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어떤 선물 안겨주려나?

서부벨트 복원 노리는 국민의당…정동영 다음으로 정운찬 영입 노력
더민주 비례대표 가능성 대두…정운찬 “(거취에) 변화 없다” 밝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야권 발 정계개편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정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박영선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각각 잔류와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정 전 총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 요즘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 정 전 총리의 상품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격 영입해 정 전 총리 영입에 공을 세우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충청권’을 잡기 위해 정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주·전남-천정배, 전북-정동영, 충청-정운찬 수도권-안철수’를 내세운 서부벨트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민의당의 총선 전략과 직결된다. 정 전 총리가 야권 판을 뒤흔들 ‘키맨’으로 급부상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받았던 정동영 전 의원. 그가 선택한 곳은 ‘국민의당’이다. 지난 18일 안철수 공동대표와 회동한 직후 결정내렸다. 정 전 의원은 “총선 승리와 호남 진보 정치를 위해서 국민의당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과 안 대표는 회동 후 합의문을 통해 사회 불평등 해소와 개성공단 부활, 정권 교체, 그리고 기득권 체제 타파를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전 의원은 당직에 연연하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전 의원의 합류로 국민의당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공개 러브콜 보내는 국민의당

‘전북’을 대표하는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합류함에 따라 다음은 충청 출신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운찬 전 총리의 선택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총리가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한 곳에 입당 결단을 내릴 경우 충청권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전 총리는 학계와 관계, 정계 등에 마당발 인맥이 두루 포진해 있는 데다 총리를 역임한 행정경험과  ‘동반성장’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메리트가 있다. 이런 이유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선 정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충청권 대표로 정 전 총리가 합류하면 ‘‘광주·전남-천정배, 전북-정동영, 충청-정운찬 수도권-안철수’ 그림이 가능하다. 반(反)더민주 전선에 힘을 받을 뿐 아니라 충청권과 수도권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 일련의 이유로 국민의당은 정 전 총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지난 15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마포당사 브리핑에서 “정 전 총리를 초청해 오는 23일 소속 의원과 당직자를 대상으로 ‘동반성장과 공정성장,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연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영입을 위해) 정운찬 전 총리와 접촉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며 “정 전 총리가 정치를 할지 결심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천정배 공동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서울 영등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정기총회 겸 신년교례회에 정 전 총리와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천 공동대표는 “(정 전 총리의 합류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安과 악연 때문에 더민주행?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의 공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더민주행’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잖다. 안철수 공동대표와 정 전 총리 간 과거 안 좋았던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2013년 당시 안철수 대표는 신당 창당을 발표하고 인물 영입에 나선 당시 정 전 총리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거절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번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기에 잘 하시라고 답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정말 영입하고 싶었다면, 좀더 물밑에서 진중하게 요청을 했어야 한다”, “그래도 총리를 했던 사람인데 안철수 의원 본인이 직접 온 것도 아니고 사람을 보냈다. 게다가 상대가 합류한다고도 안 했는데 ‘정운찬 만났다’며 언론플레이하는 모습에 정 전 총리가 상당히 마음이 불편했던 것으로 안다” 등의 말이 나왔다. 그런 말이 나온 이후 정 전 총리 영입에 안 대표가 직접 공을 들이기도 했으나 상당 부분 신뢰를 잃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 전 총리의 제자들이 나서서 당시 합류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의 제자 중 한 명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안 대표의 정책 자문 역할을 그만두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안 대표에 대한 정 전 총리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얘기가 지금까지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으로 합류할 경우 자신의 주변 지인들이 다 떠날 것”이라며 합류에 부정적인 말을 꺼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를 하더라도 국민의당보다는 더민주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그 이면에는 박영선 의원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관계 도 있다. 박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 가능성이 대두될 당시 그는 정 전 총리를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데다 두 사람과 막역한 사이인 김 대표가 전격 영입되면서 박 의원이 더민주에 잔류하기로 결심했고, 정 전 총리도 정치를 한다면 더민주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더민주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박 의원이 “유불리를 떠나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정 전 총리와 같은 행선지로 가려고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민주에서 정 전 총리를 충청권 출마보다는 경제전문가로서 비례대표에 우선 배치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지난 19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거취에) 변화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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