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구 획정 몰두 거대 양당 ‘갑질’ 도
- 현역이 쌓은 거대한 城, 정치신인 총질도 못하고 좌절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국민들의 비판이 드세고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는 평을 받는 19대 국회 내내 국회의원들의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었다. 기득권과 특권 속에 안주하면서 사회적 약자 편에 서야 할 정치인들이 ‘갑질의 선봉’에 섰던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과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선거구 협상과 공천 룰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면 현역 정치인들은 유행하는 신조어처럼 분명 ‘금수저 후보’인 것 같다. 배지도 금인 데다…

현재 정치권에서 정당 간에도 수저논란이 있다. 가장 큰  금수저 논란은 이른바 집권당과 더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지리한 선거구 협상이다. 오늘 선관위는 선거구 획정이 결정 안 되면 정당 내 경선을 위해 도입한 ‘휴대폰 국민 안심 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당내 공천을 위한 경선조차도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을 집권당과 제1야당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교섭단체가 아니라 이들 ‘금수저 정당’이 벌이고 있는 선거구 획정 투쟁에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국민들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신물나는 ‘극단적 대립정치’를 타파할 제3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캐스팅 보트를 쥔 제3의 당이 있다면 이렇게까진 ‘정당갑질’을 하진 못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정작 총선의 꽃은 출마해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게 될 후보들인데 선거준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보들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선거운동의 질과 양이 천당과 지옥만큼이나 크다. 현역과 정치 신인 간 금수저, 흙수저 대비가 너무나 극명하여 과연 각 당이 입만열면 외쳤던 정치혁신, 공천혁명, 정치교체는 결국 ‘정치적 레토릭’, 선거때만 읊어대는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하자면 20대 총선에 나갈 후보들은 3.24~3.25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총선후보 자격을 얻게 된다. 불과 한 달 정도 남았다. 각 당이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다양한 당내 평가와 심사를 통해 컷오프나 자격 불량자를 원천 배제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각 당은 공천 룰을 두고 그야말로 이전투구, 막장 드라마를 벌이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한 경선제도를 만든다고 당내 파벌 간 싸움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치신인들은 룰도 모른 채 현역 국회의원들과 묻지마경선을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각 당이 공천룰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는 시기는 아마도 빨라야 3월초일 것이다. 공천에서 원천 배제되는 ‘불량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당내 심사에서 살아남은 현역의원들은 이미 경선준비는 사실상 끝난 상태이다. 사실상 4년을 지역관리를 해왔고 의정보고회와 의정보고서 배부와 관내 모든 행사에 당당하게 소개받고 인사하고 지난 4년동안 지역을 위해 수십억, 수백억 예산을 따왔노라고 자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구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와 군, 구청에서 따낸 예산도 마치 자기가 한 것인 양 말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본인들의 손으로 공천을 준 시구의원들은 마치 자신의 ‘정치적 아바타’, 분신으로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 의원님’을 홍보하고 다닐 수 있다.

현역의원들은 이미 지역에 모든 당원명부와 각 동별 막강한 조직을 갖춰놓고 매일같이 점검하고 득표활동을 위한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정치신인들과의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면 그 위력이 나타난다. 후보 공천을 위한 지역내 경선은 불과 길어봤자 1주일이면 끝난다.현역의원들이 쌓아놓은 ‘거대한 표의 성’ 앞에서 정치신인들은 ‘총 쏠 준비하다가 뒤로 자빠지게 마련’이다. 정치신인들은 그야말로 선거 때는 ‘흙수저’ 정도가 아니라  그냥 ‘흙’에 불과할 뿐이다. 흙수저라도 만들어봐야 밥을 먹든 국을 먹든 맛이라도 볼 것 아닌가?

정치 신인들 중에 ‘더욱 불쌍한 정치신인’은 젊은 청춘을 오로지 금배지 한번 달고 국민을 섬겨보겠다고 당 내외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능력과 참신성을 갖춘 당내 정치 신인들이다. 이들은 정말 꿈을 펴보겠다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데 어느 날 ‘영입인사’라고 날아와 공천을 거머쥐는 경우가 있다. ‘정치를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인 셈이다. 당이 인재라고 영입했다는 자체가 이미 공천장을 준 것이다.

특정 전문분야에서 정치와 담을 쌓고 정치를 혐오해오고 정치인을 조롱해왔던 부류의 사람도 있을 텐데…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는 ‘성공한 금수저’들인데도 ‘정치를 모르기’에 ‘참신한 인재’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과거의 수많은 영입인재들은 19대에서 얼마나 큰 정치혁신과 정치교체에 앞장섰던가? 누가 이런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알려나 주면 고맙겠지만 눈을 부릅뜨고 봐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치에 때묻지 않는 정치신인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그래도 새로운 인물이 새정치를 통한 정치혁신을 더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그나마 총선을 앞두고 ‘꽃마차’라도 타고 경선에 임하거나 전략공천으로 무혈입성할 가능성이 높기에 똑같은 ‘흙수저 정치신인’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할 것이다.

반드시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비판적 목소리 때문에 현역 정치인들을 대거 바꿔야 한다는 단순논리도 합당치는 않다. 그 들 역시 지난 총선에서 ‘흙수저 정치신인’으로서 온갖 난관을 거쳐 배지를 단 정치인들도 있고 4년동안 나름 지역구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면이 있기에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와 선거에서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은 정치신인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갖은 프리미엄을 부여하려고 애는 많이 쓰고 있다. 10~20%의 가산점과 공정한 기회 부여등등. 그러나 정말 힘든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불쌍한 ‘흙수저 정치신인’들에 대한 더 큰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은 각 당이 ‘참신한 흙수저 정치신인’들에 대한 각별한 기회균등과 현역에 버금가는 다양한 선거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당이 판단하여 현역정치인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경선’보다 ‘내세울 만한 정치신인’은 과감하게 발탁하여 ‘전략적 배치’를 하는 것도 당이 해야 할 임무인 것이다.

2월17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전국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가 발족됐다고 한다. 2000년 정치권을 휘몰아쳤던 총선 낙천, 낙선운동을 되돌아보게 하는 움직임이다. 특정 이념 지향적 활동이 되어선 안 되겠지만, 시민사회도 이번 20대 총선의 역사적, 시대적 중요성과 새로운 ‘정치혁신의 전환점’이 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뜻과 같은 시각과 바람에서 나온 열정적 의지일 것이다. 정치권이 더 이상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나선다는 뜻인 만큼 새로운 정치, 정치교체, 정치혁신을 위한 더 큰 걸음을 성큼 성큼 내디딜 때다.  < 박동규  現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소 대표>    

<프로필>
▲전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전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부대변인
▲전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현 시사평론가
▲전 매헌 윤봉길 기념사업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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