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를 들여다보면,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연예산업의 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 파워’의 선두주자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와 싸이더스HQ 등을 비롯, 중소형 기획사들이 합병을 하면서 코스닥에 등록하는 등 몸집이 커져버린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등장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스타군단을 이끌고 있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단순히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벗어나 드라마나 영화제작까지 참여하면서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때문에 이제 방송사에서도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 기획사에 출연요청하는 입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연예인 지망생들도 무조건 대형 기획사에 속해야 뜰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딴따라’로 인식되던 연예계를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시킨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일부 몇 개의 유명 기획사들이 방송연예계를 독점하는 형태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스타군단’을 거느린 거대 기획사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연예계 대형 기획사의 시초는 가수에서 음반기획자로 성공한 이수만 이사가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다.

SM, 거대 연예산업의 시발점

이수만 이사는 철저히 10대들을 위한 컨셉트에 맞춰 신인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폭발한 10대들의 문화소비 성향에 맞춰 그들과 같은 또래·성향을 지닌 꽃미남 댄스그룹이 시장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그룹이 바로 지난 96년 ‘10대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HOT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이 이사의 철저한 기획력으로 나오는 앨범마다 1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10대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SM은 일명 ‘이수만 사단’이라고 불리는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보아 등 톱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연예계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조용필의 로드매니저로 출발한 싸이더스의 정훈탁 대표는 무명신인을 스타로 키워내는 스타메이커로 유명하며, 전지현, 정우성, GOD, 장혁, 조인성, 전도연, 김혜수, 송혜교 등 국내 톱스타들이 싸이더스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싸이더스는 영화산업과 음반산업 등에서도 활발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비와 박지윤 등을 키워낸 ‘박진영 사단’,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태희가 속한 나무엑터스, 김희선, 최진실, 한예슬 등의 스타가 자리하고 있는 ‘이스타즈’, 핑클과 젝스키스 등의 스타들을 배출시킨 ‘DSP’ 등의 대형 기획사들이 그들만의 스타군단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5월 폭행과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개그계에서도 이러한 특정 기획사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개그계에서는 스마일매니아 ‘박승대 사단’이 대표적이며, 여기에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주역인 윤택과 정만호, 김형인, 김신영 등 인기 개그맨들이 속해 있다.

하지만 이들 개그맨들은 박승대 대표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개그계의 어둡고 우울한 단면을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이에 대해 개그계의 권력구도가 특정 ‘사단’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풀이되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인지도가 부족한 대부분의 개그맨들은 소속사의 힘을 빌려 방송에 출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개그맨 서세원도 ‘서세원 미디어 그룹’이라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대표로 선임됨에 따라 이에 대한 향후 행보도 주목되고 있는 상태다. 스타사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드라마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독립 프로덕션인 김종학 프로덕션, 이관희 프로덕션, 초록뱀미디어 등도 자신들만의 ‘스타 사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스타사단’ 존재

특히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 등으로 유명한 ‘김종학 사단’은 대장금을 연출했던 이병훈 PD, 송지나 작가 등 유명 제작진들과 ‘봄날’로 10년만에 연예계에 복귀한 고현정을 포함해 최민수, 박상원 등의 톱스타들이 그의 사단에 속해 있다. 또한 드라마에서 작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수현 사단’ 이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완전한 사랑’ 등으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사단’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김수현 작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김 작가 역시 “드라마는 전국민이 보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기 못하고 머리나쁜 연기자는 쓸 수 없다”며 본인이 직접 연기자 캐스팅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최불암, 이순재, 강부자, 장용, 김혜자, 윤여정, 김해숙 등 중견 연기자와 차인표, 김희애 등 스타 연기자들이 주로 출연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 중심의 사단이 생기는 이유는 연기자들과 작가의 궁합이 어느 정도 잘 맞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한 작가는 “특정 작가와 특정 연기자의 관계 형성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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