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지우개’ ‘외출’ 등을 통해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손예진이 코믹 멜로의 여왕으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 손예진은 100전 100승의 ‘작업녀’로 변신해 온 몸을 내던지며 푼수끼 넘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손예진의 코믹연기, 과연 재미있을까’라고 의구심을 가졌던 기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손예진의 ‘재발견’이라기보다 ‘저 모습이 원래 손예진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멜로의 여왕’에서 ‘코믹 연기의 여왕’으로 변신에 성공한 손예진을 기자 시사회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손예진이 변했다. 늘 여성스럽고 진지한 역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던 그녀가 온 몸을 내던지면서 망가지는 코믹 역을 주저없이 선택한 것. 영화 ‘작업의 정석’을 통해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작업녀로 변신한 손예진은 사무실에서 혼자 트로트를 부르며 막춤을 추기도 하고, 예쁜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리며 엽기적인 표정을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 ‘외출’의 이미지에 익숙해 있던 대중들에게 그녀의 이런 변신은 정말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손예진 역시 영화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제안에 코믹한 모습이 있었나봐요”

“처음에는 저도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막상 시작하고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요. 촬영 내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에게도 ‘이런 코믹한 부분이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이렇게 망가지는 모습만이 손예진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의 전부가 아니다. 닭살스러운 귀여움과 초절정 내숭 연기는 물론이고, 공짜 비행기 티켓을 받기 위한 ‘나이트 클럽 물쇼’는 그야말로 압권. 손예진도 ‘나이트 클럽 물쇼’ 장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사실은 제가 춤을 잘 못춰요. 처음에는 막춤만 추면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오기환)께서 최대한 섹시하게 춰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문학원에서 10번 정도의 강습을 받았어요. 화면으로 봐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장면 때문에 입과 코에 물이 들어가고, 결국에는 코피까지 났거든요.”또한 손예진의 순간적인 애드리브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민망했는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자꾸 칭찬해 주셔서 계속 더 자신감을 갖고 연기를 하게 됐죠. 제주 공항에서 수건을 뒤집어쓰고, 마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도 제 아이디어였어요.” 이렇게 열정적으로 찍은 코믹영화.

평은 과연 어떨까. 결과는 성공인 듯 하다. 손예진표 코믹멜로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 네이버 평점에서 영화 ‘작업의 정석’은 네티즌들로부터 10점 만점에 8.14점(22일 기준)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게 봤다”면서 “친구나 여인과 가볍게 보기 딱 좋은 영화”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배역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

지난 99년 CF를 통해 데뷔한 손예진은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이후 ‘내 머리속의 지우개’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연애소설’ ‘취화선’ ‘외출’ 등 6편의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해 오면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서서히 연기력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며 대형 스타로 발돋움한 케이스였던 것.

때문에 영화업계에서는 어떤 배역이든 손예진에게는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연기 호평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최근에는 그녀가 주연한 영화 ‘외출’과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2005 일본 흥행 톱10’ 2관왕을 차지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변신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그녀는 또 다시 SBS 미니시리즈 ‘연애시대’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보이시한 이혼녀 역이라고 한다. 멜로 영화로 관객들에게 주연급 여배우로 인정받을 무렵, 코믹 연기로 과감한 도전을 감행하더니, 또 다시 당찬 이혼녀 역으로 변신까지…. 손예진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넷, 그녀의 연기변신이 어디까지 계속될까 자못 기대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