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에서 회장까지…한국 여성 인권운동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들은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으로 불리는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까지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을 살펴봤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조태임 한국부인회 회장이다.

▲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통시장 살리기, 한국부인회가 나선다’ 기자간담회에서 조태임 회장(오른쪽 네번째)을 비롯한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전국 17개 시·도지부와 전통시장 이용 캠페인
여성 고용 현실 돌아보고 개발센터 적극 운영

조태임 한국부인회 회장은 전라남도 순천 출신으로 1980년 한국부인회에 가입한 이후 회장까지 오른 한국 여성 인권운동가다. 그는 제9대 한국부인회 회장에 이어 제10대 회장으로 선출돼 2대째 연임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한국부인회는 1949년 창립된 대한부인회를 모체로 한 여성단체이자 소비자단체다. 1964년 4월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인가받았으며 1976년 5월 보건사회부 인가, 2005년 여성가족부 인가,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로 등록돼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이자 공익법인인 한국부인회는 전국 16개 시·도 지부 247개 지회조직 산하의 120만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조태임 회장이 운영하는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은  지난해 전국 53개 사무소를 통해 9만3903명의 여성들을 지원하고, 취업 또는 창업자를 배출했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은 한국부인회와 한국YWCA연합 등 22개 여성단체와 전국 53개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소속돼 있다.

조태임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여성시민운동가로서는 처음으로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해 사비 300만 원을 기탁하고, 서울시장으로부터 상장을 받은 바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앞장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3일에는 전통·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한국부인회는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청 등과 함께 2016년 설을 앞두고 설 연휴 및 춘계 활성화를 위한 특별지원 홍보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부인회는 “전국 17개 지부와 247개 지회에서는 이번 설 수요를 비롯해 춘계에 ‘전통·재래시장 우선 장보기’를 시작으로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임 회장은 “각 지부별로 전통ㆍ재래시장 상인들과 각 지역의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긴밀한 협조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실질적인 장바구니 운전자인 여성 주부들이 나서서 전통·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한국부인회 회원들을 비롯해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회와 여성소비자단체 등이 모두 다 전통·재래시장 활성화에 동참해 지역경제, 서민풀뿌리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부인회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가정 복지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소비생활로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태임 회장은 이 중에서도 정의사회와 양성평등을 이뤄내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조 회장은 국정과제인 성폭력 등 4대악 근절을 위해 ‘4대악 척결 범국민 운동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자체나 각종 사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폭력과 불량식품 등을 추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특히 어머니 보안관을 임명해 불량감시단을 결성해 피해상담, 피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취약계층 20세 미만 30만 명에 대한 무료 ‘4대악 피해보상보험’을 현대해상보험연구소와 함께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조태임 회장은 2014년 11월 비상임 경찰위원으로도 임명된 바 있다.

경찰위원회는 차관급의 비상임 위원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에 설치된 합의제 심의 의결기관이다. 주요 치안 정책에 대한 심의 의결 및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권을 행사해 국민의사를 반영하고, 책임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여성의 취업 현실과 재취업, 자기 성장을 위한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시대 흐름을 선도하는 여성 취업 훈련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조 회장은 결혼 후 육아를 겸하는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은 만큼,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경력단절을 극복하는 취업 훈련장소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여성 인재들이 기업 인재풀(pool)에 진입해 그 역량을 발휘한다면, 기업을 혁신시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조태임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과 함께 여성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아우성을 들려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을 돌아보고,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얘기해보는 시간이다.

이와 더불어 조태임 회장은 한국부인회의 개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업보다 공공성을 띤 조직운영에 집중해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부인회가 가진 명성에 걸맞지 못한 때도 가끔 있었다”며 “식품사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한국부인회 수장을 맡은 뒤부터는 사업보다 공공성을 띤 조직 운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목적으로 출범한 사회단체는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사업추진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고, 목적이 엉뚱한 방향으로 선회하면 오해를 사기 쉽다. 더 높은 공직에 다가서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도구로 단체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고 덧붙엿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과 교직분야의 일을 모두 접고 한국부인회 단체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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