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성향 진보와 운동권 출신들이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 총리. 장관, 청와대 참모 자리들을 차지했었다. 당시엔 대통령과 장관 등으로 출세하려면 구속된 전과 기록이 있거나 반정부·반미 투쟁에 앞장섰던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인상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러나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지지 세력 일부도 진보 운동권 딱지를 떼어내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으며 “수권(受權) 정당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10월 28일 “진보는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를 청산해야 한다.”며 “품격있는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27일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인 전병헌 의원도 운동권 정치 탈피를 강조했다. 그는 더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물안 운동권 정치에서 탈피해야만…수권 정당의 신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6일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은 “정치를 운동권 방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실상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당에서는 새 인물 영입 대상으로 운동권 출신을 배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1월말 현재 더민주당은 총선 새 인물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을 영입했다. 그들은 모두 전문직 종사자들이고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운동권 출신이란 넒은 의미로는 사회 개혁을 위해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근년 통칭되는 운동권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인 1970-80년대 학생 또는 시민단체 일원으로 기존 체제에 저항한 사람들을 말한다.

운동권 중에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적대시하며 북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숭배하는 주사파(主思派)가 있는가 하면, 자생적 공산주의자도 있다. 내란선동죄로 9년 징역형을 확정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같이 적화혁명을 선동한 자도 있다.

운동권 출신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시장경제를 죄악시하고 자기들만이 선(善)이라며 배타적이다. 극단적인 선명성을 강조하고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전투적이다. 적(敵) 아니면 아(我)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사로잡히고 인내와 포용력이 적어 발끈발끈 튄다. 민생·경제·안보보다는 친북적 좌파 이념에 매몰된다. 그들에게 온건이나 중도 또는 타협이나 제3의 선택은 배신으로 간주된다. “강남 좌파”란 말도 있다. 강남 좌파는 대학교수를 포함 고학력에 고소득층이면서도 좌파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북한의 남침을 “해방 전쟁”이라고 떠들어 지식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더민주당은 투쟁적이고 선명성을 앞세우는 소수 강경파에 휘둘려 민생·경제·안보를 멀리하며 국민들로부터 멀어져갔다. 10년 가까이 대선, 총선, 재·보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운동권 관련 인물들은 “좌파 퇴물” 또는 “좌파 퇴물학자” 등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21세기이다. 1970-80년대의 20세기가 아니다. 운동권도 변화된 시대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분별없는 인간”이라며 격리되고 만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이며 평론가인 죠지 버나드 쇼(1856-1950년)는 ‘지각있는 인간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지만, 분별없는 인간은 세상이 자기에게 적응하라고 고집한다.’고 했다. 운동권은 ‘분별없는 인간’이라는 딱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변화된 21세기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싸가지 없는 진보” “우물안 운동권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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