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접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스명령어를 통해 통신회사의 접속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곳에 있는 접속자들과 컴퓨터를 통한 취미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던 때가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어렸을 때 밤새도록 컴퓨터와 씨름하여 월드와이드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네스케이프 등의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던 기억이 난다. 또한 그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보이스 채팅의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 있는 한 친구를 만나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급기야 한국에서 만나고, 일본을 방문하여 그 친구의 부모님을 만난 기억도 있다.

이제는 반대로 내가 세상에 공개를 원치 않는 정보를 상대방이 몰래 들어와 가져가는 세상이 되었다. 또한 자신을 세상이 알리려면 얼마든지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SNS의 게시물, 클라우드 등의 공유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학교 친구나 소중한 자료를 만날 수도 있다. 그 친구가 선곡해 놓은 배경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친구의 사진과 정보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자료를 남겨 놓은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살아있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사망한 사람의 SNS 자료와 정보를 접속하고, 교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정보와 자료의 보관과 유지는 사망한 사람이 원치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망하기 전 탈퇴를 했어야 하는데 탈퇴하지 못하고 갑자기 사망한 경우 망인의 유족들이 자료의 삭제를 하거나 탈퇴를 요구할 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SNS 게시물은 사망한 사람이 계속 계정에 접속하여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유령의 게시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려면 상속인들에게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는 일정기간 접속을 하지 않을 경우 자료를 삭제하는 서비스도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망할 경우 계정을 관리해 주는 업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사망 후에 계정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나누어 정할 수 있다. 게임 아이디, 쿠폰, 게임머니는 조카에게 주고, 사진정보를 가득 담은 클라우드 자료는 친구에게 상속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재산도 미리 관리해야 할 때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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