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광주 5·18민주묘역 참배를 위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은 지난달 31일 한 70대 여인은 김 위원장 앞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한국 야당의 기반인 호남, 그중에서도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광주 민심은 '제1야당'을 자처하는 더민주의 '선장' 김 위원장에게 싸늘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남 민심이 싸늘한 것은 과거 김 위원장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력 때문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5·18민주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탄생 배경이 된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 앞에서 직접 무릎까지 꿇었지만 광주 민심은 김 위원장 사과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전두환 살인마로부터 받은 훈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국보위 활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는 '살인마 정권'의 앞잡이 김종인이 거짓과 가면의 탈을 쓰고 참배하러 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배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은"5·18 당시 사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 아무리 권력 정치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저런 방법밖에 없나' 하고 개탄했다"며 "(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말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국보위 참여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국보위에 스스로 참여한 게 아니라 차출되다시피 들어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국보위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실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이 국보위 등과 관련해서 주장하는 것 중 호도된 부분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국보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이고 당시에는 국보위 참여를 사양한 사람이 특별히 없던 걸로 알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 당시 서울대 교수는 나중에 사양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역대 정권에서 현 제1야당까지 승승장구해오다 '국보위 전력으로 당내 강경파에 반격의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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