에 한해서 실시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안심번호 100%를 활용할 수도 있고, 안심번호와 기존의 집 전화를 일정비율로 혼합할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과거와 같이 등재 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를 유지할 수도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큰 틀에서 새누리당의 사례를 뒤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

광범위한 조직동원의 괴물 될수도

기존 경선여론조사의 문제는 낮은 응답률과 젊은 층의 불참 탓에 실제 여론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선 시기가 되면 각종 조사가 봇물을 이루면서 여론조사 피로도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와 함께 2,30대의 여론조사 참여비율도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는 곧 조직을 많이 가진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경선여론조사는 형식일 뿐 실제로는 조직 동원 대결이 되곤 하는 것이다.

안심번호는 과연 기존 여론조사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가. 우선 응답률의 경우 어느 정도 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안심번호는 불참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모든 휴대폰 가입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또 안심번호 경선여론조사를 대비한 각종 휴대폰조사가 봇물을 이루게 되면 여론조사의 피로도는 높아지게 되고 곧 응답률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2,30대 젊은층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만연해 있는 정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당초 기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여건에서 치러지는 안심번호 경선여론조사는 선거운동의 대상과 폭을 넓힌, 보다 광범위한 조직 동원이 될 수도 있다. 예기치 않은 새로운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안심번호는 현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지역)위원장에게 유리한 제도다. 정치신인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인지도에서 이들을 넘기 어렵다. 게다가 현역은 수 만개에서 수 십 만개에 달하는 휴대폰 번호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안심번호는 상향식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신인에게는 출발부터 하향식이다.

이럴 때 우회적으로 검토할만한 수단이 이메일과 SNS다. 이메일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이 가능하다. 온라인 동아리, 관공서, 각종 정보지 등을 잘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이메일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제공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SNS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이메일과 SNS는 휴대폰과 직결되어 있는 데다가 선거운동이 거의 무한정 가능한 수단이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 정치신인도 안심번호 경선여론조사를 대비할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전라북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 전 청와대 행정관
▲ 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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