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힘빼고’ 유승민 ‘정조준’

친박, 진박계 인사들 ‘고전’…진박살리기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박근혜 TK방문설…삼성라이온즈 구장 준공식 혹은 경북도청 개관식 참석
 ‘칼춤’추는 이한구 전략공천 통해 유승민계 정조준…‘이한구 입각설’ 나돌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간의 공천룰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진박 후보들의 생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박계 인사들의 선전에 진박 인사들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 대표와 달리 이 위원장은 전국 17개 시·도별로 1~3곳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전략공천’을 실시하고,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전략공천’은 친박계가 과거부터 요구해왔고, 이 경우 비박계 물갈이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진박’, ‘친박’ 후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마디로 ‘진박후보 구하기’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그 내막을 알아봤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박근혜 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전국을 돌아다니며 ‘진박’ 예비후보 지지에 나섰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야당의 대선 불복 등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대구 의원들은 무엇을 했고, 경북 의원들은 어디 있었느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거나 비아냥거리기만 했다” 등 현역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 전 부총리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비박계 현역 의원들을 겨냥했다.

그럼에도 진박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보다는 ‘박근혜 마케팅’에만 몰두하는 후보들을 유권자들이 탐탁찮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실제 KBS·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1~14일 실시,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결과 대구 동을은 유승민 의원이 42.8% 지지율로 이재만 전 구청장(21.0%)을 두 배가량 앞섰다. 동갑도 류성걸 의원이 40.2%로 정종섭 전 장관(19.6%)을 압도했다. 자칫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포스트TK 자리를 최 의원이 아닌 유승민 의원이 물려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이 당선되면 박 대통령에게 위기”라며 유 의원을 흠집낼 뿐 아니라 공천에서 탈락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 탓일까. 진박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특별한 메시지’를 통해 친박후보들을 지원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치러진 총선에서 친이계로부터 공천학살을 당한 측근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 한마디로 ‘친박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지난해 6월),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지난해 11월)”고 발언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봤을 때 박 대통령이 메시지를 통해 친박,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는 발언에 버금가는 발언이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최근에는 박 대통령 TK(대구·경북) 3월 방문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친박계에서도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대구에 내려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과거에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거 때 직간접적인 일정을 짜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경북도청 개관식
3월로 앞당긴 이유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의 TK 방문과 관련해 3가지 안이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로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 13주기를 맞이해 대구를 방문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으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무산됐다는 ‘설’이 나왔다.

또 2016시즌부터 삼성이 홈구장으로 쓰게 될 라이온즈파크 준공식에 참석할 것이란 말도 돌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구가 아닌 경북 문경·예천에 신청사를 마련한 경북도청 개청식에 참석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광역지자체 중 국내 마지막으로 도청 소재지가 관할구역 내로 옮겨가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방문 명분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경북도청에서는 박 대통령 참석을 위해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일요서울] 취재결과 확인됐다. 경북도청은 신청사 관련 개청식을 오는 5월 열 계획이었으나 박 대통령 참석일정으로 인해 3월로 앞당긴 상태다.

경북도청 한 관계자는 “도청으로서는 가장 큰 행사이다 보니 박 대통령이 참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현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과 새누리당 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TK(대구·경북)를 방문한다는 점에서 친박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TK지역을 방문하면 ‘선거 개입’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TK지역 경선이 마무리된 이후로 일정을 잡거나 총선 이후에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대구지역이 아닌 경북 안동·예천인 만큼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말도 있다.

이한구 전략공천 통해
비박 컷오프, 친박 살리고

오히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친박계와 합작해 비박계 및 유승민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위원장이 공천위에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기습적으로 깜짝 발표하는 등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17개 시도별로 최대 3곳씩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발언한 것. 이는 사실상 전략공천을 통해 물갈이를 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 위원장이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현역의원들을 컷오프 대상으로 내치면서 친박계 인사들을 전략 공천할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뿐만 아니다. 유승민 의원은 물론 유승민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알 수 있다.

“현역이라도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거나 인기가 없으면 공천하지 않겠다”, “19대 국회에서 능력 부족이 확인된 사람을 걸러내는 게 먼저다”라며 저성과자 공천 탈락 기준을 언급했다.

저성과자 기준으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협조 여부에 기준을 둘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 경우 타깃은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 의원들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일부에선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 의원들도 타깃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 한 당직자는 “이 위원장이 ‘부잣집 도련님’ 등을 발언한 것은 유 의원을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이 TK방문을 통해 친박 후보를 지원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손에 피를 직접 묻히기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이 위원장이 ‘공천 물갈이’를 직접적으로 주도할 것이다. 이 위원장이 ‘칼춤’을 출 수 있는 이유도 친박계는 물론이고 청와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이 공천물갈이를 한 이후 입각설이 왜 나오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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