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시장이 뜨고 있다. 종이식권이 전자식권으로 바뀌면서부터다. 전자식권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식사 후 밥값을 결제하도록 하고, 회사가 월별로 일괄 결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구내식당을 운영하거나 전자방식으로 관리하는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이식권을 발행하거나 장부를 적게 했다. 이로 인해 특정시간대 손님이 붐벼 카운터 업무가 혼잡하거나 식권발급과 수납을 위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매번 매출 및 정산관리를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식권의 변조된 사용으로 인한 매출 손실도 엄청나다.

종이식권으로 운영되던 기업 급식 시스템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식권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기업 직원들은 음식점에 방문해도 지갑을 꺼낼 필요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결제가 할 수 있다. 기업과 음식점 역시 스마트폰 하나로 실시간으로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 운영도 간편하고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구내식당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자영업자들은 연간 72조 원이 넘는 전자식권 시장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출시된 ‘식신e식권’은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하루에 7000여 명 정도가 사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기업의 직원들은 씨온이 제휴한 맛집이나 구내식당에서 휴대폰으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고, 가맹점은 소정의 수수료만 내면 손님을 늘리면서 정산도 간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과 가맹식당이 각각 2만여 명과 500여 곳에 달한다.

특히 가맹점주 사이에서 홍보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 입소문이 나고 있다. 오피스가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식당의 경우 단골 이외에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식신e식권을 도입하면 앱에 가게가 등록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자동으로 홍보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음식점주들은 처음에 서비스 도입을 꺼리지만, 도입한 점주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식당이름과 금액을 확인하고 사용완료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1~2시간 교육을 받고 나면 금방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홍보효과와 고정고객을 동시에 확보하는 셈이다.

음식점 홍보방식도 진화했다.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음식점 검색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자영업자들도 전단과 상가책자에 의존하던 홍보방법에서 벗어나 맛집 정보앱과 배달앱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식관련 앱은 2030대 젊은층이나 1~2인가구에서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맛집 추천과 검색, 예약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맛집정보앱에는 ‘식신’, ‘다이닝코드’ ‘포잉’ 등이 있다.

전망과 주의점

전자식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모든 생활을 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각종 서비스와 재화가 앱과 온라인 네트워크 등 IT 기술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로 즉각 제공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음식배달 앱에서 시작한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이제 부동산·택시·맛집·대리·식권·세탁·청소·차량수리 등 오프라인 전체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 택시, 숙박 등 전통적인 자영업종이 기존 오프라인을 넘어 스마트폰으로 옮겨오고 있다. 지역과 영업시간의 한계를 넘어 소비자와 소통하고 홍보할 수 있어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앱 ‘직방’과 ‘다방’ 원룸, 투룸 중심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었다. ‘직방’은 누적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으며, ‘다방’은 6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목적지를 앱에 입력하면 GPS와 연동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를 배차하는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부터 1월 말 까지 누적 호출 6000만 건을 돌파했다. 점포에 방문하기 전에 주문과 결제를 해 대기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20여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는 브랜드 전용 앱을 통해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음료를 주문, 결제하고 매장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령할 수 있는 간편 주문 서비스를 운영한다.

편의점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 전쟁에 한창이다. 지역 생활에 밀착해 있는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CU’는 배달대행업체 ‘부탁해’와 손잡고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주문하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GS25’는 ‘LG유플러스’와 제휴해 편의점 매장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 내년 상반기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2014 업태별 소매판매액지수(2010년=100)를 보면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은 97.6%~134.9%로 성장이 전년대비 감소하거나 정체된 반면 인터넷 쇼핑은 156.0%로 편의점(163.2%) 다음으로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상품 구매액이 PC를 통한 판매액이 5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2015년 모바일쇼핑 판매액이 전통적인 소매업태와 PC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맛집 정보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일반화되면서 실시간으로 지역 맛집 정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단지와 상가책자 등 기존 마케팅 방법이 비용 대비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 나름대로 맛에 대해 자신이 있는 점포들은 적극적으로 맛집 정보 앱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앞으로 맛집 정보 앱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마케팅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창업학 박사)는 “소비자들의 구매 활동 전반에 온·오프라인 연계가 필수가 되고 있다”며 “기존 자영업자들은 기존 전통적인 매체와 뉴미디어 채널 간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고, 창업자들은 본사가 온디멘드 서비스 부문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도 눈여겨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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