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단연 ‘청룡 영화제’ 소식이다. 배우들의 꿈 ‘레드카펫’. 지난달 29일 KBS 홀에서 개최된 청룡영화제에서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자랑하며 레드카펫을 밟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별들의 향연’이라는 말 그대로 평소에는 얼굴 한번 보기 힘든 스타들이 총집합 한 자리였다. ‘별들의 화려한 외출’…청룡영화제가 남긴 것을 살펴봤다. 김혜수와 정준호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청룡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2관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남녀 주연상은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과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에게 돌아갔다. 이밖에 ‘웰컴투 동막골’이 한국영화 최다관객상과 남우조연상(임하룡), 여우조연상(강혜정) 등 3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신인남우상은 ‘태풍태양’의 천정명, 신인여우상은 ‘여자 정혜’의 김지수에게 돌아갔다. 또한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받았고, 이명세 감독의 ‘형사’가 미술상과 조명상을 받았다.

네티즌 열광시킨 수상소감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무엇일까. 우선 남녀 주연상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날은 스타들의 개성이 넘치는 ‘수상소감’이 유독 많은 인기를 끌었다. 수상소감들 중 가장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사람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이다. “나에게도 이런 좋은 상이 오는군요”로 시작한 황정민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소개한다”면서 “여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또한 그는 전도연을 향해 “너랑 같이 연기하게 된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고 말한 후 “내 운명인 아내에게 상을 바친다”고 말해 그만의 진솔하고 소박한 감동을 자아냈다.그리고 이러한 황정민의 감동적인 수상소감은 시상식장 안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날 인터넷 게시판에 수 백 개의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네티즌들을 열광시켰다. 한 네티즌은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순진한 시골 노총각의 모습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 황정민의 성격인 것 같다”며 “그의 연기만큼이나 진정성이 우러나오는 베스트 수상소감이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늘 주위 사람들과 스태프, 소속사 사장과 실장의 이름까지 나열하던 식상한 수상소감에서 벗어나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 따듯했다”고 밝혔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영애의 수상소감 역시 화제를 모았다. 당초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영애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좋아했던 분이나 싫어했던 분들 모두에게 축하받고 싶다”면서 영화를 만든 모든 스태프들과 이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면서 감격해 했다.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모은 또 한 사람은 ‘웰컴투 동막골’의 히로인 강혜정이었다. 조승우와 연인사이로 잘 알려져 있는 그녀는 각종 시상식에서 조승우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강혜정은 수상 소감에서 “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제 남자(조승우)에게 감사합니다!”라며 만인 앞에서 연인 조승우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이밖에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김지수는 “신인상 수상자 중 내가 최고령”이라고 말해 이색적인 소감을 남겼으며,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김수미는 “인기를 얻으려 연기한 적 없다”고 말해 역시 애드리브의 여왕임을 증명해 보였다.

여배우, 섹시한 드레스 인기

또 한가지 시상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여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세리머니를 하는 그 순간이 여배우들에게는 1년 중 가장 가슴 설레는 때라고 한다. 때문에 간혹 어떤 여배우들은 이날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몇 달 동안 고민하기도 한다. 우선 7년 동안 시상식의 사회를 맡으며 ‘청룡영화제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김혜수도 매년 화려하고 파격적인 드레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슴선이 깊게 패인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온 그녀는 이날도 사진기자들의 표적이 됐다. 이날 행사에 가슴이 깊게 패인 흰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던 전도연.

6년 연속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녀는 유난히도 청룡영화제와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에도 300만 관객을 동원한 ‘너는 내 운명’으로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상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영애는 바닥에 끌리는 긴 드레스에 검정색 짧은 숄을 어깨에 두르고 우아하게 레드카펫을 밟아 찬사를 자아냈다. 영화 ‘외출’로 수상의 기대를 모았던 손예진은 마치 한복 치마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가슴 아래부터는 풍성한 한복의 느낌이었지만, 어깨와 가슴선이 시원하게 드러난 이날 의상은 손예진만의 섹시함과 청순함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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