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자신들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속여 수천만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해외 환전상에게 돈을 보낸 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해 4500만 원을 환급받은 혐의(사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H(38)씨 및 I(3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5명은 동네 선·후배지간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한 계좌지급정지, 지연인출제도를 악용한 사기행각을 벌이기로 공모했다.
 
총책 역할을 한 H씨를 중심으로 한 이들 중 3명은 지난해 918일 해외 환전상을 물색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했다.
 
같은달 20일 이들은 현지에서 일하는 무등록 환전상인 한국인 K(35)씨 등 2명을 만나 외환 거래에 합의했다.
 
이후 한국에 있던 나머지 2명은 각각 2500만 원과 2000만 원을 환전상에게 입금했고, 필리핀에 있던 나머지 일당은 4500만 원을 페소화로 환전해 받았다.
 
이들은 이후 미리 계획한대로 한국에 있던 일당 2명에게 여자를 만났다가 잘못돼 경찰서에 와 있고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라는 문자를 보내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
 
문자를 받은 2명은 곧바로 은행과 경찰서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했고, 이들이 필리핀 환전상에게 보냈던 4500만 원은 지급이 정지됐다. 하지만 이미 4500만 원 상당의 페소를 받은 나머지 일당은 필리핀에 있는 환전상 K씨의 계좌로 송금했던 4500만 원을 환급받았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라고 신고한 두 사람이 직업이 일정하지 않음에도 단시간에 수천만 원을 입금한 점을 수상하게 여겼고, 조사한 끝에 범행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H씨가 필리핀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며 환전 중계에 대한 지식을 쌓은 뒤 꾸민 범행"이라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가장한 신종 사기 수법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무동록 환전상으로 활동한 K씨 등 2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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