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지난 25일 취임 4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가시밭길 국정운영을 함축하는 말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주한미군 배치 등을 놓고 한중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지난 23일 북한 조선중앙TV는 “1차 타격대상은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이다.”라고 보도하는 등 북한은 전 매체를 총동원해 임박한 유엔 안보리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 등 대북 압박 조치에 대해 정면 대응하고 있다. 같은 날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김종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논의와 관련, “사드 배치 한 가지 문제로 한중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외교적 망언을 했다.

이는 야당과 정부를 이간하는 반간계(反間計)다. 나아가 정치 협박이자 주권 침해다.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을 유발하기 위한 술수이며 한국을 구한말의 대한제국 정도로 얕잡아보는 패권국가의 오만이 깃들어 있다. 반드시 엄중한 경고와 재발 방지 촉구가 뒤따라야 한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지금 김정은 핵전쟁의 포로가 되어 있다. 이슬람 테러와 더불어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테러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미증유의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설상가상(雪上加霜). 테러방지법과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처리 지연이 갈 길 먼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야권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겨냥해 “많은 국민이 희생을 하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것이냐, 이건 정말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국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적용할 필요성이 없기에 이제까지 활용하지 않았다. 소수당이 입법을 저지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금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도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필요한 이유다. 테러방지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희생을 하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것이냐”는 박 대통령의 일갈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우려한 국가통치권자의 노심초사가 배어 있다.

테러방지법은 대(對)테러센터를 설치해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과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 기관들과 국제공조를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야당의 국정원의 권한 남용 우려 요구에 따라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정보수집권은 국정원에 주되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까지 두었다. 대한변협도 “테러방지법은 인권침해 우려 해소책 포함돼 국민 생명 보호에 타당한 입법”이라고 국회에 독자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따라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전 국민 사찰’ 궤변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 테러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손이 모자랄 국정원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사찰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국정원장이 교도소에 갈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 국정원의 과오를 들먹이면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과거 군이 정치에 개입했으니 국방을 민방위대에게 맡기자는 주장과 뭐가 다른가.

사회가 불안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테러방지는 경제 살리기와 연결되는 일이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적이며 테러의 협력자일 뿐이다. 결국 야당이 방해하는 것은 국회의 의사진행이 아니라 국민안전인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테러방지법에 다소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테러방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고 대비한 뒤 따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야당 의원들과 종편의 논객들 중에는 김정은의 핵 불장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박 대통령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 국가위기 시에 외교와 안보에는 여야가 한 몸이 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테러방지법 막는 필리버스터로 김종인 대표의 우클릭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커졌으며, 야당이 평생 야당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역대 최악의 세평을 받아온 제19대 국회가 막판에 필리버스터로 다수결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악명’의 훈장을 추가하고 있다. 국회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분명 정상 궤도이탈이다. 국가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정치쇼’일 뿐이다. 야당 의원들은 마치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하는 듯 경쟁적이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치꾼들과 종북주사파들을 전부 낙선시켜야 한다.

내외의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가 혁신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국민이 살아 있어야 한다. 결국 믿을 것은 우리 국민 자신뿐이다. 이제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결속된 국민의 힘으로 우리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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