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주홍글씨’를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발판을 차곡차곡 다져온 성현아(30). 그가 6개월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첼로’에서 데뷔 이후 첫 주연을 맡은 것. 3년 전에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했던 그이기에 배우로서 그의 재기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영화 개봉을 보름여 앞둔 현재, 세상이 뭐라해도 자신이 택한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는 한층 성숙하고 ‘배우다운’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주홍글씨’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던 성현아가 올 여름의 끝을 장식할 최후의 한국공포 영화에서 얼굴을 내보인다. 어둡고 칙칙한 공포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그는 ‘출연할 기회가 많지 않은 장르여서’라고 답했다.

공포영화 특유의 독특한 패턴과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에 매료됐다는 것이다.그는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진이 빠지도록’ 연기했다는 표현을 썼다. “생생한 공포감을 뿜어내기 위한 과정은 몸을 녹초로 만들어버릴 만큼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어요. 보약을 지어먹으면서 촬영을 강행해야했죠”라는 것이 그의 얘기.여름을 맞아 물밀 듯이 속속 개봉된 공포영화들은 하나같이 진부하고 식상한 면이 많았다. 요란한 광고에 속아 극장을 찾았다가도 초반 10여분만 보면 훤히 보이는 스토리와 뻔한 반전에 관객들은 실망만 안고 극장문을 나서야 했던 것도 사실.그렇다면 ‘첼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홍미주 일가 살인사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자신의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경험을 하는 첼리스트 홍미주역이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면의 공포를 조화시켜야 함은 물론 죽음의 비밀을 풀어가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역할임에도 그는 얼굴의 미세한 근육까지 신경써가며 극도의 공포감을 적절히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 여름 한국공포영화의 마지막 주자인 ‘첼로’에 대해 그는 “한국적 느낌이 강한 공포물”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첼로’는 당장 눈앞에서 보고 느끼고 경악하는 공포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밀려드는 공포감을 선사하는 특징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심리적으로 옭죄어오는 느슨한 일본공포를 생각하면 오산. 그는 “일본 공포영화를 닮은 공포물이 쏟아지는 요즘, ‘첼로’는 확실한 차별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시련을 딛고 연기자로 입지 다져…

사실 성현아의 연예계 생활은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다. 1994년 미스코리아 미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는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케이스. 2002년 엑스터시를 복용한 혐의로 구속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는 이후에도 세상의 온갖 질타와 비난에 시달려야하는 시련기를 겪는 운명에 놓인다.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고 마음을 추스려 봤지만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누드화보’ 발간으로 그해 말 조심스러운 컴백을 예고했다. 그러나 누드집 발간으로 그는 다시 한번 세상의 차가운 냉소와 오해들에 시달리며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벗음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면죄부’를 받으려는 ‘속셈’이라는 불미스러운 오해가 끊임없이 따라다녔기 때문. 그러나 그는 자신의 끼와 재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배우의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그는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배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때문일까. 그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결국 그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변혁 감독의 ‘주홍글씨’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복귀에 성공했다.

연기는 할수록 갈증이 생겨요

성현아는 욕심이 많은 배우다.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가장 소박한 바람. 그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한다. “영화를 찍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고 행복해요”라는 그는 차기작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연기에 갈증을 느낀다는 ‘욕심쟁이’다. 많은 시련을 겪고 다시 재기한 그에게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은 ‘천직’이다. 이는 “‘주홍글씨’를 끝내고 쉬는 반년여의 기간 동안 몸이 몹시 아팠어요.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니 아픈 곳이 한군데도 없어졌어요”라는 그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이상하게도 연기라는건 하면 할수록 갈증을 느끼게 돼요.

또 연기를 알아갈수록 좀처럼 만족할 줄을 모르게 돼요. 감독님의 O.K사인이 떨어져도 제 스스로는 만족이 안돼서 다시 하고 싶어질 때도 많은 걸요”라는 그의 고백은 그가 그동안 배우로서 얼마나 갈증을 느껴왔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배우로서는 견디기 힘든 지독한 시련을 겪은 탓일까. 그는 한층 성숙해졌고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영화는 옴쭉달싹 못한 상태로 갇혀있던 저를 자유롭게 뛰놀도록 잡아 준 고마운 존재예요. 제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죠. 이 안에서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는 몹시 설레는 표정이다. 올 여름 관객에게 가장 ‘한국적’이고 ‘스산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겠다는 그의 각오가 스크린에서 얼마나 빛을 발할지 기대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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