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색을 붉힌다. 이런 티를 덜 낼려고 할수록 얼굴색은 더 붉어지기 마련이다. 양심이 고동을 치는데 얼굴표정이나 행동거지가 배우 뺨치게 자연스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 아무리 뻔뻔해도 자기 죄는 자기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굴색,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참말보다 더 진지해 보이도록 하는 사람이 주위에 없지 않다.

바로 정치한다는 사람들이다. 아마 대한민국 정치하는 사람 쳐놓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기인에 가까울 게다. 한국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일일이 기망죄로 다스리고 허위사실 유포 등의 범죄로 봐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인은 도저히 있어 보이지 않는다. 표만 얻자고 턱없는 공약을 해놓고 막상 당선되고 나면 대부분이 언제 그런 말을 했었느냐는 식으로 뻔뻔하다.

이 때문에 정치 불신의 뿌리가 더욱 깊어졌고,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면 ‘정치적 발언’이냐는 농을 하게끔 됐다. 방송화면을 통해 흔히 보듯이 사법처리 대상으로 떠올라 검찰에 출두하는 정치인들 모습은 구속 전까지는 한결같이 웃는 얼굴이다. 그러다가 구속돼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내뱉는 첫마디가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이라며, 재판부를 권력의 시녀로 무참하게 짓밟는다. 다행히 무죄 선고를 받게 되면 “이 땅의 사법정의는 아직 살아있다”고 입에 침이 튀도록 재판부를 추켜세운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은 정치권보다 더 비겁하고 비열한 집단이 없을 것 같다. 위선과 선동으로 국민을 속이는 좌파집단들은 이념적인 문제에 의한 국민 기만이고 현혹이지 자아적 졸렬함과는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그들이 위선을 떨고 민심을 농간하는 수법은 종북주사파의 학습적 책략에 의한 것이다.

국회인사청문회 때 논문 표절을 공격한 국회의원이 정작 자신은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기보다 베끼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드러나도 “관행”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박사학위가 국회의원직 수행과 무슨 상관있느냐”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연출한다. 거기다 드러난 사실을 정치적 음모로 주장하는 낯 두꺼움을 나타낸다.

또 이번 인구 미달 지역으로 판단돼 지역 간 통합을 해야 하는 선거구 조정문제를 들여다보면 기막혀서 이 사람들이 도대체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후안무치를 느끼게 한다. 1천년이 넘는 역사적 지역 동질성을 완전 부인하고, 현실의 주민생활 문화권에 대한 이질감이나, 사법기관 등 각급 행정관청의 관할권 문제 같은 당면 과제는 전혀 고려의 대상도 안 됐다. 오직 해당지역 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유, 불리가 이 역사적 사안의 쟁점이었다.

그러고도 유권자들 앞에 부끄러워하는 기색 한 점 없다. 이러니 대한민국 국회의원 해 먹으려면 보통 낯 두껍고 몰염치하지 않고서는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있겠는가. 그 뿐인가, 소신문제와 관련해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질에 긍정적인 면모를 보인 국회의원이 자신의 과거 국내개발연구원시절 연구논문을 몇 년 뒤의 새 논문 발표 때 아무런 주석 없이 다시 자기 표절을 한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 된 바 있다.

그때 유권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던 의원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유령 당원관리에 관한 의혹이 일어 상대 예비후보로부터 공동조사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대답 한마디 없이 처음 의혹 보도를 한 언론만을 상대로 법적 대응 운운하고 나섰다. 보도 직후에는 당원명부 유출을 문제 삼았고, 다음은 오해에서 빚어졌다는 해명성 답변이 나왔다. 그래도 여론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자 지금은 허위로 판명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느 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조사했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 한마디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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