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 마약, 뺑소니 등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연예계에 이번에는 도박 사건이 불거져 나왔다. 인기 가수 겸 MC인 신정환이 불법도박 현장에서 검거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에 몇몇 연예인들이 ‘불법도박’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기 때문에 신정환 사건 역시 그와 비슷한 파장을 예상했건만, 이번에는 뭔가 조금 다르다. 바로 대중들의 무차별적 ‘마녀사냥’이 아니라, 신정환의 불법도박을 ‘작은 실수’라며 “한번만 눈감아 주자”는 식의 옹호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에 달라진 팬들의 변화, 그 이유가 뭘까.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지노 현장에서 체포된 신정환. 처음에 그는 ‘불법도박’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시인을 하는 ‘비겁한 자세’를 보여 팬들의 빈축을 샀다. 최근까지 그는 KBS2의 ‘해피선데이’ ‘상상플러스’,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재치넘치는 입담꾼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더욱 실망을 안겨줬다.

근절되지 않는 연예인 도박

공인에 해당하는 인기 연예인의 부정한 행동은 그 공공성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몇 십 배나 높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은 이미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우선 ‘연예인 불법 도박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개그맨 황기순. 97년 황기순은 ‘도박’이라는 유혹에 빠져 무려 5년이나 ‘도박’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했다. IMF 직전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하고, 결혼한지 1년도 안된 아내와 이혼까지 하는 파경을 맞았던 것. 게다가 수억원의 도박 빚 때문에 필리핀에서 거지같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몇 번이고 자살을 결심하는 지옥같은 생활을 겪어야 했다. 이제는 스스로 죄값을 치르고, 어렵게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새 삶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황기순의 인생에서 ‘도박’이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됐다.

황기순의 도박사건이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질 무렵인 지난 2002년, 연예계는 또 다시 ‘해외원정도박’의 풍파에 휩싸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개그맨 출신 음반기획사 대표인 장고웅씨. 그는 이전 97년에도 원정도박으로 구속된 적이 있을 정도로 상습도박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97년 기업인과 연예인 40여명이 100억원대의 해외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당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던 사건이었다. 또한 이때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씨 역시 상습 도박 혐의로 2002년 12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이 사건이 터질 당시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강원도 정선에 카지노가 개설된 이후 한 두번 정도 안가본 연예인이 없다고 말해 연예인들 사이에서 도박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불법도박…그래도 신정환은 살리자?

황기순, 장고웅, 주병진씨 등 국내 유명한 연예인이나 연예인 출신 사업가들이 불법 도박을 통해 여론의 호된 질책과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신정환의 불법도박 사건이 터진 걸 보면 연예인들 사이에서 도박은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존재인가 보다. 하지만 이번 신정환의 불법도박 사건은 과거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도박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에 비해 매우 특별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바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신정환은 한번만 눈감아 주자”는 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정환은 불법 도박 사실을 시인한 이후, 경기도 모처에서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힘없이 무너진 하루였다. 12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라며 “이제 연예인이 아닌 다시 평범한 신정환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네티즌들은 “신정환이 은퇴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대중들에게 연예인들이 한 가지라도 흠이 잡히면 ‘마녀사냥식’으로 뭇매를 맞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다른 연예인들은 마약을 하고도 방송만 잘한다”면서 “그동안 신정환의 개그를 보면서 웃고 행복했는데, 은퇴까지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신정환의 은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실수를 할 수 있다”면서 “신정환은 12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열심히 방송활동을 해왔는데, 그냥 한번 봐주자”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신정환 본인도 잘못이 있으니까 은퇴를 선언한 게 아니냐”며 “왜 신정환은 직접 나서서 살리려고 하는지 네티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다른 네티즌은 “공인이 불법 도박을 하면 되냐”며 “그동안 신정환을 보고 즐거워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신정환의 ‘개그성향’이 동정표 불러

일각에서는 신정환을 둘러싼 이러한 독특한 현상에 대해 과거 그의 ‘개그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여러 가지 오락프로그램에서 여자에게 버림받는 입장이거나, 동료 진행자들에게 놀림을 받기 일쑤였고, 이렇게 자신을 낮추면서 시청자들을 웃겼던 신정환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그를 향한 동정어린 시선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결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도박’이라는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신정환이 여론의 ‘동정표’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오락프로그램에서 항상 ‘당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여전히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신정환의 불법 도박을 놓고 ‘법적처벌과 은퇴반대’의 논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정환은 그의 죄값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불법 도박사실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옆에서 믿고 지켜봐주는 팬들을 기억하는 한 신정환이 과거에 도박으로 황폐해진 연예인들과는 또 다른 사례를 남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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