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DC 에서 각기 실시되는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가 아이오와 주에서 1일, 뉴햄프셔 주에서 9일 각기 실시되었다. 주 별로 치러지는 대선 예비선거는 당원만 참가하는 코커스(Caucus:지방당간부회의)와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프라이머리(Primary) 둘로 나뉜다. 아이오와 주는 코커스 선거여서 소속 당원만 투표권을 갖는 데 반해, 뉴햄프셔는 프라이머리로서 소속 당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민주·공화당은 앞으로 6개월간 각 주별로 지루한 예비선거를 실시하며 7월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그 때부터 다시 양당 대선 후보들은 본선 운동에 들어가 11월8일 최종 당락을 결정한다.

아이오와 주의 민주당 코커스에서는 힐러리 클린턴(69) 전 국무장관이 승리했었으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버니 샌더스(75) 버몬트 주 상원의원이 클린턴을 눌렀다. 공화당에서도 아이오와에서는 테드 크루즈(46) 텍사스 주 연방 상원 의원이 1위를 차지했었으나 뉴햄프셔에선 막말과 기행으로 주목받는 도널드 트럼프(70) 부동산 재벌이 크루즈를 따돌렸다. 예비선거는 초반부터 후보들 간의 순위가 뒤바뀌며 긴장케 한다.

민주·공화 후보들 중 선두권을 달리는 민주당의 힐러리·샌더스와 공화당의 트럼프·크루주 네 사람이 주목된다. 공화당의 크루주는 상무부와 국세청 폐지, 규제 철폐, 온난화 규제 전면 환원, 등 급진적이서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 노선을 넘어선다.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지, 불법체류자 추방, 무슬림 입국 일시 중지 등 국수적(國粹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막간다. 그런가 하면 젊은층 지지를 받는 샌더스는 자칭 “사회주의자”라며 월스트리트 해체, 기득권 정치 타도, 해외개입 반대, 공립대학 등록금 무료 등 민주당 주류를 벗어난다. 세 사람은 포퓰리즘으로 인기몰이를 한다. 그에 반해 실용주의자 힐러리는 4% 부자증세와 오바마 대통령 및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책을 답습하겠다며 주류로 맞선다.

크루주, 샌더스, 트럼프 세 후보는 기존 정치권과 기업인들의 지배를 받지 않는 기존 정당의 “아웃사이더(비주류)”로 자처한다. 그들은 기존 정치인들이 돈 많은 기업에 끈을 대 정치자금을 얻어내는 데 정신이 팔려 유권자들을 배신한다고 공격한다. 부패한 기득권 유지 정치와 자유시장경제로는 미국의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과감한 “풀뿌리 개혁”을 주장한다.

올 미국 대선은 중앙 정치를 불신하는 아웃사이더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실상 근년 미국인들은 양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소모적인 정치공방, 기득권 유지 책동, 월스트리트와 재력가들의 미국 정치·경제 농간, 99대1%의 소득격차, 사회적 불평등 심화, 미국의 국제적 지위 약화 등에 좌절 분노한다. 그런 분노를 파고들어 기존 정당의 비주류들이 내뿜는 시원시원한 공격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족하다. 샌더스, 틀럼프, 크루즈를 키워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는 데서 그들에 대한 지지가 11월 본선까지 이어질 지 미지수이다. 특히 미국인들이 정치문화적으로 자유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데서 비주류들의 좌·우 급진 노선을 지지할지 의문시된다. 이미 샌더스의 월스트리트 해체 주장에 대해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과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에 나온 것”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 밖에도 막말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트럼프가 아이오와에서 2위로 밀렸다는 것도 미국인들의 높은 정치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처럼 막말과 포퓰리즘에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 세련된 미국 정치문화를 엿보게 한다. 앞으로 9개월간 지루하게 전개될 비주류와 주류 정치권간의 대결과 유권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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