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진주’‘여자 비’ ‘불황속 주간 음반판매량 1위’. 이제 데뷔한지 고작 한 달여 밖에 안된 신인가수 아이비(IVY)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가요계 안팎에서도 무서운 신인이 등장했다고 떠들썩하다. “도대체 어떤 가수기에…” 기자는 신인이 아니라 마치 대스타를 만나러 가는 듯한 기분으로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뮤직비디오와 TV로 본 아이비(24)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올백 머리에 허리와 배꼽만 보이는 독특한 의상이었다. 목티에 긴팔셔츠를 입었음에도 허리와 배꼽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의상은 화면상으로도 무척 섹시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매혹적인 검정색과 도발적인 빨강색 의상이 강렬한 느낌을 더했다. 하지만 인터뷰 약속 장소에서 만난 아이비는 한 쪽 어깨만 살짝 드러나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히피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비록 무대에서처럼 배꼽과 허리가 드러난 섹시한 의상은 아니었지만, 시원한 이마를 드러낸 올백 머리에 깨끗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노래, 실력으로 인정 받겠다”

조그마한 얼굴에 오목조목 예쁘장한 이목구비, 갈색톤의 아이섀도를 덧칠해 빠져들 것 같은 눈매를 가진 아이비에게 인사와 함께 “참 예쁘네요”라고 한 마디 건넸더니 의외로 작은 칭찬에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는다. 아직 스타로서의 인기는 실감하지 못한다는 그는 “사람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쑥스러울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수줍고 얌전한 소녀가 강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던 내가 아는 아이비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무대에서 아이비는 강한 흡입력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고정시켜버리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그가 이렇게 무대위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오랜시간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아이비가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무려 4년. 팬텀(전 이가) 엔터테인먼트가 4년 동안 엄청난 공을 들여 야심차게 내놓은 ‘준비된 신인’인 것이다.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무려 8억원의 경비를 쏟아부었을 정도. 팬텀 관계자는 회사가 이렇게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이비의 ‘음악적 재능과 성실함’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아이비의 음악적 재능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와 군악대에서 드럼을 치던 아버지 사이에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본인도 고등학교때 밴드부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가수가 천직임을 깨닫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수가 되기 위해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게 됐던 것. 이렇게 팬텀과 인연을 맺은 아이비는 4년 동안 매일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노래와 춤 연습 등의 강행군을 모두 소화해 내는 성실함과 노력을 보이며 주위의 칭찬을 자아냈다.

‘그래서 무대위에서 아이비의 노래와 춤이 완벽할 수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비는 “사실… 제가 원래 ‘몸치’ 였어요”라고 고백한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도발적이고 섹시한 춤으로 이미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는 그가 ‘몸치였다니?!’“원래는 발라드 가수를 꿈꿔왔어요. 하지만 음악을 하려면 몸으로 리듬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 때문에 춤을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진짜 억지로 했는데, 점점 재미있어 지더라고요. 2개월 배우고 난 뒤, 안무 선생님이 1년 이상 배운 것처럼 잘 춘다고 칭찬도 하시더라고요(웃음).”

“국내서 인정받아야 세계도 인정”

아이비가 가진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스타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박진영과 만나면서 더욱 완벽한 도약을 하게된다. 팬텀과 업무상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박진영이 아이비의 첫 번째 앨범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과 춤, 의상까지 프로듀싱해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비가 박진영이 키운 박지윤과 흡사하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박진영이 아이비를 눈여겨 보고 지도해준 것은 얼굴이 예뻐서, 노래를 잘 해서, 춤을 잘 춰서가 아니라 바로 아이비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계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순수한 성실함에 반했다는 것. 박진영이 아이비를 두고 ‘여자 비’라고 칭했던 것도 바로 노력파인 ‘비’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요계 안팎에서는 아이비의 등장을 두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형 가수’가 탄생했다고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회사들이 서로 스폰서를 해주겠다고 먼저 자청하고 나섰고, 일본에서는 후지TV에 한 번 출연했던 것만으로도 일본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면 한국과 세계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볼 수도 있으련만, 아이비는 아직은 국내에 자신의 열정을 올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인정받고 최고가 되어야지,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한 총 15곡이 수록되어 있는 그의 첫 번째 앨범 중 발라드곡인 ‘바본가봐’ ‘난’ 등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섹시코드를 앞세운 깜짝 댄스가수가 아닌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실력파’라는 인식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이비 역시 “타이틀곡인 ‘오늘밤일’은 가창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가창력 있는 가수,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서운 기세로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는 아이비. 그의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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