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섹시가수 빈과 채연의 축하공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빈·채연 축하공연 비난 봇물

이날 빈은 옆구리부터 무릎까지 X자 끈으로 피부를 노출시키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나와 시청자들을 당황케 한 것은 물론이고, 또한 노래하는 중간에 객석에 앉아 있는 배우 박해일과 조승우 사이에 가서 섹시한 포즈와 더불어 박해일에게 기습 키스를 하는 등 돌출행동을 보여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또한 빈과 함께 무대를 꾸민 채연 역시 몸매가 드러나는 흰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섹시한 춤을 추다가 객석에 앉아 있는 박해일에게 장미꽃을 건네면서 도발적인 제스처를 보여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박해일은 두 섹시가수들의 애정 공세(?)에 맥을 못 추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음날, 두 섹시가수의 선정적인 행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로 뛰어올랐고, 이 공연에 대한 동영상과 사진을 요청하는 문의가 인터넷 게시판을 휩쓸었다. 문제는 이날 이들이 보여줬던 노출과 선정성에 있다. 대한민국영화대상 게시판과 MBC게시판에도 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항의와 비난이 수없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빈씨의 민망한 의상과 행동 때문에 결국 다른 채널로 돌려야 했다”면서 “매년 가족과 같이 보던 영화 시상식이 이번에는 보기 싫은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집안 식구들과 같이 있는데 무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면서 “시상식에서 무슨 스트립쇼하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도 보는 수준이 있다”면서 빈의 의상에 대해서 민망함을 드러냈다. 또 이들의 공연으로 인해 영화제가 3류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빈과 채연의 공연이 괜찮았다고 보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익숙지 않은 것이, 옳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외국에서는 시상식 때 톱스타들이 코르셋만 입고 나와 춤을 춰도 열렬한 박수를 받는다”며 빈씨의 의상이 파격적이기는 했지만, 이상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빈과 채연의 축하공연은 그렇지 않아도 여러가지 악재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MBC의 입장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MBC도 덩달아 비난받아

카우치 성기노출 사건, 상주 콘서트 참사,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엑스트라 음부노출사건, 안기부 X 파일, PD 수첩 등 올 한해는 MBC에게 최악의 해였는데, MBC가 주최한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빈과 채연의 축하공연 때문에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빈과 채연의 농도 짙은 노출과 선정적인 행동을 본 네티즌들은 이들을 초청한 MBC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올 한해 여러가지 노출사고를 일으킨 MBC가 이제는 영화 시상식에서까지 노출을 일삼는다”면서 “아무리 의상이나 노래 컨셉이 MBC 측에서 시킨 게 아니라고 해도 리허설은 봤을 것 아니냐. 이들을 초청해 방송으로 내보낸 MBC는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MBC에서는 초대만 한 것이지, 의상과 춤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빈과 채연을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MBC를 욕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MBC 옹호론을 펼쳤다. 영화제 시상식이 끝난 이후, 네티즌들 비난의 중심에 있던 빈과 채연, 그리고 MBC는 정작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빈은 “의상이 이렇게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몰랐다”면서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 달라는 MBC의 요구에 일주일 동안 고민하면서 만든 옷”이라고 밝혔다. 또한 빈은 “일부에서 제 의상과 행동에 대해 비난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비난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관심으로 받아들여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섹시가수, 인식변화 시급

한편, 연예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섹시 가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창력은 없으면서 노출에만 초점을 맞춘 섹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요즘, 가수의 기본은 ‘노래’라면서 춤과 노출은 가창력을 바탕으로 한 뒤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한 연예계 관계자는 “섹시코드는 단시간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섹시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어필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수로서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섹시 가수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그 관계자는 “섹시가수들을 좋아하는 시청자나 팬들의 인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섹시함을 무기로 들고 나온 가수에게 열광하는 것은 바로 팬들”이라며 “가수 본연의 역할인 가창력에 바탕을 둔 섹시함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며 팬들과 시청자들의 인식변화를 요구했다. 여전히 가요계에는 섹시코드를 앞세운 신인 가수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키는 시청자들과 팬들이 쥐고 있는 게 아닐까.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